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 활동가 칼럼-‘공공의료 확충, 더 미뤄서는 안된다’
NGO 활동가 칼럼-‘공공의료 확충, 더 미뤄서는 안된다’
  • 남은경-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팀장
  • 승인 2012.06.08 1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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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료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병원의 대조적인 모습은 2007년 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화 ‘식코’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식코’는 의료보험을 들지 못한 시민들이 병원 치료도 받지 못하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가감 없이 보여줬다. 반면 철저한 공공의료시스템을 갖춘 유럽은 전혀 달랐다.

영화에서 마이클 무어 감독은 프랑스 병원의 수납창구를 찾기 위해 구석구석을 누빈다. 마침내 찾아낸 수납창구에서는 치료비를 받는 게 아니라 환자의 교통비를 정산해 내준다. 얼마전 우리나라에서는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포괄수가제 실시, 만성질환관리제도, 의료분쟁중재조정원 시행 등 정부의 보건의료정책 추진에 제동을 걸며 시행거부를 시사했다.

포괄수가제는 백내장·맹장·제왕절개 등 7개 수술을 할 때 진료량·입원일수에 관계없이 미리 정해진 진료비를 지불하는 제도다. 이미 15년 전부터 과잉진료를 막고 늘어나는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시범시행을 거쳐 도입하고자 하는 제도다. 그런데 의협은 의료공급자로서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시행에 이미 합의했거나 추진이 기정사실화된 정책마저 외면하려 하고 있다.

이들의 의도대로 된다면 민간의료가 90%를 넘는 우리나라 의료현실에서 국민을 중심에 둔 보건의료정책 추진이 어려워질 게 뻔하다. 헌법상 국가는 국민의 생명을 지킬 의무를 지고 있다. 우리 헌법 제 36조 3항에서도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규정한다.

보건의료기본법 제1조에는 ‘보건의료에 관한 국민의 권리·업무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정하고 보건의료의 수요 및 공급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을 통해 보건의료의 발전과 국민의 보건 및 복지의 증진을 꾀하고 있다.

국가는 군인에게 총을 주고 외적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지키게 하는 것처럼, 의사에게 국가의 대국민 생명보호 의무를 위임한다. 그러나 포괄수가제의 단계적 전면실시를 앞둔 현 시점에서, 의료계는 ‘정부가 왜 수가를 통제하고 진료행위를 제한하는가’ 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파업을 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드러내는 등 의료를 사적영역으로 인식하고 국가가 부여한 독점적 권한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의료는 국민의 기본권이며, 의사는 국가로부터 국민의 기본권 수호의 의무를 위임받고 국가로부터의 지원과 의료공급독점권을 부여받았다는 사실을 망각한 처사다.

또 공공의료 비중이 10%도 되지 않는 우리나라 의료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의료를 민간에게 맡겨서 영리수단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가 됐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이나 이해관계자인 의료계의 이기적 주장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국민의 입장에서 최소한 연간 1000명 이상의 공공의료인을 양성해 공공의료의 질과 양을 크게 높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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