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색패턴의 생명력, 홍경택
원색패턴의 생명력, 홍경택
  • 정민희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12.04.16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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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s 3 세부 이미지

일상의 사물인 볼펜, 연필, 책 등을 화면 전체에 배치하고 화려한 원색의 조합으로 강한 생명력을 뿜어낸다.

필기구 연작에서 서재시리즈, 2000년 이후에는 <훵케스트라 Funkestra> 시리즈(60년대 후반 아프리칸, 아메리칸 고유의 문화 Funk로부터 교감을 나누는 것)를 선보이고 있다. 2007년 홍콩 크리스티경매에서 <연필 I>로 백남준 이후 최고의 한국작가로 꼽히며 최고 7억7000만원의 낙찰가를 기록한 홍경택이다.

옵아트(Op art)를 떠올리게 되는 깔끔한 배경의 패턴화 된 도안은 서울예고 재학시절부터 디자인 과목에서 가장 우수한 평가를 받았던 사실과 무관치 않다. 기하학적인 재배열과 원색의 더미들을 반복함으로써 초현실적인 형상주의와 팝아트의 가벼움을 함께 소화해낸다.

2000년대 상반기를 지나며 중국을 중심으로 동아시아 미술시장이 급부상하게 된다. 그 화풍의 주류였던 극사실주의와 팝아트는 한국 컨템포러리 시장에서 홍경택을 중심에 서게 했다.

빈틈없는  화려한 패턴을 빽빽이 규칙적으로 채운 것을 보면 강박적인 땡땡이 작업을 하고 있는 일본의 쿠사마 야요이에 적극 공감을 가졌음을 읽을 수 있다.

그래픽적인 정형화된 화면위 네 모서리에 대중적인 단어 LOVE, HOPE, FUNK 등의 활자로 도상학적 가치를 준다. 그 가운데에 이중법적 해석으로 보이는 유명인의 초상회화로 시선을 집약시킨다. 그 예로 반 고흐, 십자가 처형된 예수, 존 레논, 마릴린 먼로가 등장한다.

2010년 뉴욕 개인전에서 <펜>연작을 선보였으며 <펜3>작품은 2000년부터 10년에 걸쳐 완성한 8m의 대작이다. 생활 속의 가벼운 사물을 통하여 폭발적인 생명력을 가진 유기체로 변형시킨 그의 작품 속에는 삶과 죽음, 종교와 세속에 관한 이야기도 담겨 있다.

화려한 색채와 그래픽적인 깔끔한 질감의 필기구들이 무한증식으로 화면을 구성하며, 과장된 크기와 대조되는 여백 부재는 현실의 강박이라는 극단으로 표현할 수 있다.

현대 사회의 편집증적 성향을 반영한 홍경택의 작품에서, 우리의 인생도 쉽게 지나치는 가벼운 것들이 반복되고 그것들이 모자이크처럼 모여 또 다른 변화와 계기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본다.

■ <Full of Love> 홍경택展. 두산갤러리 서울. ~4월 29일까지. 02)708-5050

▲Pens 3, 259X776cm, oil on linen. 2001-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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