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S Map으로 본 바람의 위력과 재난
GIS Map으로 본 바람의 위력과 재난
  • 송규봉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12.08.31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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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자연재해, ‘제대로 알고 제대로 대처하라’
▲ 토네이도를 추적하는 기상학자들의 특수장비, 내셔날 지오그래픽 제공

폭풍을 쫓는 사람들이 있다. 폭풍을 추격하는 것을 영어로는 ‘스톰 체이싱(Storm Chasing)’이라고 한다. 폭풍 추격자(Storm Chaser)들 중에는 순전히 사진을 찍거나 스릴을 느끼지 위해 스포츠처럼 즐기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폭풍을 추격하는 사람들 중 가장 우리 삶에 관계가 깊은 사람들은 기상학자들이다.

폭풍을 쫓는 사람들
미국에만 매년 평균 910개의 토네이도(tornado)가 인명과 재산에 피해를 끼치고 있다. 토네이도는 회오리바람 속에 자동차와 집채만 한 물건을 휘감으며 땅을 휩쓸고 간다. 그러나 태풍의 위력에 비할까.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바람은 태풍, 허리케인, 사이클론이다.

▲ 2007년 북태평양에 발생한 3개의 태풍, 위키피디아 제공
북태평양 서부에서 발생하는 것을 태풍(Typhoon), 북대서양·카리브해·멕시코만·북태평양 동부에서 발생하는 것을 허리케인(Hurricane), 인도양·아라비아해 그리고 벵골만에서 발생하는 것을 사이클론(Cyclone)이라고 부른다. 태풍의 크기는 작은 것이라도 직경이 200㎞ 정도가 되는데, 큰 것은 직경이 무려 1500㎞에 달하는 것도 있다.

우리나라는 대륙과 해양에서 발생하는 기상의 영향을 모두 받는다. 연중 태풍, 집중호우, 대설 등 위험기상이 빈번하다. 그 중에서도 태풍은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 중 60% 이상을 차지하는 매우 위협적인 기상현상이다.

2002년 태풍 ‘루사’로 인한 재산피해액은 5조1479억이었다. 같은 해 국가 R&D 총예산 5조1466억을 초과하는 천문학적인 피해액이다. 2005년 미국 남부 뉴올리언스의 80%를 잠기게 한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사망자만 1299명 이재민 250만 세대, 108조의 재산피해를 남겼다. 태풍은 힘이 세다.

태풍의 등장
태풍은 열대 해상에서 발생한다. 딱히 전선을 갖지 않는 대류권내 저기압성 순환을 태풍이라 부른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중심부근의 최대풍속이 17㎧ 이상인 열대폭풍 단계부터 태풍으로 분류하는데, 태풍단계의 강도 구분에는 각국의 차이가 있다.

태풍이 육지에 접근하면 폭풍과 호우로 수목이 꺾이고 건물이 무너지고 전신전화의 두절과 정전이 발생한다. 하천의 범람, 항구의 소형 선박들을 육상으로 밀어 올리는 등의 막대한 힘을 가지고 있다.<태풍백서>에 의하면 태풍의 위력은 화산폭발의 10배, 1945년 일본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탄과 그 위력을 비교해 보면 태풍이 원자탄보다 만 배나 더 큰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최근 30년간 태풍은 연평균 25.6개가 발생하며 계절적으로는 7~10월의 4개월간에 발생빈도가 가장 높다. 일 년 중 태풍의 70%가 이 시기에 태어난다. 우리나라에 근대적 기상관측이 시작된 1904년부터 2010년까지 107년 동안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친 크고 작은 태풍의 수는 모두 327개이다.

한 해에 3개 정도의 태풍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며, 월별로는 8월이 가장 많고 7월, 9월 순이다. 7~8월 두 달 동안에 국내에 영향을 미치는 태풍 수는 전체의 66%이며, 아주 드물게 5월, 6월 및 10월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태풍이 지나간 자리
1904년부터 2009년까지 106년간 태풍에 의한 총피해는 인명피해(사망실종) 6005명, 재산피해액 14조232억으로 연평균 사망실종이 57명, 재산피해 약 1336억 원이다. 한편 지난 106년간의 태풍피해를 인명피해와 재산피해의 순위를 살펴보면 재산피해의 경우, 1987년의 태풍 ‘셀마(THELMA)’를 빼고는 모두1990년대 이후에 발생했다.

