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매일밤 불법광고물과의 전쟁
서울 시내 매일밤 불법광고물과의 전쟁
  • 이계덕 기자
  • 승인 2012.05.08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턱없이 부족한 자치구 현수막 게시대, 낮은 효과로 시민 외면
▲ 중랑구 광고물정비팀에서 수거한 불법 광고물.[사진=이계덕 기자]

매일밤 서울 강남의 거리는 전단지와 포스터가 가득하다. 버스정류장, 구두방 뒷면, 공중전화 박스 등 보이는 곳마다 포스터와 현수막이 어지럽게 널려있다. 최근에는 ‘현수막을 들고 한 자리에 서있는 인간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서있는 ‘피켓맨’도 등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광고는 현행법상 모두 불법이다.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에 따르면 광고를 위한 현수막이나 포스터는 구청이 지정한 게시대에만 걸도록 하고 있다.

■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현수막 게시대

▲ 신종 불법광고 강남역 피켓맨.[사진=이계덕 기자]
서울시 각 자치구도 현수막 게시대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관리하는 주체와 게시방법 그리고 비용 등 자치구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광진구의 경우 2012년 5월 현재 능동 어린이대공원 후문과 강변역 세양아파트 옆, 잠실대교 북단의 3개의 현수막 게시대를 운용하고 있다. 강변역과 건대역 앞에 2개의 ‘전자LED게시대’를 합쳐도 5개 뿐이다.비용도 문제다. 구청의 현수막 게시대를 사용하려면 도로점용료와 수수료를 내야한다.

현수막을 제작하고 설치와 철거까지 한 곳에 현수막을 게재하는데 대략 10만원 가까이 내야한다. 현수막 게시대에 걸 수 있는 물량한정으로 당첨이 되는 것도 쉽지 않다. 광고를 걸고자 하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또 현수막 게시를 통한 광고효과도 미지수다. 시민들의 눈길을 끌지 못하기 때문이다.

광진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시민은 "구청의 현수막 광고는 배정받기도 어려울뿐만 아니라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 비해 광고효과는 거의 없는 것 같아 사업자들이 선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 자치구, 현수막 게시대 운영 현황

종로구는 달 구청 홈페이지를 통해 현수막게시대 신청을 받는다. 추첨을 통해 게시대 번호가 결정이 되면 현수막을 직접 제작·설치·철거까지 직접 해야 한다. 마포구와 용산구, 노원구는 위탁관리업체를 통해 접철식 게시대를 운용하고 있다. 위탁업체가 현수막을 제작해서 직접 부착과 철거까지 완료해준다.

성동구는 도시관리공단에서 현수막게시대를 운용하고 있다. 종로구와 마찮가지로 현수막을 직접 제작해야 한다. 하지만 현수막을 도시관리공단에 제출하면 도시관리공단에서 설치와 철거를 대행한다.중랑구의 경우 관내 업소에 대해 우선적으로 현수막 게시대를 신청받고, 미배정 게시대에 한해서만 관외업소에 제공하고 있다.

서초구의 경우 현수막게시대를 운영하지 않고 전자LED 현수막만을 운영하고 있다. LED 전자현수막 게시대는 전광판에 15초씩 광고를 노출하는 방식이다.

▲ 용산구는 접철식 현수막게시대를 민간에 위탁대행하고 있다.[사진=이계덕 기자]
■ 행정기관이 불법현수막 걸고 민간에는 과태료 폭탄

서초구청은 LED전자현수막을 2007년 도입한 이후 현수막지정게시대를 모두 철거했다.

이에 따라 현수막 제작업체의 일감이 떨어져 영세 상공인의 한숨이 깊어졌다.

현수막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오로지 현수막으로 가족과 종업원들 생계를 책임졌는데 일부 구청에서 ‘LED 전자게시대’로 교체하면서 살길이 막막해졌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정부에서는 불법 현수막 광고를 하면서 서민들에게는 현수막 광고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정부의 불법 현수막은 각 자치구가 각종 지자체 사업을 홍보하기 위해 내건 공고물이다. 현재 서초구와 강남구의 지하철 역에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바로 경찰서와 행정기관등의 현수막이다. 반면, 민간인이 서울 도심의 가로수 등에 현수막을 걸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행정조치가 진행된다.

■ 광고물 정비, 해도해도 끝이 없어

이런 가운데 각 자치구마다 광고물 정비에 상당한 시간과 인력을 투입하는 등 행정력 낭비까지 빚어지고 있다.

중랑구 도시디자인과 광고물정비팀에 한 관계자는 “광고물 정비를 해도 해도 끝이 없다”고 말한다. 매일 “단속을 시행하지만 단속을 하더라도 그 시간대가 지나면 다시 광고가 붙는다”고 말했다. 불법광고를 대행해주는 업체도 생겼다.

심야시간대 특정지역을 선택하면 해당 일대의 전봇대와 버스정류소 등에 포스터 수천 장을 붙이는 일이다.구청은 도시미관을 걱정하고, 영세자영업자는 적은 비용으로 많은 시민들에게 홍보를 하고 싶어한다.

현수막을 제작하면서 생계를 유지하던 옥외광고업자들은 구청의 현수막규제와 LED전자게시판으로 한숨만 나온다. 심야시간에는 불법광고물과 구청 광고물 정비팀이 전쟁을 벌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