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생적 도시공동체 ‘문래동 창작촌’ 사라지나
자생적 도시공동체 ‘문래동 창작촌’ 사라지나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2.06.29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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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소문에 임대료 ‘껑충’젊은 예술가 속속 떠나, 건물 옥상 생태텃밭도 반토막
▲ 지난해 서울시로부터 ‘2011 시민참여 생활녹화 경진대회’ 대상을 받았던 문래동 생태텃밭이 재개발 바람에 밀려 반토막 났다. [사진=이원배 기자]

재개발 바람에 영등포구 문래동 창작촌이 반토막 나고 있다.
철공소 밀집 지역이었던 문래동 창작촌은 40년 이상 된 낡은 철공소들이 속속 문을 닫으면서 2003년부터 낮은 임대료을 찾아온 젊은 예술가들이 자리 잡은 곳이다.

하지만 올 초 이 지역에 재개발 소문이 돌면서 개발이익을 바라는 토지·건물주 들이 예술작품 철거와 임대료 인상을 요구해 왔다. 지난 3월에는 낡은 건물 옥상을 도시텃밭으로 꾸며온 여성환경연대 생태텃밭<본지 2011년 11월 11일자 ‘문래동 철공소골목 옥상에 머무는 초록빛 햇살’>도 반토막 났다.

건물 공동 소유주 2명 중 1명이 예술가들의 활동을 반대하며 생태텃밭 철거를 요구, 50평도 안 되는 텃밭 절반을 치워야 했다.

문래 생태텃밭은 2011년 4월 여성환경연대에서 지역 공동체 복원 등을 위해 조성하기 시작해 창작촌 예술가들과 인근 철공소 사업자들의 모임터로 자리잡아 왔다. 이 텃밭은 서울시가 주최한 ‘2011 시민참여 생활녹화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생태텃밭은 물론, 젊은 예술가들도 재개발 바람에 뿌리까지 뽑힐 위기를 맞았다. 창작촌을 반대하는 건물주 50여 명은 최근 모임을 갖고 당초 평당 1만 원이었던 임대료를 크기에 관련 없이 30만 원을 하한선으로 정했다.

이에 따라 작업실을 이전하는 입주 예술가들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창작촌에서 작품활동을 해온 한 미술가는 “2007년 20만 원이던 월세가 올해 80만 원으로 올랐다”며 “10년 가까이 비어 있던 공간에 들어오면서 내 돈을 들여 전기ㆍ수도 공사까지 했지만 시설비 한 푼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곧 다가올 7월 말 임대차계약이 만료되는 한 화가는 보증금 250만 원에 월 22만 원이던 임대료가 두 배로 올랐다고 전했다.

서울의 옛 공장 지역에서 뿌리내려 온 예술인 공동체 마을 한 곳이 재개발 광풍에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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