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주 서대문아트홀’ 대표
김은주 서대문아트홀’ 대표
  • 이원배 기자
  • 승인 2012.07.20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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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 담긴 공간 사라지는 현실 안타까워”

“어르신들의 추억이 담긴 공간이 이렇게 사려져가는 현실이 억울하고 안타깝습니다.” 어르신 전용 극장이었던 서대문아트홀을 끝내 지키지 못하고 폐관한 김은주 대표((주)추억을 파는 사람들)는 폐관에 대해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서대문아트홀 자리에는 대규모 관광호텔이 들어설 예정이다.

김 대표에게 서대문아트홀은 단순한 영화관이 아니었다. 어르신들의 추억이 있고 문화가 있고 쉼터가 있는 공간이었다. 무엇보다 오랜 역사를 가진 단관 영화관 그 자체로 하나의 역사적 공간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폐관을 결정하고 마지막 영화인 ‘자전거 도둑’ 1회 상영을 마치고 그는 오래 길렀던 머리카락을 잘랐다. 지켜보던 어르신들도 안타까워하며 울기도 했다. 그는 “어르신들이 서명도 해주시고 여러모로 노력을 해주셨는데 극장을 지킨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 사죄와 죄스런 마음으로 삭발을 했다. 저항이나 투쟁의 의미는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일을 통해 추억이 담긴 문화적 공간이 하릴없이 사라지는 현실에 대해 “뭔가 다른 방향은 없을까 고민하는 계기가 되길바란다”고 말했다. 문화적으로 소외되고 있는 노인들만의 공간이 개발과 이윤의 논리로 사라져가는 것에 대해 더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서울시에도 아쉬운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서울시는 2010년부터 2011년 12월까지 서대문아트홀을 대관해 ‘청춘극장’을 운영해 왔었다. 그는 “개발로 문을 닫는 건 어쩔 수 없었다고 해도 시에서 어른신들의 문화 공간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입장 표명 정도는 할 수 있지 않느냐? 그러나 시는 오히려 나를 보상금이나 더 받으려는 사람으로 매도했다”며 서울시의 태도를 힐난했다.

그의 삭발 소식을 듣고 어르신들이 그에게 모자, 콩(머리가 빨리 자란다고 한다), 떡과 케잌 등의 선물을 하며 위로의 말들을 건넨다고 한다. 그런 어르신들이 김 대표에겐 든든한 후원자이자 사업의 목표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당분간 새 사업을 구상하기 보다는 현재 운영하고 있는 낙원동 ‘허리우드클래식’ 극장에 전념하기로 했다. 평일엔 500~600명 주말이면 1000명이 넘게 찾아주는 어르신들에게 더 좋은 영화 관람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이다.

그는 “극장을 찾아주시는 어르신에게 정말 감사하다. 많이 믿어주시는데 옳게 일하고 싶다. 소신이 굽혀지지 않길 바란다”며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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