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의 전제 조건
세계화의 전제 조건
  • 이종훈
  • 승인 2012.07.20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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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는 우리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간에,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숙명인 것 같다. 인터넷을 통하여 전세계 사람들이 동시에 의사소통을 하고, 정보를 교환하며, 놀라운 교통수단의 발달을 통해, 과거에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지리적인 한계를 극복하는 교류가 가능하게 되었다.

이와 더불어, 현대문명의 이기가 전세계적으로 보편화되고 있으며, 수출 등 경제교류를 통해 상호의존적인 관계가 더욱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환경문제 등에 있어, 어느 한나라에 의해 초래된 환경오염이 전세계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하면, 공동운명체라는 사실을 전제로 한 세계화도 거역할 수 없는 것이 또한 엄연한 실제이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에서 무조건적인 결과론적 세계화를 추종하고 부르짖을 것이 아니라, 과연 어떤 세계화가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위해 어떠한 조건이 전제되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세계화를 통해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목표는 인종에 관계없이 누구나 인간다운 존귀함을 보장받을 수 있는 상태가 되어야 할 것이다. 문화적, 지리적 차이를 인정하면서 그렇지만 최소한의 인간다움을 유지할 수 있는 경제적 충족이 보장될 수 있는 그런 세계화여야만이 전세계인 모두가 수긍하며 원하는 이상적인 세계화의 모습이 될 것으로 본다.

다음으로 이러한 세계화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전제되어야 할 사항을 살펴보면,
첫째, 특정 국가나 특정 집단의 이익에 치우치는 세계화는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말로만 세계화를 부르짖을 뿐이지 도대체 무엇을 위한 세계화인지 불분명한 세계화는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잘못된 세계화의 구호 중 하나가 자본자유화이다. 자본의 이동이 자유로워지면, 노동이전의 자유화가 달성되지 않는 상태에서, 마치 이상적인 세계화가 이루어진다고 주장하는 신자유주의적 사고가 문제가 많음은 이미 20세기 말의 여러 나라에서 겪은 외환위기와 2008년 이후 국제금융위기를 통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바이다.

국가마다 외환규제의 정도가 다른 상태에서, 이러한 괴리를 이용한 단기투기자본의 외환시장교란행위는 각 나라마다 엄청난 경제위기를 초래케 하였음을 명심하고, 자본자유화가 세계화라는 맹신을 다시는 되풀이해서는 안될 것이다.

둘째, 특정 강대국의 이익이 우선시되고 나머지 국가의 이익이 경시되는 세계화는 있어서는 안 된다. 각 나라마다의 경제적, 문화적 차이점이 큰 상태에서, 각개 격파식으로, 강대국이 1:1로 협정을 체결하여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과연 세계화를 통해 얻고자 하는 모든 인류의 행복에 부합하는지를 되묻고 싶다.

전세계의 이익을 생각한다면, 어렵더라도 WTO협정과 같은 다자간협약을 통해 공통분모를 만들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셋째, 최근의 유럽재정위기에서도 드러났듯이, 무늬만의 세계화는 오히려 문제를 확대시킬 수 있으므로, 진정한 세계화를 위해서는 미국의 연방제처럼 각 국가의 독자성은 유지시키되, 전세계적인 재정의 통합을 통해 전세계적 경제의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 긴요하다고 본다.

아프리카의 어느 나라의 국민은 굶어죽어가고 있는데 특정 강대국은 소비를 흥청망청하고 있다면, 이것이 우리가 원하는 세계화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어느 특정집단의 이익에 치중하지 않고, 인류의 번영을 위한 세계화는 우리가 쌍수를 들고 환영해야 할 바다. 그러나 그 구체적인 실행을 논함에 있어, 위에서 언급한 전제조건을 충족시킬 생각은 하지 않고 막무가내식 세계화를 논하는 견해에는 동의할 수 없다.

이런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세계화는 그 폐해를 생각할 때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옳은 것이다. 특정 국가나 집단 또는 인종을 부당하게 희생시키지 않는 전제에서, 인간존엄성의 존중을 바탕으로 한 세계화를 논하는 것이 미래를 생각하는 책임 있는 자세에서의 세계화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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