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침묵 조성준
시간의 침묵 조성준
  • 정민희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12.04.29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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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희의 마음으로 미술읽기<29>
해와 달 Oil on linen, 118.2x116.1cm,  1997-2012

여유로운 관람공간이 아닌 산만한 아트페어 전시장은 관람객도 많지만 작품도 많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팔기 위한 시장이기에 더욱 컬러풀하거나 집에 두기 좋거나 한 것이 대부분이다. 때로는 작품을 사려는 콜렉터들도 분위기에 휩쓸려 여기저기 눈에 익숙한 작품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한국의 컨템포러리 시장에서 사뭇 독특한 분위기의 작가를 발견하고 혹시나 외국작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처음에 가졌다. 고전적 르네상스분위기의 분위기라고도 할 수 있는 독특함이 배어나오는 화가 조성준의 작품이었다.

‘재현’이라는 형식을 빌려 문방사우를 비롯한 창문이 있는 공간, 파이프오르간 및 시간의 흔적이 느껴지는 대상을 표현한다. 신비한 분위기를 주는 요인 중 하나는 필터를 끼고 보는 것 같은 부드러움이 화면 전체에서 깔려있다.

부분적으로 보면 대단한 인내심 끝에 나온듯한 고도의 집중력과 밀도감이 작가의 내공을 보여준다. 보통 한 점을 완성하는데 3년에서 10년까지 소요된 작품도 있다고 한다.

70년대 초 미국으로 건너가 쿠퍼유니온대학에서 장학생으로 선정되었고 세계유수의 재단으로부터의 수상경력을 갖는 등 해외에서 더 작품성을 높이 사고 있다

최근 완성된 작품 ‘해와 달’은 1997년에서 2012년까지 15년에 걸쳐 작업을 진행했다. 안정적인 대칭구조에 사물과 풍경을 은유적으로 배치함으로 과거와 현재가 중첩되는 느낌이다.인물 소품에서도 여성이 잠자는 얼굴을 작가 특유의 시선으로 분할해 유연한 표현을 연출한다.

가끔은 하늘이 배경이 되기도 하고 조성준의 전체적인 갈색 톤이 주는 이미지는 과거와 현재의 초시간성과, 현실로부터 떨어진 잠재의식을 드러나게 한다.조성준의 작품 앞에서는 현실의 일상성에서 오는 삶의 무게를 버릴 수 있을 것 같다.

예술이 보여줄 수 있는 유토피아적 이상을 다시 깨닫게 되면서 얻는 가벼움이다.

■조성준 展   ~ 5월 6일. 인사갤러리. 02)735-2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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