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칼럼-도시 농업, 또 다른 ‘상품’이어서는 안 돼
독자 칼럼-도시 농업, 또 다른 ‘상품’이어서는 안 돼
  • 김선정 금천도시농업네트워크 사무국장
  • 승인 2012.06.08 1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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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6일 금천의 주말농장 한 켠에 마련한 텃논에서 아이들과 함께 손모내기를 했다. 옛날이야 모내기는 당연히 손으로 하는 것이 상식이었겠으나, 지금은 ‘손모내기’라 콕 집어 얘기해야 한다. 농업이면 농업이지 굳이 ‘도시농업’이라 표현하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5000평의 땅에 8백 구좌를 나눠 주민들에게 분양했다. 공장부지였던 허허벌판에 흙을 나르고 돌을 고르고 구획을 나누면서 뜻 밖의 사고나 발생할 수 있는 많은 문제들에 대해 먼저 염려하고 고려해야만 했다. 하지만 땅은 결코 인간을 배신하지 않는다.

척박했던 땅에 주렁주렁 오이가 열리고, 땅 속 감자는 알알이 맺혔다. 땅의 힘에 놀라고, 사람들의 정성에 한 번 더 놀란다. ‘경작본능’이라고 했던가? 땅이 주는 선물을 받아본 사람들의 손길은 쉼이 없다. 6월 2일 노들섬에서 모내기에 참여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도시농업원년’을 선포했다고 들었다. 금천구에서 주말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 보면 아주 의미 있는 일임이 분명하다. 그동안 묵묵히 농사를 짓고, 농사의 소중함을 ‘도시민’에게 알려왔던 많은 단체와 활동가들에게, 그리고 수많은 도시농부들에게 확신과 자부심을 주는 일이다.

하지만 왜 이리 마음 한 켠이 불편한 것일까? 잦은 몸놀림과 손짓, 기다림과 인내가 필요한 농사가 하루아침에 뚝딱! 돈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공장에서 물건 찍듯 농사를 돋보일 갖가지 것들이 화려하게 등장하고 있다. 각종 도시농업 박람회들도 화려한 조경사업 쪽이 더 빛을 본다. 빛을 내지 못한 것이 아쉬워서가 아니라, ‘농업’이라는 이름이 박물관의 전시물이 아니라 일상이고 생활이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또 다른 ‘상품’으로서 농사가 활용되지 않았으면 한다.

예쁜 용기에 아기자기 키워내려면 화초가 적격이다. 도시에서 작은 상자에 상추 한 포기 키워내는 것은 ‘볼거리’를 위해서가 아니다. ‘먹을거리’를 위해서다. 농사는 오로지 ‘먹을거리’를 위해서고 ‘먹을거리’는 우리의 ‘삶’을 보여준다. 누구나 쉽고 편하게 주변 환경과 어우러져 생태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도시농업으로 발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

땅은 지역이다. 사람도 지역이다. 도시농업도 지역을 통해 지역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내는 공동체가 되었으면 한다. 한 마을을 통해 모든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예전의 그 삶을 우리도 살 수 있었으면 한다. 눈에 보이는 사업에 쏠려 땅도 잃고 사람도 잃지 말고, 그동안의 진정성과 열정으로 변함없이 뚜벅 뚜벅 걸어갔으면 한다.

이 글은 내 마음 속에 쉼 없이 던지는 작은 돌멩이 같은 외침이다. 누가 어떻다는 비난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원해오던 일들이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을 때 더욱 더 초심 잃지 말고 마음을 굳건히 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 어찌됐든 수고하고 땀 흘리는 모든 사람들께 존경의 마음을 표한다.
농사,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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