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언의 세상 톱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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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주언 전 한국기자협회장
  • 승인 2012.07.06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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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문’과 사람냄새 나는 마을 만들기
▲ 김주언 전 한국기자협회장

용사참사를 다룬 영화 ‘두 개의 문’이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두 개의 문’이 개봉 8일 만에 관객 1만 명을 넘어섰다. 저예산 다큐멘터리 독립영화가 이토록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는 게 놀랍다.

‘망각의 문’에 갇혀있던 용산참사가 ‘진실의 문’으로 걸어 나온다. 6명의 무고한 인명이 희생된 용산참사가 현재 진행형이란 점을 김일란 감독은 중립적 시각을 통해 힘주어 말한다. 사건발생 3년이 훨씬 지난 시점에서 다시금 세인의 관심을 끌게 만든 감독의 힘이 여실히 느껴진다. 

용산참사는 용산 재개발 보상대책에 반발하던 철거민을 경찰이 강제 진압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경찰특공대의 대테러 섬멸작전을 방불케 하는 진압과정에서 대형화재가 발생해 6명이 죽고 24명이 부상했다. 그러나 아직도 정확한 진상은 가려지지 않았다.

철거민은 구속돼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아직도 감옥에 갇혀 있다. 영화가 뜨거운 호응을 얻으면서 용산참사 구속자 사면복권 및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영화 제목 ‘두 개의 문’은 참사가 일어났던 남일당 건물에 실제로 있던 문을 말한다. 당시 경찰 특공대 앞에는 두 개의 문이 있었다. 하나는 막힌 문이었고, 하나는 망루로 연결되는 문이었다. 어느 문으로 들어가야 농성자들을 찾아낼 수 있을지 몰랐다. 그러나 ‘두 개의 문’은 많은 상징을 내포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용산참사를 ‘망각의 문’에서 ‘진실의 문’으로 걸어 나오게 한 영화의 힘을 말한다. 일부에서는 99%가 지나다니는 ‘인간의 문’과 1%만이 통과하는 ‘자본의 문’으로 은유한다. 국가폭력이 인간의 상승욕망은 아무나 가질 수 없다는 점을 가르쳐 줬다는 것이다. 

영화는 박원순 시장이 ‘임기중 강제철거 금지’ 방침을 거듭 밝히는 계기를 만들었다. 영화를 관람한 뒤 박 시장은 이렇게 말했다. “도대체 누구한테 원천적인 죄가 있겠나. 국가권력이 이렇게 잔인할 수가 없다. 결국 우리 국민의 책임이다. 이 문제를 그대로 방치한 것은 우리 자신이다.” 박 시장은 무대로 나와 “제가 당시 서울시장이었다면 농성장에 가서 강제철거를 못하게, 경찰 물러나라고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시장은 이에 앞서 서울시 전역의 뉴타운·재개발 사업구역 강제철거 일정과 세입자들의 이주 협의 상황 등에 대한 전면 실태조사를 지시했다.

이어 예정돼 있던 봉천동 재개발지역의 강제철거를 보류시켰다. 박원순 시장의 이러한 의지는 ‘토건에서 복지, 사람중심 도시’로 집약되는 그의 시정철학에서 비롯된 것이다. “잘 사는 이와 못 사는 이,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진 공동체 생태계를 유지하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진행하겠다“는 목표이다.

그러나 이들 사업이 법으로 제정하기 어렵거나 주민운동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어 한계를 지니고 있다.
서울시가 발표한 ‘뉴타운 출구전략’에 대한 비판론도 이와 비슷하다. 구체성과 실현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반대론자들이 지적하는 강남북의 격차심화, 불량주거지의 주거환경 악화 및 난개발 부추김, 주택공급의 부족, 전월세란의 악화 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도 과제로 남아 있다.

게다가 부동산 업자들이 주장하는 시장위축, 가격하락, 사업성 악화 등 이른바 ‘박원순 효과’론과 재산권 침해를 주장하는 기득권층의 반발, 보수언론들의 색깔 씌우기 등은 벌써부터 박 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시장의 ‘사람냄새 나는 마을 만들기’ 사업은 많은 서울시민의 기대를 받고 있다. 서울시민은 ‘두 개의 문’ 중에서 ‘자본의 문’ 보다는 ‘인간의 문’을 선호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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