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S Map으로 읽는 서울 19대 총선
GIS Map으로 읽는 서울 19대 총선
  • 송규봉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12.04.14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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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역은 민주당, 부자동네는 새누리당 여전히 강세

3억 이상 아파트 14곳 중  10곳 새누리당 승리
2억 미만 아파트 18곳중 13곳 민주 ·진보 승리

▨ 새누리 16석, 민주 30석, 진보 2석

국회의원 선거는 새누리당 152석, 민주통합당 127석, 통합진보당 13석, 자유선진당 5석, 무소속 3석으로 종료되었다. 야권연대의 이름으로 합산하면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통합’ 의석수는 140석으로 새누리당이 승리를 거두었다. 246석 지역구 기준으로는 새누리당 127석, 민주통합당 106석, 통합진보당 7석, 자유선진당 3석 등으로 마감된 것이다.

총선 다음날인 4월 12일 새누리당 박근혜 위원장은기자회견문을 발표했다. “지난 4년간, 국민 여러분께 여러 가지 실망을 드렸는데, 이번에 정말 마지막 기회를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비대위를 만들고, 어렵고 힘든 길을 걸어온 지 100일이 넘었습니다. …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갈등과 분열입니다. … 먼저 저희 당 내에서부터 계파니 당리당략이니 하면서, 분열과 갈등으로 국민들께 실망을 드리는 일이 없도록 할 것입니다.… 이번에 새누리당을 선택하지 않은 분들도 새누리당을 지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사실상 대선 전략의 심경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 총선은 ‘박근혜의, 박근혜에 의한, 박근혜를 위한’ 선거로 귀결되었다. 새누리당은 원내 제1당이나 과반의석 확보를 공식적인 목표로 내세운 적 없었다. 오히려 민주통합당에서 제1당, 과반의석 확보를 목표로 뛰고 있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 100석이라도 감사히 받겠다던 새누리당은 과반의석을 확보했고, 과반의석을 목표로 뛴 민주통합당과 야권연대 진영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결과에 실망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선거가 종료된 시점에서 아직 민주통합당 대표의 공식 논평은 없다. 총선 당일 밤늦게 상황실을 책임진 선거대책본부장의 논평이 유일하다. “민주통합당은 여러 미흡함으로 인해서 현 정부·여당에 대한 심판 여론을 충분히 받아 안지 못했다. 실망시켜드려 죄송하다. … 그러나 저는 오늘의 결과가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위원장의 새누리당이 지난 4년간 만든 재벌특권 경제와 반칙과 비리의 정치에 대해 국민이 용인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민주통합당은 오늘의 의미를 깊이 반성하고 새겨서 국민이 기대고 의지할 수 있는 정당으로 거듭 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할 것이다.”

▨ ‘미래의 프레임’새누리 vs ‘과거의 프레임’민주당

새누리당은 치열했고 민주통합당은 절박하지 않았다. 박근혜 위원장의 ‘비상대책위원회’ 100일은 흩어진 보수층을 결집시키고 가능한 최대치의 변화를 시도했다. 당명, 당색, 당헌까지 바뀌어 ‘한나라당’이라는 유산에서 변경가능한 모든 것을 바꾸려고 애썼다. 12월 대선을 염두에 두고 정권연장에 사활을 걸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미래의 프레임’에 모든 역량과 자원을 집중시킨 것이다.

반면, 야권진영은 ‘과거의 프레임’으로 선거를 이끌었다. 이명박 정권의 실정을 심판하자고 했다. 지난 4년이 괜찮았는지 묻고 ‘정권심판’을 호소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이름과 색채를 전면에 내걸고 과거에 대한 평가와 과거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 선거 전략의 토대를 세웠다.