2000년대 이후에 발생한 태풍이 5개로 최근의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기후변화, 급격한 도시팽창, 산업화에 의한 재난저감 환경의 축소에서 그 원인을 찾기도 한다. 인명피해는 1987년 태풍 ‘셀마(THELMA)’, 2002년 태풍 ‘루사(RUSA)’를 제외하고는 1980년대 이전에 발생하여 인명피해에 대한 양상의 변천에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태풍의 경로예측
태풍에 관한 과학적 예측은 강수량이나 기온 등 다른 일반 기상예측과 마찬가지로 수치모델의 정확도에 의존한다. 따라서 수치모델의 정확도 향상이 태풍예측의 정확도 향상을 의미한다. 일반 예보와 다른 점은 태풍예측은 한국가의 수치모델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모델 결과를 사용할 수 있다. 그렇기에 얼마나 많은 다른 나라의 모델들 특히 기상 선진국의 모델 결과를 실시간으로 확보하느냐의 문제, 그리고 가용한 자원을 어떤 방법으로 최적화하느냐에 따라 예보성과가 달라진다.

40년 넘게 기상관측 업무를 해온 장익순 기상전문관은 주간 단위를 넘어서는 기상예측은 사실상 ‘신(神)의 영역’이라고 말한다. 온갖 첨단 장비를 활용한 예측이 자연의 변덕에 허무하게 빗나가는 것을 숱하게 목격하면서 얻은 지론이다. 날씨 예측을 하면서 주간 단위는 ‘예보’라고 하고 월간 단위는 ‘전망’이라고 하는 것도 그 때문이라 한다.

태풍과 보직이동
기상전문가들이 기상이나 태풍을 예측하는 것에 ‘신의 영역’이라고 이름을 붙인다면, 일반 국민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미국에선 30년 넘게 예보 업무에 종사하는 예보관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선 이런 경우를 찾기 힘든데 아직까지도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기상청 선진화 사업을 맡아 한국에 왔던 켄 크로포드 단장이 취임 2주년 간담회에서 남긴 말이다.

한국 기상청에선 예보관들이 수시로 보직을 옮기고 있는데 이는 야구에서 투수와 포수한테 볼보이도 해보라고 옮기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오랜 예보 업무 경험을 통해 숙련된 예보관을 키우는 미국과 달리 보직 이동이 잦은 한국에선 전문 예보관을 키워내는 게 불가능하다는 비판이다.

촘촘한 지도가 있다면
크로포트 단장의 제안 중에서 가장 가슴에 와 닿는 내용이 있었다. 기상청과 국토해양부가 함께 참여해 기상과 물 관리를 연계하는 ‘국가수문(水門) 기상센터’ 설립을 추진하라는 것이었다. 한국은 비가 하늘에서 생기는 것까지는 기상청이 담당하고 땅에 떨어진 뒤로는 수문기관이 책임을 지는데 미국은 함께 일을 한다면서 관련 예산을 확보해서 기상청과 수문 관련 기관이 동반자적 관계로 일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폭우와 관련해 크로퍼드 단장은 기상청 예보관이 아는 정보와 방재기관이 알아야 할 정보 간에 연결이 안 되는 문제가 있었다면서 예보 관련 내용을 방재기관이나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중간 고리 역할을 하는 담당관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연재해에 관한 국민들의 지식정보 수준을 높여 재난대응력이 저절로 높아지는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는 부임기간 중 가장 큰 성과로 기상레이더센터 설립을 들었다. 초기에는 공군, 기상청, 국토해양부 사이의 협력체계를 만들어보자는 의도였다고 한다. 협력을 통해 한국의 레이더망을 공동 관리·감독을 통해 자료를 함께 공유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기상예측을 어렵게 하는 것들 중의 하나로 지도문제를 들 수 있다. 국가바람지도를 이용해서 풍력에너지 개발이 얼마나 가능한지를 연구한 적이 있다. 바람지도가 정확해야 전력 생산력도 정확해진다. 그런데 4~5년 전 대한민국 바람지도는 3km 간격으로 제작된 것이었다.

