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으로 그려낸 공간, 설치작가 박선기
숯으로 그려낸 공간, 설치작가 박선기
  • 정민희
  • 승인 2012.05.25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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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선기, Point of view. Coloring on the mixed media

현대건축에서 높은 천장을 가졌거나 보이드(void·빈 공간)가 있는 건축물이 늘어가고 있다. 공간을 읽어내는 감각과 남다른 재료연구를 통해 국내외 공공장소에 매달린 ‘숯’ 또는 투명아크릴로 흔들림의 긴장감을 주는 작품이 있다.

치유와 공기정화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자연소재 ‘숯’ 덩어리 수만 개를 낚싯줄에 매달아 기하학적 원을 이루거나 고대건축 기둥, 또는 입체적 계단, 일상속의 화분 등의 형태를 만드는 박선기의 작품이다.

작가의 시각으로 공간을 해석해 회화적이며 은유적인 느낌을 주는 설치작업은 이탈리아, 프랑스, 중국 등 국내외 수십 곳의 공공장소에서 볼 수 있다. 2000년대 초 밀라노유학을 마친 후 귀국전 오프닝 때 박 작가와 인터뷰를 가진 적이 있다. 이미 10년이 다되어 가지만 그 시절 역시 어두운 느낌의 소재가 한국미술시장에서 어떠한 반응을 얻을까 의문을 가지며 원하는 설치장소가 어디냐고 물었다. 그는 의외로 “장례식장이  어울리지 않을까”라고 대답했다.

▲ 박선기, 슬라이스 기법의 드로잉
작은 숯 조각으로 에너지를 뿜는 아우라가 가득한 그의 작품은 얼마 후 호텔이나 백화점에 화려한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여기에는 공간 특성에 맞춰 투명 아크릴이나 스와로브스키을 재료로 밝은 느낌을 더했다.

또한 초기의 숯 조각 외에 MDF를 활용한 생활 속 친근한 소재들인 의자, 문구류, 사과, 우산, 가방 등을 납작하게 보이도록 하는 착시효과를 주면서 시점의 변화를 강조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조각의 기본 요소이기도 한 질감을 배제하며 새하얀 색상에 깔끔한 사물의 형태로 또다시 시선의 집중을 유도한다.

최근에는 슬라이스 기법으로 썰어내 시각적 흔들림을 더해주는 시점변화 조각작품이 있다. 그가 지닌 내공 때문에 먹으로 그려낸 아이디어 스케치만 보더라도 머릿속에 완성작이 그려진다. 노력과 시간 투자 없이 자질만으로 절대 완성할 수 없는 것이 드로잉 능력이다.

그는 탁월한 드로잉 이미지를 다시 슬라이스하며 형태의 변화를 유도해 시각적 유희를 주기 시작했다. 평면 드로잉으로 입체를 상상하고 입체는 회화적 감각으로 상상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작가만의 감각적 영역확장이다.

자연으로부터의 소재 숯을 시작으로, 주변의 익숙한 형태를 남다른 조형적인 감각으로 읽어가는 박선기의 작업진화가 어디까지 확장되고 다양화될지 주목해야 한다.

■ 박선기 개인전 <A Slice of Sensitivity>
  ~6월 10일까지, 아트사이드 갤러리
    (02-725-10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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