물론, 뚜렷한 대권후보도 없었고 단일화된 대세론의 대결구도도 없었으니 메시지는 분산되고 과거 회상형으로 흩어졌다. 결정적으로는 공천과정에서의 패착이 크다. 새누리당이 ‘혁신을 통한 대선승리’라는 확고한 기준이 있었던 반면, 민주통합당은 ‘대선을 위한 세력배분’의 양상을 보였다. 유권자들이 기대하던 명징한 메시지 없이 당내 제세력 간의 힘겨루기와 지분각축으로 비추어진 측면이 크다.

▨ 박근혜 대세론의 한계를 드러낸 서울

대한민국의 어떤 정치세력에게도 수도권은 전략적으로 중요하다. 수도권의 중요성은 각 세력이 지방에서 확보한 정치력에 의해 진가가 달라진다. 19대 총선 수도권에서 새누리당은 43석, 민주통합당은 65석, 통합진보당은 4석을 확보했다. 지역구 의석수 264석 중 112석으로 42%에 해당한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의 기준으로 보면 전체 유권자의 약 48.9%로 절반에 가깝다.

새누리당은 영남권을 잘 지키고 충청강원에서 선전했고 수도권에서 패배했다. 반대로 민주통합당은 수도권에서 승리했고 부산에서 교두보를 확보했으나 호남을 제외하고는 영향력이 축소되었다. 지난 18대 총선 및 5기 지방선거와 가장 커다란 변화를 보인 곳은 충청, 강원, 인천 서해안 벨트이다. 이명박 정부가 책임진 선거와 박근혜 위원장이 진두지휘한 선거의 차이라 볼 수 있다.

대북안보, 좌파논쟁, 천안함 효과는 ‘박근혜 대권론’를 기준으로 지역적 전열을 재정비한 것이다. 단적으로 세종시와 충청권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은 반감의 대상이지만, 원칙을 지키고 육영수 여사의 고향이라는 정서적 호감까지 맞물렸다. 그렇기에 ‘충청연고’를 내세웠던 ‘자유선진당’은 ‘박근혜 대망론’을 빗겨가지 못하고 존폐의 위기를 맞았다.

정치학자 김민전 교수는 서울시의 선거결과에 대해 ‘박근혜 대세론의 한계 또한 동시에 드러낸 결과이다. 박근혜 바람이 수도권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20~40대의 젊은 사람들이 많은 지역에서 특히 박근혜 위원장의 노선에 동의하지 않는 세력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줬고, 야권은 서로 연합하지 않는 한 지지를 얻기가 어렵다는 것을 확인한 선거’라고 분석했다.

침울한 민주통합당에게는 수도권의 선거결과가 대선을 향한 바탕이자 희망의 근거이다. 수도권에서 확인된 지지의 DNA를 해석해서 이를 전국화해야만 하는 숙제를 떠안았다. 새누리당에게 수도권은 새롭게 민심을 얻어야 할 마지막 승부처로 인식될 것이다. 이번 총선도 어느 한 세력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지 않았다. 의석은 절반구도로 양분되었고, 지리적으로 수도권과 지방의 차이로 답을 했다. 대선을 본고사라고 한다면 이번 총선의 성적을 누가 어떻게 해석하고 변화시킬지가 주목된다.

▨ ‘안일한 자만’꾸짖은 유권자들

200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르 클레지오(Le Clezio)의 언급은 이 대목에서 경청할 만 하다. “평소 작가의 역할은 무엇인지 생각한다. 병든 사람들에게 약을 주는 역할 아니냐고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약간의 편두통을 주는 것이 작가의 소임 아닌가 한다. 사람들에게 생각하게 만드는 것, 세상이 직면한 문제를 알리는 것, 그럼으로써 사람들이 창의력을 발휘하게 하는 것 말이다.”

이번 19대 총선에서 민심은 그 어느 세력의 손도 확고하고 압도적으로 들어주지 않았다. 투표장으로 나선 한 표 한 표는 각자의 개별적 선택으로 지역별로 집계되어 전국적인 판세를 만들어낸다. 마치 한 장 한 장의 모자이크가 모여 거대한 수천만의 메시지로 형상화된 형국이다.

