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하 희망살림 금융소외자대책팀장
김준하 희망살림 금융소외자대책팀장
  • 김준하 희망살림 금융소외자대책팀장
  • 승인 2012.07.06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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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가계대출 문제, 금융소외자에 더 심각
▲ 김준하 희망살림 금융소외자대책팀장

한국 가계부채가 채무위기를 겪고 있는 스페인보다 많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결과대로라면 우리나라 가계부채 문제는 언젠가는 터질 수밖에 없는 ‘폭탄돌리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가계부채를 원활히 상환할 수 있는 정책적 뒷받침이 없다면 이들은 고스란히 사금융으로 내몰려 빚으로 빚을 갚는 파탄 상황에 이르게 된다.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선진 각국은 대체로 제한이율을 연 20% 이하로 설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연 30% 이자제한법을 시행하고 있는데다 2002년 대부업법이 제정되어 사채에 연 39% 고리를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실제로는 이마저도 지키지 않아 제한금리를 초과하는 불법 폭리에 강압적인 채권추심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

서민들이 대부업체들의 이런 불법행위에 당하지 않도록 하려면 독일처럼 고리대를 추구하는 채권자가 이자뿐 아니라 원금 상환도 요구할 수 없게 법을 개정해야 한다. 고리사채에 대한 정부 차원의 강한 의지가 있다면 불법고리대를 추구하는 약탈자들은 투자금을 고스란히 날릴 수 있다는 사회적 경고를 분명히 감지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사회 안전망 역할을 해야 할 서민금융제도는 어떨까.
현재 우리나라 금융소외자는 800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제도권 금융기관을 이용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고금리 대출을 찾게 된다. 정부는 대책으로 햇살론, 새희망홀씨, 미소금융 등 서민금융 상품을 내놓았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서민금융은 그 이름과는 달리 신용등급 9~10등급에 속한 사람들은 장기연체, 과거 연체이력 때문에 이용할 수 없다. 금융위원회 자료를 토대로 햇살론이 출범한 2010년 7월부터 3개월간 취급실적을 살펴보면 햇살론 대출실적 중 9~10등급은 대출 건수의 4.1%에 불과하다. 2011년 12월 기준 일반 은행 가계대출 연체율은 0.6%지만 새희망홀씨 연체율은 1.7%, 햇살론 연체율은 7%에 육박한다. 미소금융 또한 3.9% 수준이어서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민금융으로 받은 대출을 이미 가지고 있던 채무를 갚는데 사용하는 사례도 많아 서민금융이 오히려 부채규모를 더 키우는 역할을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많다. 이 외에도 생활비, 의료비 등 복지정책으로 풀어야할 사안을 서민금융으로 대체한다거나, 저소득자의 비금융권대출 증가 문제 등 풀어야할 과제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지금 중요한 문제는 당장 벌어질지도 모를 가계부채 대란으로부터 서민 가정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 대책을 찾는데 있다. 6월 29일 창립한 사단법인 희망살림(www.withsave.or.kr)은 약탈적 속성을 지닌 제도권 금융과 시혜적 방식으로 시행되는 복지제도를 넘어서는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앞으로 희망살림이 진행할 채무자연대운동도 약자이기만 했던 금융소비자들이 힘을 합쳐 금융사들의 도덕적 해이를 바꿔보자는데 그 취지가 있다.

서민들이 금융을 올바로 이해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돕고 필요한 복지제도를 연결시켜주는 ‘금융복지상담’ 역시 가계부채 문제에 대비하는 방패막 역할을 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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