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나! 빌어먹을 인디밴드, 8년 만에 때려치웠다!"
"그래. 나! 빌어먹을 인디밴드, 8년 만에 때려치웠다!"
  • 이다원 전 인디밴드 '스위밍피쉬' 보컬
  • 승인 2012.06.12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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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이다원 전 인디밴드 '스위밍피쉬' 보컬
▲ 이다원 작가, 전 인디밴드 '스위밍피쉬' 보컬.[사진=본인 제공]

"그래. 나! 빌어먹을 인디밴드, 8년 만에 때려치웠다!"
주석 :  빌어먹다: [동사] 남에게 구걸하여 거저 얻어먹다.

사실 이건, 8년간 몸담았던 나의 밴드를 향한 수식어는 아니다. 나는, 어느 유명인의 말처럼 오이 몇 개로 연명했던 가난한 뮤지션도 아니었고, 나름대로 음악 하면서 밥값도 충분히 벌며 그 명예도 켜켜이 쌓아갔으니까.

게다가 나에게 있어 밴드 ‘스위밍피쉬’는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을 만큼 굉장한 추억과 이력들을 안겨줬던 고마운 경험 아니던가.

다만, 나는 내가 속해있었던 인디라는 ‘늪’의 세계에 대해 욕을 하고 싶었던 것뿐이다. 창창한 20대의 8년을 이곳에 쏟아부었지만 나에게 가시적 결과 하나 남겨주지 않았던 매정한 그 이름, 언더그라운드!

혹자는 나의 능력을 의심할 수도 있겠지만, 그에 대한 대답은 인터넷 검색창에 내 이름 석 자를 검색하는 것으로 대신하도록 하겠다.

그렇다면 이 세계의 매정함은 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 사회 문제가 늘 그렇듯 외재적 요인과 내재적 요인, 이 모두가 존재한다.

먼저, 외부적 요인! 나는 음악을 하면서 뮤지션의 생계가 정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대중도, 트렌드도 아닌 정치라니,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말인가? 그러나 현실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아주 쉽게 이해될 것이다.

문화의 이해도가 떨어지는 정권이 들어서면서 지역행사 및 여타 공연의 빈도가 현격하게 줄어들었고, 뮤지션들은 하릴없이 생계의 전선으로 내몰리게 되었다. ‘아침과 낮에는 아르바이트, 저녁에는 연습’이라는 일과가 반복되는 매일. 쪽잠을 자면서 예술인의 ‘열정’ 하나로 버티기에는 너무나도 가혹한 현실이었다.

그렇게 1-2년이 지나자 다수의 뮤지션들은 꿈을 접고 생활인으로 돌아갔으며, 그나마 집이 유복한 나머지 뮤지션들은 어떻게든 자신의 음악을 이어나가려고 하지만! 또 하나의 벽에 부딪히게 된다. 바로 엄격한 검열: 심의.

일례로, 이 엿가락 같은 심의 기준 때문에 나의 앨범은 여러 번 퇴짜를 맞았는데, ‘특정상표인 “바비인형”이라는 가사를 써서’, ‘발칙하게 자꾸 솟아올라: “솟아오른”의 주체가 의심스러워서’ 등 하잘 것 없는 이유가 다수였다. 게다가 역사의식에 대한 문제점을 노래로 만든 New Light(새로운 빛) 역시 정치적 편견 때문에 발표할 수 없게 되었다.

이렇듯 생계로 위협받고, 법으로 억압받는 외재적 요인들 때문에 뮤지션의 스트레스는 나날이 늘어났고, ‘밴드 생존권’에 대해 절실해지기 시작하면서 록 씬은 이기적으로 변해갔다. 익명으로 타 밴드의 음악을 짓밟기도 하였고, 선후배 연대의 고리는 거의 끊어져 버려 유대감 따윈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이것은 인디계를 메마르게 하는 내재적 요인이 되었다.

이렇게 안팎으로 조이니 나는 견딜 수가 없었다. 게다가 돈 냄새를 조금이라도 풍기면, 여기저기에서 달려드는 연예계 승냥이들 때문에 ‘음악’ 자체에 환멸을 느끼기까지 하였다. 그래서 나는 내 청춘의 전부였던 ‘스위밍피쉬’와 이별을 결심하게 되었고, 서른이 되던 해 다수의 뮤지션처럼 나 역시 생활인으로 돌아갔다. 내 인생에서 너무나도 허탈하고 억울한 순간이었다.

누군가는 말한다,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그를 따르면 나는 꿈을 위해 불나방처럼 뛰어들었고 현실이라는 불에 데여 장렬히 전사하였으니, 그야말로 ‘청춘’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리 달갑지만은 않은 위로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의 벽에 부딪힌 게 아니라, 충분히 고칠 수 있는 제약에 아팠던 것이므로, 현실에 익사한 내 청춘은 누군가의 고의적 사고 아니겠는가.

이십 대, 반짝거리는 그들의 청춘 역시 익사시키고 싶지 않다면 모두 다 한 번쯤은 자문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특히 현실 부조리나 청년 문제를 취재하고 싶은 이들은 이 질문을 수없이 탐구해야 할 것이다.

바로 이것!

인디 뮤지션이었던 나뿐만 아니라 이 글을 읽는 당신, 그리고 당신의 친구들까지도.

왜, 나는, 나의 꿈을, 버릴 수밖에 없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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