김주언의 세상 톱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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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주언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12.04.07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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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불법사찰' 누가 책임져야 하나
▲ 김주언 전 한국기자협회장

4·11총선을 10일 남짓 앞두고 불거진 총리실 민간인 사찰 보고서 공개 파문은 판세를 좌우하는 핵폭탄으로 등장했다.

특히 고위공직자의 불륜행각에 대한 사찰 보고서는 도청이나 미행 등 불법을 동원하여 사사로운 대화까지 기술돼 보는 이로 하여금 혀를 차게 만들었다.

사찰문건은 야권이 총선의 슬로건으로 내세운 이명박 정권 심판론을 폭발시킬 수 있는 뇌관으로 작용했다.이에 대해 청와대가 역공에 나섰다.

공개된 문건의 80% 정도가 노무현 정부 시절에 이뤄진 불법사찰이라는 것이다. 이에 뒤질세라 새누리당도 “불법사찰은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이뤄졌다”며 “전·현 정권의 불법사찰을 수사하는 특검을 도입해 진상을 규명하자”며 물타기에 나섰다.

민주통합당은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전략은 전형적인 물타기이며 특검은 시간을 벌려는 꼼수”라며 “특검 대신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해 즉각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맞불을 놓았다.

총선을 불과 며칠 앞두고 벌어지고 있는 여야의 격돌은 선거전 막판에 터진 사찰 파문을 자신에 유리하게 이용하기 위한 것이다. 여기에 보수언론들도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물타기 전략에 편승해 진상규명 보다는 자기편 감싸기에 나서고 있다.
 
이러다 보니 민간인 불법사찰의 본질은 희석되고 여야 싸움만 전면에 등장했다. 국민은 “또 싸움질이냐”며 외면해 정치 불신만 가중되고 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이 점을 노렸는지도 모를 일이다.

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은 국가기관이 국민의 일거수일투족을 일일이 감시해 정권비호에 악용했다는 불법·비리가 본질이다. 국민들은 이명박 정부의 불법행각을 낱낱이 밝혀 책임자를 엄벌해 다시는 이러한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은다.

지난 2010년 발생한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해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하고 진상을 은폐해왔다는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이런 판국에 터져 나온 사찰문건 공개에 대한 청와대의 역공은 국민을 더욱 분노하게 만들 뿐이다.

“네가 잘못했으니 사과하고 책임지라”고 했더니 “나만 그랬냐. 너도 과거에 똑같이 잘못하지 않았으냐”며 대드는 꼴이다.

정권 초기 서민생활의 팍팍함을 “노무현 정부 탓”으로 돌려 ‘네 탓 정권’이란 별명을 얻었던 이명박 정부는 이제 ‘너도 정권’이란 별명을 더 붙여주어야 할 것 같다. 잘못을 뉘우치고 사과하기는커녕 반격에 나선 꼴이 사납기만 하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청와대의 반격에는 여당인 새누리당의 선거운동을 도와주겠다는 속셈이 깔려 있다. 사찰문건 파문으로 위기에 몰린 새누리당에게 ‘물타기 전략’을 제공해 ‘여소야대’ 국회를 막아보겠다는 심산이다.

야당이 장악한 국회에서의 가혹한 심판만은 모면해보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탄핵에 몰린 이유와 비교해보면 이명박 대통령은 이러한 선거개입만으로도 이미 탄핵됐어야 옳다. 더구나 민간인 불법사찰은 탄핵을 넘어 ‘하야’까지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내가 몸통”이라고 자처한 ‘깃털’ 이영호 전 청와대 비서관의 청와대 개입 고백 이후 이명박 대통령이 비선라인을 통해 직접 보고를 받았을 것이라는 간접 증거도 여러 건 나왔다.

민주통합당은 “이명박 대통령이 몸통”이라고 공격하고 나섰다. 새누리당도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촉구했다. 어쩌면 이 대통령은 자신이 그토록 싫어하던 ‘무상급식’을 맛보아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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