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못할 합창, 하나 되어 연결되어
잊지 못할 합창, 하나 되어 연결되어
  • 이승희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12.04.14 0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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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희의 소통과 관계
▲ 이승희 (주)커뮤니케이션웍스 대표.

최근 지도교수님과 식사하다 재미난 얘기를 들었다. 교수님께서는 뒤늦게 공부하는 아들 때문에 사모님과 함께 손자 육아를 돕기 위해 해마다 몇 달은 미국 산타클라라에 머무르신다. 작년에 사모님과 함께 손자 숙제를 돕다 생각난 아이디어가 발단이 돼 그 곳에 대한 노래를 만드셨단다.

산타클라라에 대해 공부하고 노랫말을 만들어 아는 분께 작곡을 부탁드렸고, 그 분이 작곡 후 아는 일본인에게 편곡을 부탁, 그야말로 글로벌한 협업 끝에 최근 곡이 완성되었다 하셨다. 이번 미국행에서는 손자가 다니는 학교 음악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아이들이 그 곡을 합창하는 동영상을 만들어 인터넷에 올릴 계획이라 하셨다.

교수님의 말씀을 듣자 지휘자 겸 작곡가 에릭 휘태거(Eric Whitacre)가 떠올랐다. 그는 사이버 공간에서 국경과 인종, 나이, 성별을 초월해 58개국 2000여 명의 목소리를 천상의 화음으로 엮어낸 ‘가상합창단’의 주인공이다.

그는 자신의 소녀 팬이 유투브에 올린 동영상을 보고 ‘가상합창단’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서로 다른 곳에 사는 사람들이 각각 합창곡의 성부를 나눠 부른 영상을 온라인에 올리면 이걸 합쳐서 ‘가상합창단’을 조직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먼저 ‘빛과 금(Lux Aurumque)’이라는 자신의 곡을 직접 지휘한 영상과 각자의 녹화요령을 유투브에 올리고 이에 맞춰 노래를 불러줄 가상 합창단원을 모집했다. 12개국에서 185명이 각각 테너와 베이스, 소프라노, 알토 등 자신의 성부를 부른 동영상을 담아 유투브에 올렸다. 이를 모아 마치 합창단이 한 자리에 모여 자신의 지휘에 맞춰 노래하는 것처럼 편집영상을 만들었고, 이는 유투브에서 60일 만에 100만 조회 수를 기록했다.

그가 두 번째 가상합창단 프로젝트 ‘Sleep'을 추진하자 전 세계 58개국에서 2051명의 비디오가 도착했다. 이 나라 저 나라에서, 남녀노소, 각양각색의 단원들이 내는 목소리는 장엄하고 아름다운 화음을 이루었고 편집된 영상은 무척 경이롭다. ‘커다란 무엇인가에 소속된 느낌’, ‘많은 사람들이 비전을 함께 하는 느낌’ 그 자체이다.

에릭 휘태커는 합창단원들이 자신의 목소리 영상을 유투브에 올리는 것을 ‘각자의 고독한 섬에서 메시지를 담은 병을 띄워 보내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그리고 ‘사람은 누구나 교류하려는 욕망을 갖고 있는데, 하나의 꿈을 같이 했던 프로젝트 참가자들은 실제로도 연결되는 느낌을 갖게 되었고 모두 한 가족처럼 친밀해졌다’고 강조했다.

‘가상합창단’은 우리가 서로의 경험과 목표를 함께 한다면 언제 어디서나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다는 것을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우리 마음속에 자리하는 연결의 꿈, 하나 되는 꿈은 무엇일까. ‘버추얼 단결심’의 본질은 무엇이고 우리는 그 힘을 어떻게 서로를 위해 활용할 수 있을지 무척 궁금하다. 특히 올해는 정치적 영역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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