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녹조에 발 구르는 서울시와 뒷짐 진 정부
한강 녹조에 발 구르는 서울시와 뒷짐 진 정부
  • 서울타임스
  • 승인 2012.08.10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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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이 제 색깔을 잃었다. 열흘 넘게 지속되는 열대야를 부른 폭염은 전국 강물을 녹조로 물들였다.
북한강에서 시작된 녹조는 팔당을 거쳐 수도권 식수원을 위협하고 있다. 서울시는 한강 5개 취수장 등에서 물을 채취해 검사한 결과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티스 검출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대책 마련에 부산하다. 강북취수장은 아직 조류주의보 발생 기준 물질인 클로로필-a와 남조류가 기준치 아래라면서도 9일 취수관 둘레에 조류차단막을 설치했다.

서울시는 북한강 수계 조류주의보 발령 이후 매일 지오스민 냄새를 없애기 위해 분말활성탄 105t을 정수센터 6곳에 쏟아붓고 있다. 여기에 드는 돈만 하루 1억7800만 원이다. 그런데 국가 하천 관리책임자인 청와대와 정부는 날씨 탓만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7일 국무회의에서 4대강에서 발생한 녹조현상에 대해 “장기간 비가 오지 않고 폭염이 지속돼 발생하는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말해 국민들의 분통을 터트렸다. 이 대통령은 또 한강의 녹조 발생을 두고 북한강에서 시작됐다고 강조하는 등 환경단체의 4대강 책임론을 애써 외면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일부 환경단체들은 이번 녹조현상의 중요한 원인이 정부의 4대강 사업이라고 지적해 왔다. 청와대와 환경부는 이러한 지적에 귀 기울이기는 커녕, 폭염과 가뭄 탓만 하면서 아무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환경부는 악취 물질은 인체에 무해하고, 끓이면 사라지고, 비가 내리면 쓸려 가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만 거듭하고 있다. 한 술 더 떠 녹조 문제가 주요 뉴스가 되기 시작한 지난 달 23일 ‘2012년 상반기, 극심한 가뭄에도 4대강 수질은 대폭 개선’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 비난을 자초했다.

여기다 청와대는 지난 6일 ‘4대강 새물결 우리 강이 달라졌어요’라는 제목의 정책소식지 특별호를 냈다. 이 소식지에는 녹조는 강에서 발생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라는 내용도 들어 있다. 국민들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녹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큰 비가 내릴 때까지 독성 남조류라도 당분간 감수하라는 말과 같다.

청와대와 정부는 이제라도 고인물의 부영양화가 녹조 발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다시 살펴보고 빠른 문제 해결을 위한 진정성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한강의 남조류가 4대강 사업 구간이 아닌 북한강에서 발생했다고 해서 정부의 국가하천 관리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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