정치세력은 대부분 정치현안에 대해 ‘답’을 제시하려 한다. 그러나 민심은 진정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어느 경영학자의 표현대로 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단어는 ‘몰라’이다. 유권자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는 겸허함과 스스로 마음을 낮추는 하심(下心)에서 출발하라는 것이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고 확신할 때가 더 위험하다. 지난 4년의 국정과 이번 선거과정에서 보여준 정치권의 행보에 대해 표심은 ‘그게 다가 아니야’라고 말하고 있다. 여당의 안정 의석 확보가 지난 4년 정치에 대한 ‘만족스런 찬성’이 아니며 4년 실정에 대한 비판만으로 ‘대안세력’이 저절로 될 수 있을 거라는 ‘안일한 자만’을 꾸짖은 것이다.

연달아 다섯 번째 출구조사마저 빗나갔다. 이번에는 방송3사가 70억 원을 들여 70만 명에게 물었다고 했다. 투표를 마치고 나온 유권자들에게 직접 물었는데도 유권자들은 속내를 있는 그대로 알려주지 않은 것이다. 100억 원을 들여 100만 명에게 물으면 나아질 것인가? 답은 쉽지 않다. 민심을 조사하고 분석하고 예측하는 영역에서는 난감할 따름이다. 어쩌면 민심은 조사예측 대상이 아닐지도 모른다. 오히려 마음을 읽고 이해하고 공감하는 영역인지 모른다. 그러니 설문지를 들이밀며 ‘진실을 말해봐’라고 했을 때 민심은 어찌 답할 것인가?

원점 아닌 원점이다. 19대 국회에 진출하는 의원들, 다음 정치를 준비하는 정당들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야 할 시점이다. 어설픈 분석과 해석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무엇을 놓쳤나 어떻게 하면 여론조사를 하지 않고도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공감하고 박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인지 되물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분석은 선거결과가 아니라 정치인 스스로 무엇을 듣고 읽었는지 무엇이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았는지 되짚는 것이다.

▨ 20·30대 투표율 예상보다 낮아

투표율= 투표율이 목말랐던 진영에서는 20~30대의 선거참여를 중심으로 높은 투표율을 기대했으나 지난 지방선거에 비해 낮았다. 반드시 투표해야만 할 이유와 근거를 제시해 투표장으로 발걸음을 이끌어 오는 데 부족했다. 낮은 투표율에 운명을 기대는 정치가 좋은 정치일 리 없다. 20~30대 인구비중이 높은 관악갑(54.7), 관악을(53.7), 강남갑(50.1), 광진을(53.9), 동작을(50.5), 강서갑(54.3) 등에서 서울 평균 투표율 55.5%보다 낮은 곳들이 대부분이었다. <출처 :  2011년 12월말 통계청 연령별 인구데이터>

가격대=  낮은 투표율은 ‘세대간의 전쟁’이 될 거라는 판세예측을 확인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대신 간접적으로 소득수준을 짐작할 수 있는 아파트 가격대를 살펴보았다. 2011년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서울시 아파트 기준시가 데이터 204만 호를 48개 선거구별로 재분류한 결과 아파트 호당 평균값은 2억9350만 원이고 중간 값(25번째 값)은 1억8031만 원으로 확인되었다. 호당 가격 3억 원을 중심으로 상위는 7.2억까지 하위는 1.0억까지 편차가 있다.

아파트 평균가 3억 원 이상인 지역 14개 중 10개 지역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했다. 야권이 승리한 곳은 영등포을, 광진을, 성동갑, 마포갑 4곳이다. 반면, 아파트 평균 호당가가 2억 원 미만 지역 18개 선거구 중 5곳(강서을, 노원갑, 서대문을, 양천을, 은평을)에서 각각 새누리당 후보 김성태, 이노근, 정두언, 김용태, 이재오 후보가 득표율 3% 내외 박빙으로 당선되었고,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이 13석을 얻었다. 아파트 가격 외에도 후보자 특성과 지역적 이슈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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