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 Seoul’과 ‘청책(聽策) 워크숍’의 차이
‘Hi Seoul’과 ‘청책(聽策) 워크숍’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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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5.04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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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이 취임한 뒤 서울시의 각종 정책과 사업 이름에 붙던 외래어, 또는 외국어가 속속 자취를 감췄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예가 ‘Hi Seoul’이다. 전임 시장 당시 서울시의 브랜드화를 위해 붙인 이름이 바로 ‘Hi Seoul’이었다. 이런 이름은 서울에 사는 시민의 관점보다 외부인의 관점을 우선한다는 느낌을 준다. 전임시장은 서울을 세계 도시 가운데 높은 순위에 올려놓겠다는 비전을 강조했다.

서울시는 해마다 5월 ‘Hi Seoul Festival’을 대대적으로 벌였으나 올해는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아직 ‘Hi Seoul’을 공식 폐지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10월쯤 ‘Hi Seoul Festival’을 개최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꼭 개최한다는 확언은 아니었다. 시장이 바뀜에따라 인구 1000만 도시의 정책과 사업방향도 180도 바뀔 수 있다.

정권도 마찬가지다.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겠다며 나선 이명박 정부도 전임 노무현 정부를 대상으로 ABR(Anything But Rho) 정책에 집착한 것으로 평가된다.박원순 시장이 이처럼 전임시장을 전면 부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박 시장이 추구해온 가치와 실현방식이 현 정권과 다르기 때문에 중앙정부와 마찰을 빚고 있다.이런 마찰은 쉽게 눈에 띄기 마련이어서 박 시장의 행보가 더욱 돋보이게 된다.

하지만 박 시장은지난달 취임 6개월을 맞아 “아무것도 안 한 시장이 되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임기 안에 가시적인 실적 쌓기에 급급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취임 직후 첫 결재를한 초중학교 전면무상급식도 이미 서울시의회가 의결을 마친 사안이었고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 서울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뉴타운 대책 등 굵직한 사안 대부분이 그렇다.

박 시장은 여기서 새로운 길로 한 걸음 더 내딛고 있다. 바로 지난해 11월 26일 중부여성발전센터강당에서 ‘희망온돌프로젝트 발전 방안’을 주제로 시작한 청책워크숍이 그것이다. 현장에서 주민의견을 청취한 뒤 보완해서 정책을 집행한다는 청책(聽策)은 이제 ‘Hi Seoul’을 대신할 서울시의브랜드가 됐다.

이는 리더의 과감하고 신속한 결단과 정반대의 정책집행 방식이기도 하고 정말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은’ 시장의 ‘알리바이’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낯설기 그지 없는 이런 정책결정 방식이 가장 민주적이라는 점에서 기대 섞인 눈길을 보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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