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조각’ 개척한 조각가 권오상
‘사진조각’ 개척한 조각가 권오상
  • 정민희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12.05.11 11: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민희의 마음으로 미술읽기<31>
▲ Untitled_2012_c-print, mixed media

전통조각을 다루는 조각가의 애로사항은 무엇보다 혼자서는 하기 힘든 무거운 재료들이다. 조소(彫塑)는 조각과 소조의 합성어로서 재료를 깎거나 빚어서 입체적인 형상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3차원의 입체를 투시할 수 있는 눈과 공간감을 품은 다는 점이 조각가에게는 가장 큰 매력이 된다. 조각가는 흙을 주물러 형상을 창조하는 작업에 매력을 느낀 이들이 대부분이다.

1만5000년 전 프랑스 라스꼬 동굴벽화에서와 같이 조각의 소재는 초기부터 ‘돌’과 같은 영원성을 추구하는 것들이었다. 현대에 와서도 회화, 공예와는 달리 대작이 많고 외부 공간에 영구설치라는 공식이 필요했기 때문에 무게감을 주는 재료가 대부분이다.

최근 미술 장르의 벽이 무너졌다. 회화, 조각 등의 순수미술과 디자인에서도 활발한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장르의 해체 이유 가운데 하나로 자유자재의 재료탐구와 적용을 꼽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벼운 조각’을 원했던 젊은 작가가 있다. 학창시절부터 재료탐구로 새로운 인간의 모습 등을 재현해낸 권오상(38)이다. 이미 10회 이상의 개인전과 유럽 주요미술관에서 전시를 갖는 등 독창성을 인정받은 조각가이다.

그는 ‘사진조각’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선보였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이미지를 모아 활용하기도 하고 사람을 만들 때는 모델을 360도에서 촬영한 뒤 잘라내 부분 부분 다시 붙여나가기도 한다. ‘데오드란트(Deodorant)’, ‘스컬프처(Sculpture)’, ‘플랫(Flat)'이라는 각기 다른 형식의 시리즈가 있다. 그 중 데오드란트는 가벼운 스티로폼의 일종인 아이소핑크 덩어리를 잘라서 형태를 만든 후 준비된 대상의 평면사진들을 조각의 표면에 붙이는 형식이다.

플랫은 명품잡지 광고에서 여러 시계를 오려낸 뒤 철사로 지탱하는 재구성을 마친 조형물을 다시 촬영한 것이다. 평면이 입체가 되었다가 다시 평면으로 되는 과정이다. 소수를 위한 넘쳐나는 명품광고가 차고 넘치는 ‘과다의 허무’를 떠오르게 한다.

권오상은 대상을 재현한다는 공통된 작업을 통해 평면에서 입체로, 입체에서 평면으로 옮겨지는 과정은 반복하며 실물과 이미지,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다. 실제 이미지를 사용하기에 더욱 관객에게 친숙하게 느껴지고 탄탄한 공간감을 가진 지각능력, 깔끔한 작품

마무리는 꾸준한 연구의 결과일 것이다. 세계적인 젊은 작가의 ‘K-아트’가 구축될 때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되길 기대한다.
■ <권오상展> ~6월 24일. 아라리오 갤러리 서울 청담. (02)541-5701)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