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4인 가구 물가 폭등에 살림 ‘팍팍’
서울 1~4인 가구 물가 폭등에 살림 ‘팍팍’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2.08.15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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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물시장 애그플레이션 상륙, 정부 물가대책 비상
▲국제 곡물가 폭등에 따라 국내 가공식품 가격 상승이 애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지면서 가공식품 의존도가 높은 서울의 소인가구 살림살이가 어려워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 송파구에서 혼자 사는 회사원 김광섭(43·가명) 씨는 주말 인근 마트에서 일주일치 장을 본다.

김씨는 지난 15일 “이번 주말부터 장보기를 그만두고 하루 세 끼 모두 식당에서 사먹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식료품 가격이 너무 올라 혼자 끼니를 때울 때도 사먹는 편이 싸게 먹힌다고 털어놓았다.

국제 곡물 값이 오른데 따른 물가상승(애그플레이션)이 식탁을 덮치고 있다. 특히 식료품을 한꺼번에 많이 구입할 수 없는 1인 가구는 물론, 3~4인 가구가 대다수인 서울시민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가공식품 주요 소비층 서울시민 직격탄

이들은 가격이 크게 오른 가공식품의 주요 소비계층이다. 특히 즉석 밥인 ‘햇반’ 등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김씨와 같은 독신가구는 차라리 식당 밥이 오히려 싸게 먹힐 정도라는 생각이다. 서울시의 35~49세 미혼 남성은 2010년 현재 24만2590명으로 같은 연령대의 20.1%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불어닥친 가공식품 값 인상은 전 세계적인 '식량 파동'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면서 가속화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13일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의 밀 값은 지난 10일(현지시간) 톤당 325달러에 거래를 마쳐 6월 1일에 비해 44.4%나 올랐다.

같은 기간 대두와 옥수수도 각각 27.1%, 45.6% 급등했다. 이에 따라 콩과 밀을 주 원료로 하는 국내 제품 가격도 덩달아 뛰어오르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전국 200개 판매처를 대상으로 이달 첫 주의 주요 생필품 가격을 조사한 결과 즉석밥인 햇반은 7.6% 올랐다. CJ제일제당의 햇반 값 인상은 10년 만이다.

이밖에 찌개용 국산 콩 두부는 3174원(6일 기준)으로 7월 1일에 비해 8.3% 올랐다. 국산 콩 무농약 콩나물도 같은 기간 10.0% 올랐고 시금치(1㎏) 가격도 이상고온으로 평년보다 19.2%나 올랐다. 삼양식품은 이에 앞서 지난 주말 6종류의 라면 가격을 50~60원(5.0~8.6%)씩 올렸고 농심도 새우깡 권장소비자가격을 900원에서 1000원으로 올렸다.

풀무원, 대상, 오뚜기, 남양유업, 매일유업 등 식품·음료업체나 오비맥주, 롯데주류 등 주류업체도 가격인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가공식품 부당이익 적극 환수” 급급

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연말이나 내년 초쯤 우리나라가 애그플레이션의 영향권에 들 것으로 봤으나 예상보다 빨리 그 여파에 노출됐다”고 말했다. 정부는 뒤늦게 대책마련에 나섰으나 별다른 해결방안을 내놓지 못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7월 말 이후 폭염에 따른 농산물 가격 인상과 일부 가공식품 가격조정 등으로 식탁 물가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며 “가공식품 가격의 편법 인상과 밀약에 법을 엄정히 집행하고 부당이익은 적극 환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식품업계가 담합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가격인상에 나서는데 대한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임기말 물가 정책이 국제 곡물시장 가격폭등 사태에 밀리면서 서울시민들의 살림살이는 더욱 팍팍해 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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