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00대 기업 등기임원 800명 중 여성은 10여 명
한국 100대 기업 등기임원 800명 중 여성은 10여 명
  • 권미혁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 승인 2012.08.28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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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미혁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한국의 100대기업 등기임원 800여 명 중 여성은 10명 남짓이며 그 중에서도 그룹 오너 일가를 제외하면 전문경영인은 전혀 없고 대학교수 출신 등 사외이사뿐이라고 한다.

이는 작년 중국내 기업의 여성 고위직 비율이 34%로 해마다 조금씩 상승하고 있는 것과 확연히 비교되는 것이다. 중국은 특히 최고경영자를 담당하는 비율이 19%에 달해 세계2위를 기록했다.

여성의 대표성 확대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여성 지위향상의 중요한 바로미터 중 하나가 의사 결정직의 여성참여 비율이다. 한 사회가 성 평등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각 성이 가지고 있는 처지와 특성, 그리고 관점이 골고루 반영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최고위 결정직에 각 성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여성의 주요 의사 결정직 참여에 대한 관심은 불과 몇 년 전에 비해서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예를 들어 공무원의 경우 17개 부처 공무원은 총 11만4891명이고 이 가운데 여성은 3만4656명(30.2%)이다. 그 중 4급 이상 고위직 여성공무원은 684명(8.4%)에 불과하다. 반면 8급과 9급의 여성공무원 비중은 48.6%, 48.4% 등 상대적으로 하위직 공무원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대부분이다.

행정의 가장 일선에 있는 공무원 비율에서 나타나는 불평등이 곧 국가운영의 불평등으로 이어질까 우려스럽다. 그리고 여성을 주로 하위직에 배치하는 모습은 여성운동에서 반드시 깨져야 한다고 주장해 왔던 과거 70~80년대의 전형적인 패턴이다.

여성 대표성 제고와 관련해 진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우리 사회에 더 이상 여성차별은 없으며, 따라서 여성할당제나 적극적 조치는 옳지 않다는 사회 일각의 분위기와 비교하면 통계가 말해주는 현실은 매우  초라하다 아니 할 수 없다.

일부에서는 능력 있는 여성이 없다고 할지 모른다. 실제로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한 뒤 낮은 서울시 고위직 여성공무원 비율을 높여보려 하였으나 정작 승진 대상에 들 만한 여성이 별로 없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여성이 고위직에 오르려면 직급의 매 단계 단계마다 여성들이 포진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의사 결정과정을 한 계단씩 오르면서 훈련을 받아야 한다. 그같은 노력과 구조가 없는데 어느 날 갑자기 고위직 여성이 나타나지는 않는다.

때문에 여성 대표성 제고에 대한 세심한 전략이 사회 각 부분에 반드시 마련되어야 하는 것이다.  흔히들 21세기는 여성의 인력을 활용해야 한다고 쉽게 말한다.

정보통신기술이나 콘텐츠에서 누구보다 앞서 있다는 대한민국에서, 지금의 여성 대표성 지표가 보여주는  현실이 그러한 주장과 어떻게 일치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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