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과 달리 아직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이 불지만 계절은 어김없이 겨우내 마른 나뭇가지에 푸른 물을 들인다.
나무들이 수액을 빨아올리며 새 봄의 활기를 전할 때 쯤 개나리부터 진달래, 벚꽃 순으로 꽃망울이 터지는 4월이다. 서울에서 가장 화려한 꽃잔치가 벌어지는 곳은 다름 아닌 조선왕조의 역사가 그대로 보존돼 있는 궁궐이다.
경복궁은 조선 건국과 함께 세워진 대표적인 궁궐이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으로 소실됐으나 구한말 흥선 대원군이 중창했다. 근정전 뒤쪽으로 돌아 들어가면 신록을 머금은 나무와 화사한 꽃이 방문객을 반긴다.
마침 경복궁은 1일부터 경회루 특별 관람을 시작했다. 하루 세 차례(오전 10시, 오후 2시·4시) 둘러보며 문화유산해설사의 설명을 들을 수 있다. 경복궁 야간 개방도 있다. 야간개방은 4월 넷째 주나 5월 첫 주 단 6일간 진행한다.
경복궁에서 안국동 방향으로 걸어갈 수 있는 창덕궁에도 봄맞이 행사가 마련됐다. 가장 눈길을 끄는 행사는 이 달 4~6일 보름달이 뜨는 오후 8시 부터 문화유산해설사의 해설로 궁을 둘러보는 ‘달빛 기행’이다. 다.
도심 한복판에서 달빛을 온몸에 맞으며 궁궐 산책을 즐길 수 있다. 또 인공조명 없이 달빛만으로 은은한 자태를 드러내는 봄꽃 사이를 거니는 신비로운 체험도 하게 된다. 하루 관람인원은 100명으로 제한한다. 인터파크(www.interpark.com)에서 예매해야 한다.
창경궁은 조선시대부터 유난히 나무와 화초를 많이 가꿨던 궁궐이다. 앵두나무, 자두나무 살구나무 등의 봄 꽃이 지천이다. 지난 가을 낙엽을 밟기 위해 찾았던 시민이라면 새롭게 움을 틔우는 연록색의 새 잎을 만나는 일만으로도 기분이 밝아진다.
창경궁에서는 ‘궁궐의 우리나무’의 저자 박상진 교수가 진행하는 수목강의도 준비하고 있다. 상세한 일정은 창경궁 홈페이지(cgg.cha.go.kr)에서 볼 수 있다.
■ 문의 = 경복궁(02-3700-3900)
창덕궁(02-762-8261)
창경궁(02-762-4868)
덕수궁안내소 02-771-99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