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용 서울오페라단 단장
이건용 서울오페라단 단장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2.08.16 1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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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로 3편의 오페라를 한꺼번에 올립니다”
▲ 이건용 서울오페라단 단장

세종문화회관 안쪽에 자리 잡은 서울오페라단장실은 무척 검박하다.
작은 회의용 원탁 하나와 단장 집무용 책상 하나가 전부다. 책상 위에는 노트북 한 대가 외부와의 선을 잇는다.

하지만 이 사무실의 새 주인인 이건용 단장은 환한 미소로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가득 채운다. 자칫 썰렁하고 초라하기까지 했을 작은 사무실 공기가 차분히 가라앉는다.

한 사람이 가지는 힘이다. 그런 힘은 이제 새롭게 출발하는 서울오페라단 단원과 무대, 조명, 음향을 통해서울시민들에게 오롯이 전해질 것이다.
이 단장은 임명장을 받은지 2개월여 만에 만난 기자에게 선물을 준비했노라고 했다. 아직 아무에게도 하지 않은 얘기, 뉴스를 하나 주겠다는 배려다.

모차르트 오페라 3편 패키지 공연

그는 “올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레퍼토리 시스템을 적용한 공연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레퍼토리 시스템은 같은 기간, 같은 무대에서 여러 개의 오페라를 공연하는 것이다. 1명의 연출가와 미술감독, 미술감독이 여러 편의 작품을 한꺼번에 맡게 된다. 올 시즌 이 단장은 2주 동안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3편의 모차르트 오페라를 올릴 생각이다.

이 단장은 “모차르트의 ‘돈 지오반니’와 ‘여자는 다 그래’, ‘마술피리’를 하루에 한 편씩 잇따라 공연하게 된다”며 “3편 모두 각각 다른 사랑을 테마로 한다”고 설명했다.

세종문화회관 미술팀으로부터 하루만에 무대를 바꾸는 일도 어렵지 않다는 다짐을 이미 받았다. 세종문화회관 미술팀의 역량은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이 단장은 “세트의 톤과 조명만 바꿔도 파스텔 풍과 블랙 톤, 바로크 풍의 각각 다른 무대를 만들 수 있다”며 “이번 레퍼토리 공연은 국내 오페라 공연의 신기원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덕분에 서울시민들은 올 가을 모차르트 오페라 3편을 패키지로 감상할 기회를 갖게 됐다. 이 단장은 “세 편의 티켓을 모두 사는 시민들에게는 특별한 혜택을 준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더 획기적인 변화는 이번 공연 단원과 스탭을 뽑는 오디션 절차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이 단장은 어떠한 차별도 두지 않고 모든 단원을 공개모집할 생각이다. 이러한 열린 오디션을 통해 우리나라의 수많은 성악가들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주겠다고 한다. 오페라 한 편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서는 50여 명의 성악가가 필요하다.

이 단장은 “우리나라 성악가들이 없다면 세계 유명 오페라단의 공연이 불가능하다”며 “그만큼 높은 수준의 성악가 자원이 있지만 국내 무대가 많지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국내 성악가에게 필요한 무대 만들기

그가 서울오페라단장에 취임한 뒤 가장 먼저 내놓은 계획도 보다 많은 무대를 만드는 일이었다.
서울오페라단이 가급적 많은 공연을 갖는 한편, 서울 25개 자치구가 가진 공연장을 찾아 구민들을 만나는 일이다. 이를 위해 세종문화회관 대외협력 부서에서는 이미 각 자치구와 ‘연계공연’ 교섭을 벌이고 있다.

이런 계획이 성사되면 성악가들은 보다 많은 무대를 갖게 된다. 성악가뿐만 아니라 서울시민들도 오페라를 직접 보고 느끼는 기회를 쉽게 얻는다.

이 단장은 “오페라 공연 횟수를 ‘짭짤하게’ 늘리는 것이 우리 일이다”라며 웃었다. 이러한 작업은 이 단장이 서울오페라단의 운영방침인 ‘시민’과 ‘창작’의 중심이기도 하다. 그는 단장 취임사를 통해 “시민과 창작이 오페라단의 새로운 화두”라고 강조했다.

시민에게 다가서서 시민과 함께 하는 오페라단, 그리고 국내 작가와 연출가들의 창작 역량을 끌어올리는데 집중하겠다는 다짐이다.
이 단장은 이러한 작업을 추진하는데 안성맞춤의 역량을 가진 국내 서양음악계의 중추라는 평을 받아왔다.

리얼리즘 추구하는 소설가이자 작곡가

그는 이미 1980년대 ‘당대의 리얼리티’를 강조하며 작품 속에 시대의 공감을 불어넣었다. 또 서양 고전음악과 국악, K-Pop 등을 넘나드는 자유로운 상상력을 무대에 풀어놓았다.

서울오페라단장으로서의 활약이 그래서 더 기대된다. 이야기와 음악으로 만들어지는 오페라도 그에게는 특별하게 잘 맞는 장르다. 대학시절 소설에 빠져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작가로서 오페라의 이야기 구조를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

이 단장은 “올해 오페라단에서 대본작가와 작곡가가 함께 하는 창작워크숍을 활성화할 계획”이라며 “이러한 성과가 쌓이면 내년부터 본격적인 창작을 지원하는 인큐베이팅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민들의 음악적 역량이 얼마나 높은지는 세계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쉽게 확인할 수 있다”며 “이제 시민과 더욱 가까운 곳에서 오페라를 공연하고 더욱 많은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는 그가 말하는 세계 최고의 음악도시로서의 서울을 만들기 위한 계단에 첫 발을 올려놓은 일이기도 하다.


이건용 단장은 서울대 음대 작곡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음악학 석사를 거쳐 독일 프랑크푸르트 음악대학 박사 학위(디플룸)를 취득했다. 서울대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30년 동안 작곡을 가르치며 가곡, 합창곡, 관현악곡, 실내악곡 등 기악곡과 ‘봄봄’ 등 4편의 오페라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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