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논단-도시철도 기관사의 건강은 승객의 안전
독자논단-도시철도 기관사의 건강은 승객의 안전
  • 한인임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연구원
  • 승인 2012.05.10 1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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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상태에서 선로로 뛰어든 도시철고 기관사의 죽음, 행정당국이 책임져야 한다. 왜냐하면 또 죽을 것 같기 때문이다.

지난 3월 12일 젊은 기관사 한 사람이 자신이 매일 전동차를 몰던 선로에 뛰어들어 사망했다. 그런데 이미 2003년에도 이런 유사 사례가 2건이나 있었다. 이 문제로 2007년이 돼서야 실시됐던 기관사 임시건강진단 결과는 충격이었다. 기관사의 우울증 유병율이 일반인의 2배, 외상후스트레스장애는 4배, 공황장애는 7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긴박하게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한 기관사가 199명(조사대상 827명 중 24.1%)으로 나타났다.

조사가 늦어진 것도 큰 문제였지만 더욱 심각한 문제는 단일 집단의 1/4이나 되는 규모의 질환자들이 사업장에서 어떠한 조치를 받았는가에 있다. 대부분 방치되었다.
이들이 전의 상태로 방치되었다면 거꾸로 도시철도 측은 책임이 없다는 얘기가 된다. 그런데 말이 되지 않는다. 멀쩡한 정신으로 험난한 취업경쟁을 뚫고 입사해 엄격한 신체검사와 직무훈련을 거쳐 기관사가 된 이들이 질환자가 된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첫 번째 물리환경이다.
기관사는 하루 종일 앞만 보면서 좁은 지하터널을 달려야 한다. 필자도 한나절 기관사와 동승을 해 본 적이 있는데 터널로 빨려들어 갈 것 같은 느낌 때문에 눈이 피로하고 속이 메스꺼웠던 경험이 있다.
두 번째 1인 승무이다.
1인 승무는 뒤쪽 전동차에 차장이 없는 경우를 말한다. 혼잡도가 높은 때에는 후미 확인이 잘 되지 않기 때문에 기관사들은 차장의 조력이 없는 경우 승객 안전 때문에 매우 불안하다. 특히 일본처럼 승강장 곳곳에 정규 역무원이 배치되어 승강장 감시를 하며 기관사를 지원하는 체계가 우리나라에는 없다.

따라서 기관사는 아무런 조력을 받지 못하고 수천 명의 승객을 혼자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대표적으로 지적되었던 사례가 2003년의 대구지하철 참사이다. 기관사 혼자 비상 상황을 해결하려다보니 단순했던 사고가 재난이 되어 버린 것이다.

세 번째 이렇게 긴장된 조건에 일하는 사람들에게 그 만큼의 휴식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일이다.
그런데 도시철도 기관사들은 남들보다 못 쉰다. 기관사 수를 부족하게 관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차, 병가를 쓸 수가 없다. 뿐만 아니라 비번이어도 일하러 나가는 경우가 있다. 최근에는 회사의 요구에 의해 암 환자가 수술 하루 전에도 승무를 한 사례도 보고된다. 부적절한 노무관리가 유지되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엄격하게 혼잡도를 관리하는데 혼잡도가 높은 곳은 좋은 시설 조건에서도 2인 승무를 기본으로 유지하고 있다.

또한 승강장에서의 역무지원, 1인 승무 기관사에 대한 사령에서의 전폭적 지원 등은 우리와 상당히 다른 구조를 보여준다. 우리도 무언가 객관적 기준을 가지고 제도를 설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원인 해결과 질환자에 대한 정신건강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기관사 자살은 계속될 것이며 도시철도를 이용할 수 있는 2300만 수도권 인구의 안전도 담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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