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교권 조례’로 교권 보호 못해… 폐기해야”
[칼럼]“‘교권 조례’로 교권 보호 못해… 폐기해야”
  • 이준순(수도여고 교장) 서울교총 회장
  • 승인 2012.06.29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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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순 서울교총회장

서울시의회는 지난 20일 서울시교육청이 재의 요구한 ‘서울시 교권보호와 교육활동 지원 조례안’(이하 ‘교권보호조례’)을 다수당의 ‘밀어붙이기’로 재의결했다.

시의원들은 정치적 판단이 아니라 교육적 접근을 통해 교권보호조례를 처리했어야 한다.

한국교총이 올해 5월 2일부터 3일까지 전국 초·중·고 교원 23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설문조사에서 응답 교원의 91.4%가 ‘교권보호조례와 학생인권조례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대부분 교사들은 조례가 교권을 보호하기는 커녕 학생인권조례와 충돌해 학교 현장의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작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1년 1학기에 발생한 교권 침해사건은 총 1795건으로 지난 5년간 교육청에 보고된 교권침해 현황을 다 합한 수치인 1214건을 훌쩍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체벌 전면금지와 학생인권조례 제정 이후, 학칙을 어기고 수업을 방해해도 교사나 학교가 나를 어찌할 수 없을 것이라는 학생들의 막연한 해방감과 그러한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지도권마저 상실한 교사들의 무력감 사이의 간격이 더 크게 벌어져 교실붕괴, 교권추락 현상은 하루가 다르게 가속화, 고착화되고 있다.

그렇다면 학교 현장에서 보편화된 교권 침해 현상을 과연 조례로 제어할 수 있을까? 물론 아니라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다.

첫째, 교권보호조례는 현실적으로 문제 행동 학생을 교사가 제대로 지도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교권보호조례는 선언적 의미에 불과하여 별 실효성이 없다.

둘째, 교권보호조례는 비민주적 절차에 논란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교권보호조례는 시민 대상 공청회를 하지 않는 등 시민의 의견 수렴 과정이 없었다.

셋째, 교권보호조례는 법의 안정성을 심하게 훼손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사의 권리와 의무가 이미 초중등교육법, 교육공무원법 등 상위법에 명시돼 있는 만큼 상위법의 위임 없이 조례로 교사의 권리를 규정하는 행위는 법적 안정성에 위배될 수 있고, 더욱이 학생인권조례와 상충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넷째, 교권보호조례가 국가 교육의 근간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조례는 ‘교원은 법령에 따라 교육과정의 재구성, 교재 선택 및 활용, 교수학습 및 학생평가에 대해 자율권을 갖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자칫 교사의 이데올로기 수업을 정당화 할 수 있고 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평가에 대해서도 교사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상위 법령에 학교장의 권한으로 규정된 사항과 교사의 권리가 충돌됨에 따라 법으로 보장된 학교장의 학교경영권이 훼손될 수 있다.

다시 말해 학교교육계획, 교육과정, 그 밖에 교육활동 전반에 관하여 학교구성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그 결과를 학교운영에 적극적으로 반영케 함으로서 학교장의 권한과 책임이 약화되고 이에 따라 학교 운영상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서로 다른 권리 주체의 틈바구니에서 상반되는 두 권리가 서로 충돌되는 상황이 연출될 때 그 폐해를 고스란히 학교가 감내할 수밖에 없다면 학교 내 갈등을 조장하는 암적 요소가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교권보호조례가 반드시 폐기되어야 하는 합당한 이유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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