서울이 동서로 약 30km이기 때문에 3km 간격으로 바람지도를 그린다면 서울 전역을 동서남북 약 70장의 타일로 나눠서 기상상태를 파악하는 것과 같았다. 정확도를 기대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특정지역에만 쏟아지는 집중호우에 대한 슈퍼컴퓨터 모델도 기본 지도의 해상도가 낮으면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 많은 정보를 알면 더 정확한 예보를 할 수 있다."

폭풍의 양면성
태풍에도 양면성이 있다. 강한 바람과 많은 비를 포함한 태풍은 엄청난 피해를 입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늘 악역만 역할 하는 것은 아니다. 태풍은 중요한 수자원의 공급원으로 물부족 현상을 해소한다. 한 예로 1994년 여름은 유난히 덥고 길어 가뭄이 극심했었다. 그나마 더위를 식혀주고 가뭄을 어느 정도 해갈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이 8월에 상륙한 태풍 ‘더그(Doug)’로서 사람들은 이를 ‘효자태풍’이라고 불렀다.

태풍은 저위도 지방에서 축적된 대기 중의 에너지를 고위도 지방으로 운반하여 지구상의 남북의 온도 균형을 유지시켜 주고, 해수를 뒤섞어 순환시킴으로써 플랑크톤을 용승 분해시켜 바다 생태계를 활성화 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렇듯 대기의 난폭자인 태풍은 동시에 유용한 면도 지니고 있는 매우 중요한 대기현상이라 할 수 있다.

태풍에 의한 인명과 재산피해도 인간의 힘과 지혜로 상당부분 줄여나갈 수 있다. 과거에는 태풍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돌과 시멘트로 방파제를 쌓아왔다. 21세기에 그것만으로 충분할까? 이제 지식과 정보의 방파제를 더욱 강화할 때이다. 태풍이 가장 자주 지나가는 길목을 이해하고 이동경로를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면 대비책의 효과도 더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재난지도의 필요성

▲ 미국 재난재해 위험지도, 뉴욕타임스 2011년 4월 30일 보도
뉴욕타임스는 아주 특별한 지도를 소개했다. 2011년 4월 30일자에 소개된 이 지도는 미국 전역을 대상으로 재난재해 위험지도를 그려 공개한 것이다. 토네이도, 허리케인, 지진 3가지의 자연재해가 발생한 과거 데이터를 분석했다. ‘위험한 곳에 사람들아, 무조건 가지 마라’가 아니고 ‘제대로 알고 제대로 대처하라’는 주문이었다.

미연방재난관리청(FEMA)은 전국의 홍수지도를 그려 공개하고 있다. 이 지도를 첨부해야만 건축물의 인허가가 나올 정도로 법적 의무조항으로 정해 놓았다. 연방재난관리청(FEMA)는 법률에 따라 홍수예상지역을 결정하고 지도를 작성하여 그 지역에 대해 호수위험지대를 설정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100년 빈도 홍수수위를 기준으로 홍수위험지역을 분류하기도 하는데, 100년 빈도 홍수수위 이상의 높이에 지어지거나 홍수보험에 가입할 경우 건축허가를 받을 수 있으며 이는 일종의 방재도시계획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이런 법률적 의무조항 때문에 미국에서는 연간 3천만건의 홍수보험지도가 발급되고 있다. 누구나 자유롭게 인터넷 등을 통해 홍수관련 지도를 얻을 수 있다.

