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 복지의 당위성에 대하여
보편적 복지의 당위성에 대하여
  • 이종훈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12.04.04 0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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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 교수의 세상읽기
▲ 이중훈 명지대 법대 교수·변호사

일반적으로 복지란 말을 떠올릴 때 생각나는 것은, 어렵고 못하는 사람을 도와준다는 뜻일 것이다. 거지나 병자와 같이 자신의 힘으로 자립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시혜적인 혜택을 베푸는 일이 생각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논란이 되어왔듯이, 보편적 복지가 옳으냐 아니면 선별적 복지가 옳으냐의 문제를 판단함에 있어 이제까지 우리가 생각해 왔던 상식과는 다른, 경제전반에 걸쳐 복지가 미칠 영향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본다. 더구나 이번 선거철에는 각 당마다 복지공약을 내놓아 더욱 관심을 끄는 부분이며, 결국 국민의 표를 가를 중요한 변수가 됐다.

먼저 생각해 볼 것이, 복지란 자본주의의 근본적 문제점인 양극화를 해소함으로써 자본주의를 발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요소란 점이다. 자본주의는 자본을 소유한 사람이 비교우위에 섬으로써 그대로 두었다가는 경제적 독점으로 인해 양극화가 가속화된다는 사실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미국의 대공황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양극화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쟁에서 낙오된 사람들에 대한 최소한의 삶을 보장할 수 있는 복지의 개념이 필요한 것이며, 이러한 복지의 개념이 무너진다면 결국 자본주의의 몰락을 가져올 지도 모를 매우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생각해 볼 것이, 복지란 수요를 창출하여 경제의 활력소가 된다는 점이다. 어려운 자를 도와준다는 단순한 차원이 아니라, 일정한 기준에 따른 복지를 베푼다는 것은 복지의 수혜자로 하여금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하게 될 것이고, 이는 경제 전반에 걸친 사이클을 안정적이고, 건전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여유자금이 없는 사람의 경우에는 복지의 혜택이 고스란히 수요의 창출로 직결되는 효과가 발생하게 될 것이다.

다음으로, 복지는 경쟁에서 낙오된 자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부여하게 됨으로써 치열한 경쟁 속에서 우리 사회를 더욱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는 요소가 될 것이다. 경쟁을 통해 낙오된 자들에 대해, 그 책임을 모두 그들에게 돌리고, 그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사회가 도와주지 않는다면, 낙오된 자들은 절망할 것이고, 이는 곧 사회불안으로 이어질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인간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이상적인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우리는 낙오된 자들에게 다시 갱생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 줘야 할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복지만이 그 해결책인 것이다.

다음으로 복지는 선별적 복지가 아니라, 보편적 복지가 되어야 한다. 재벌총수나 서민이나 동등하게 의료혜택을 받고, 무상급식을 받는다는 사실을 통해, 세금을 많이 내건 적게 내건 간에 상관없이, 동등한 복지혜택을 받는다는 점이 결국 우리사회를 안정적으로 이끌 것이며 인간존중의 사상을 실현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혹자는 이러한 보편적 복지를 하기 위해 많은 돈이 필요한 것인데, 이를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에 대해 걱정한다. 물론 일리 있는 지적이나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있다. 즉, 지금과 같이 느슨한 세금정책이 아니라 소득세든 법인세든, 많이 돈을 버는 사람에게, 그들이 돈을 많이 벌게 된 것이 자신들의 능력 만에 의한 것이 아니라 사회전체가 기여하였다는 전제하에 세금을 보다 많이 내는 구조로 가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다. 법인세를 올리면 기업이 투자를 안 한다는, 있는 자만을 위한 검증되지 않은 논리에 의해 우리 사회를 끌고 간다면 결국 우리사회는 1%만을 위한 어려운 지경에 빠지게 될 것이다.

국회의원선거가 끝났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으로서 중요한 정책과 법을 만드는 일을 한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서, 여야 야를 떠나 국회의원으로 구성되는 입법부는 보편적 복지를 구현하기 위한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할 엄숙한 책임을 실천해야 한다. 이 길만이 우리 모두가 원하는, 안정적인 기반 위에서 번영하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초석이 되리라는 점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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