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끼도리’ 굽는 화가 최수현
‘야끼도리’ 굽는 화가 최수현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2.06.08 10:18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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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잡’ 시작한 뒤 작업 몰입도, 작품 더 좋아져”
▲ 그림 작업과 이자까야 운영을 동시에 하는 최수현 작가.

우리나라 화가나 소설가, 시인이 전업작가로 살기는 힘들다. 팍팍한 살림을 감수하거나 아니면 ‘용인될 만큼’의 ‘술수’를 갖추고 나름 유능한 비즈니스를 펼쳐야 한다. 때문에 많은 작가들이 본의 아닌 ‘투잡’에 뛰어들게 된다.

서초구 서초동 서울교대 건너편, 이른바 ‘교대 먹자골목’에서 시메사바(고등어 초회)를 전문으로 하는 이자까야(일본식 선술집) 주인 최수현 작가도 그런 ‘투잡’ 화가다.

화가로서의 경력도 어디 빠지지 않는다. 81년부터 시작한 ‘겨울 대성리전’ 핵심 멤버로 설치미술에 몰두하다 90년대 말에야 유화 등 평면작업을 시작했다. 늦은 나이에 시작했지만 2000년 대한민국 미술대전 입선을 시작으로 2001년 특선, 2002년 단원미술대전 대상을 받았다.

10월 ‘바움아트갤러리’ 개인전 준비
최 작가는 오는 10월 17일 종로구 원서동 공간스페이스 옆 ‘바움아트갤러리’에서 5번째 개인전을 연다. 그는 “2007년 예술의 전당에서 한국 구상미술 대제전을 가진지 햇수로 6년만의 개인전”이라며 “당초 2010년 경향갤러리에서 초대전을 가지려했지만 여러 사정이 겹쳐 연기됐고 그 사이 갤러리가 문을 닫았다”고 했다.

이번 개인전은 인물을 주제로 한다. 테마 작품은 10호짜리 인물화 33점을 하나의 틀에 담은 대작이다.
최 작가는 “아직 전시회 이름은 정하지 않았지만 ‘대한민국 Now & Here’라는 가칭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귀띔했다.

인물은 모두 ‘아버지’의 얼굴이다. 지난 2008년부터 ‘아버지의 어깨’, ‘아버지의 눈물’, ‘아버지와 술잔’ 등 연작을 그려왔다.

그는 “이번 33명의 아버지 연작은 모두 눈을 감고 있다”며 “시대를 뚫고 살아온, 살아가는 아버지들의 감은 눈에서 더 많은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33명의 아버지는 이 시대를 사는 민중]이기도 하고 동시에 서울의 ‘장삼이사’를 상징하기도 한다.

작품속 아버지들은 해가 뉘엿해지면 화필을 놓고 어김없이 서초동의 가게 ‘주호(酒豪)’에 나와 공들여 촛물을 들인 시메사바를 썰고 야끼도리를 굽는 그와 상통한다.

최 작가는 “그림 작업을 하거나 주점 일을 하면서 가족이 없었다면 이렇게 치열하지 못했을 것이란 생각을 자주 한다”고 했다.

그렇다고 작품까지 일상의 틀에 갇히지는 않는다. 이번 개인전에서 그는 본명을 가리고 ‘최목눈(崔目눈)’이라는 가명을 쓸 작정이다. 눈이 둘인 셈이다. 이런 가명은 그가 활동하는 인터넷 불교 커뮤니티에서 쓰는 닉네임에서 나왔다. 그는 스님을 중심으로 모인 불자(최 작가는 ‘도반’이라고 했다)들 사이에서 ‘목어의 눈물’로 불린다. 범종과 운판과 함께 종루에 걸려 새벽 예불 전 세상의 온갖 수생동물을 위해 울리는 목어를 말한다.

평생 눈 감지 않는 물고기처럼
최 작가는 “목어는 공부를 게을리하던 승려가 죽어 스승의 지팡이가 등에 꽂힌 채 환생한 물고기”라며 “평생 눈을 감지 못하고 공부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손님들과 대작하지 않고 좀 일찍 퇴근하면 송파구 오금동 작업실에서 곧바로 화필을 든다. 일찍 퇴근해도 밤 12시쯤이다. 더 늦을 경우 새벽 3시 쯤 잠자리에 든 뒤 아침 10시면 일어나 작업에 몰두한다. 적어도 하루 5~6시간 이상 화필을 잡는다.

최 작가는 “이렇게 하면서 오히려 작업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졌다”며 “생계 수단이 있다는 점에서 하고 싶은 작업도 충실히 할 수 있다”고 했다. 전업작가로 산다는 점에 대해 그는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그림이 예뻐지는 걸 깨달을 때 견디기 힘든 고통을 느낀다”며 “그림을 팔아야 한다는 강박이 자신의 작업을 방해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설치미술을 할 때 자주 왕래하던 일본에서 많은 작가들이 떳떳하게 ‘투잡’에 나서는 사례를 보았다. 이는 일본뿐만 아니라 유럽이나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미술협회 정회원 3만여 명 중 온전한 전업작가는 20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최 작가는 서양화가 음영일 선생에게서 오사카의 시메사바 장인 모리카와 씨를 소개 받아 일식을 배웠다. 2000만 원을 들여 광진구 아차산역 근처에서 작은 이자까야를 낸 2000년 이후 일이다.

최 작가는 “화가라는 티를 전혀 내지 않는데 알음알음 찾아오는 분들 때문에 소문이 나 난처한 경우도 많다”며 “허물없이 대하던 손님들이 거리감을 두고 바라볼 때 마음이 편치 않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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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늬 2012-10-16 13:48:35
히힛 책자 받았슴다~ 나중에 찾아뵐께용

영원한오빠 2012-06-08 20:51:02
세존아카데미에 올려놓을께요. ^^:
빠른시일내 찾아뵈야되는데...

불타는쌈밥 2012-06-08 17:41:38
와우~^^
전 작품에 매진할수 있게 USB 열심히 공수하겠습니다...ㅋㅋㅋ
주호는 자주가니 머...낮에도 가서 점심먹었습니다~히히
그럼 조만간 USB 가지고 찾아뵙겠습니다. 먹고싶다 고등어초회~쩝쩝

술사냥꾼 2012-06-08 17:20:59
선생님 멋지십니다.^^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늘 그러하셨지만, 넉넉한 웃음 잃지마시고,건강도 신경 쓰시길 당부드립니다.
선선한 바람불때 "최목눈"ㅎㅎ 개인전에 꼭 가도록 하겠습니다.
주호서 먹은 시메사바에 감칠맛이 입안가득 퍼집니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