재난, 사후대처에서 사전예방으로

▲ 최근 시도별 집중호우 누적피해액, 국가재난정보센터
범지구적인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 기상이변의 빈발로 태풍·호우 등으로 인한 자연재해가 증가하고 있다. 이로 인해 홍수, 폭염, 가뭄 등의 극한 기상 현상의 발생 빈도와 강도의 증가로 자연재해 횟수와 피해규모가 급증하는 추세이다.

우리나라의 자연재해 양상의 변화를 살펴보면 인명피해는 감소하고 있으나, 피해규모는 급증하는 추세이다. 즉, 2000년대 피해액이 1990년대의 3배를 초과하고 있으며 1904년 기상관측이후 재산피해가 가장 10번의 재해 중 6번이 최근 10년 사이에 발생하였다.

재해가 발생되면 이를 극복하기 위한 복구는 필연적이다. 재해로 인한 피해복구는 각 나라마다 유사하면서도 독특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재난재해 관련 정책의 변화를 모색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선, 재해발생 원인에 대한 정밀 분석을 통하여 근원적인 대책이 되도록 최적의 복구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하자는 것이다.

재해는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으나, 이를 위해서는 많은 투자가 뒤따라야하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 청에서는 효과적인 투자를 위해 지속적으로 재원확충을 위해 노력하고 인명피해 최소화와 재산피해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미국의 국립건물과학연구소 다중재해 예방위원회 연구결과에 따르면 1달러의 재해예방 투자는 사회적으로 4달러의 비용이 절감되는 효과를 가져 오는 것으로 밝혀졌다. 2005년 세계은행(World Bank)과 미국 지질조사국(USGS)의 보고서에도 각국 정부가 총 400억불 규모의 투자를 했다면 2800억 불 정도의 손실을 줄일 수 있었을 것으로 추산하는 결과를 발표하는 등 예방투자의 중요성은 세계 곳곳에서 증명되고 있기도 하다.

재해지도가 그려지고 있다

▲ 정부에서 추진 중인 재해지도의 구성, 국토해양부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도 재해재난지도가 그려지고 있다. 소방방재청은 2006년부터 <재해지도 작성 기준 등에 관한 지침>을 제시했다. 재해지도는 자연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 중의 하나로지자체별로 침수흔적도, 침수예상도, 재해정보지도 등을 작성하여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한 개발계획 수립 및 재해발생시 신속한 주민대피에 활용하게 된다.

침수 흔적도는 태풍, 호우, 해일 등 풍수해로 인한 침수피해가 발생한 지역에 대하여 침수흔적 조사 및 측량을 실시하고 침수구역에 대한 침수위, 침수심, 침수시간 등을 조사하여 지형도 및 지적도에 표시한 지도로서 사전재해영향성 검토, 재해위험지구 정비, 풍수해저감종합계획 등 각종 개발계획 및 인허가시 사전 검토 자료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침수예상도는 과거의 태풍, 호우, 해일 등에 의한 침수피해 흔적과 지진해일, 극한 강우, 댐·저수지·제방의 붕괴, 홍수위 등 수문학적 요소를 고려하여 장래 침수예상지역 및 침수심 등을 예측하여 작성한 지도로 내륙지역의 홍수범람위험도와 해안지역의 해안 침수 예상도를 포함하며 토지이용계획 수립의 기초자료로서 활용된다.

한편, 재해정보지도는 침수 흔적도와 침수 예상도를 토대로 재해발생시 필요한 정보를 표시한 지도로 피난활용형, 방재 정보형, 방재 교육형 등으로 구분되며 침수가 예상되는 지역에서 주민들이 원활하고 신속하며 효과적으로 대피할 수 있도록 하는 안전도우미로서 활용될 전망이다.

기상예측이 ‘신의 영역’이라면 재난대비는 ‘인간의 영역’이다. 재난지도를 더 정확하게 그려나간다면 재난에 대한 대비능력도 함께 올라갈 것이다. 지도 없이 항해에 나서는 선장이 없듯이 재난대비와 재해복구에도 더 과학적인 지도가 그려져야 할 이유이다.

▲ 지방자치단체의 침수흔적도, 전북 부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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