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보다 내국인 더 많은 외국인학교?
외국인보다 내국인 더 많은 외국인학교?
  • 이원배 기자
  • 승인 2012.07.20 1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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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료 연 2000만 원 넘는 곳도, 부유층의 ‘귀족학교’ 논란

한국 거주 외국인이나 해외 장기 체류 학생들을 위해 설립한 일부 외국인 학교에 외국인 보다 내국인이 더 많이 있는 곳도 있어 학교 설립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또 최대 2400만 원까지 하는 수업료로 ‘귀족학교’ 논란도 일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2011년 9월 기준으로 서울에는 모두 21곳의 외국인학교가 있다. 전체 인가 정원은 1만839명이다. 재학생은 외국인이 5013명, 내국인이 1629명 총 6642명이다. 인가 정원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내국인 중 이중국적자는 725명이고 3년 이상 해외 거주자는 904명이다. OECD영어권 학교는 12곳, OECD비영어권 학교는 5곳, 비 OECD학교는 4곳으로 OECD영어권학교가 전체 학교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고 이 학교들에 내국인 학생들이 몰려있다. OECD영어권학교에 재학하는 내국인은 1043명으로 전체 내국인 1629명의 64%가 OECD영어권학교에 다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OECD영어권학교 가운데 외국인보다 내국인 비율이 높은 학교들이 있다.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서울아카데미국제학교는 내국인 비율이 훨씬 높아 전체 학생 109명 가운데 내국인이 81명이었다. 반면 외국인은 28명에 불과해 외국인학교라는 이름이 무색하다. 이 학교는 내국인 학생 비율이 40%로 내국인 학생 비율 30%를 지키지 않고 있다. 

내국인, 정원 30% 이내 안 지켜
외국인 학교도 내국인 입학이 가능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외국인학교의 내국인 입학 규정을 2009년 2월 개정해 기존 5년 이상 해외거주자 및 이중국적자·영주권자의 입학 자격을 3년 이상 해외 거주 후 귀국한 내국인도 입학이 가능하도록 완화했다. 이중국적자, 영주권자도 3년 이상 해외에 거주해야 입학이 가능해졌다. 이때 기존에 없던 내국인 입학 정원 제한을 둬 정원의 30% 이내로 제한했다.

광진구 구의동에 있는 한국켄트외국인학교도 내국인 입학 정원을 지키지 않아 인가 정원 300명 가운데 내국인 학생이 132명(44%)을 차지했다.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지구촌기독외국인학교도 내국인이 외국인보다 많았다. 외국인은 15명인데 비해 내국인은 41명으로 내국인이 2배 이상 많았고 정원의 41%를 차지했다. 반면 서대문구 연희동에 있는 서울외국인학교는 총 재학생 1551명 가운데 외국인이 1451명, 내국인이 100명으로 외국인이 더 많아 대조를 이뤘다.

내국인 연간 수업료 2100만 원까지
연간 2000만 원이 넘는 ‘귀족’ 수업료도 논란이 되고 있다. 수업료가 가장 비싼 곳은 서초구 반포동에 있는 덜위치칼리지서울영국학교로 연간 2480만 원이다. 서울외국인학교의 수업료는 1175만 원에서 2984만 원까지이다. 한국 사립대 등록금보다 비싼 수준이다. 내국인이 많이 다니는 서울아카데미국제학교의 수업료도 2000만 원이 넘는 연간 2100만 원에 이른다.

서울의 외국인 학교의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설립 취지에 맞지 않게 일부 부유층 학생의 영어 교육을 위한 학교가 돼 버렸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교육의 불평등 심화와 교육 위화감을 줄 수 있다. 외국인 학교 설립 취지에 맞는 운영 방안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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