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인권이라고?
집이 인권이라고?
  • 이주원 (주)두꺼비하우징 대표
  • 승인 2012.09.07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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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돌하고 엉뚱한 주장을 해본다. 집은 인권이라고…. 세상에, 집이 인권이라고? 사람들은 집이 인권이 아니라 “재산”이라고 반문한다.

아무리 집을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고 말해도 사람들은 들은 척도 안 했다. 불패신앙의 ‘부동산유일신’을 믿는 아파트 공화국에서 그런 말은 어이가 없는 주장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집이 인권이라니…. 

집은 걱정거리다. 억대의 대출을 끼고 어렵게 집을 마련한 사람도 하우스푸어로 전락할까 노심초사하게 만드는 걱정거리요.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전세대란으로 보증금을 마련하거나 이삿짐을 싸야하는 세입자에게도 걱정거리다.

집 없이 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 부자에게도 빈자에게도, 사회적 약들에게도 집은 인권이다. 주거권은 기본권인데도 수많은 사람들이 이 기본권을 제약당하고 살고 있다. 그리고 한 마디 충고를 듣는다. “더러우면 돈 벌어 집을 사라”고.

자 보자, “더러우면 돈 벌어 집을 사야”하는 현실을… . 정상길 씨(가명)는 장위뉴타운에 거주하는 주택세입자였다. 그는 오랫동안 장위뉴타운에서 거주한 세입자였다. 그런데 집주인이 마른하늘에 벼락 치는 소리를 건넸다.

임대계약기간이 다되었으니, 전세보증금을 수천만 원 올려주던지 아니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라는 것이었다. 상길씨의 경우 장위뉴타운 사업이 계속 추진되면, 재개발사업으로 건설되는 임대주택의 입주권은 물론 주거이전비를 모두 받을 자격이 되는 세입자였다.

그는 막막했다. 임대주택 입주권, 주거이전비를 못 받는 것도 억울하지만 가지고 있는 전세보증금을 갖고서는 도저히 다른 곳으로 이사 가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상 2년 계약기간이 만료되어 집주인이 재계약을 거부하면 나갈 수밖에 없다.

계약기간도 만료됐고, 보증금을 올려줄 돈도 없었던 그는 다른 곳으로 이사했다. 이것이 그에게 유일한 선택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마저 쉽지는 않았다고 한다. 뉴타운발 전세대란의 영향으로 전세금이 너무 올라 결국 경기도 외곽에 간신히 전세방을 구했다고 한다. 

상길씨 처지와 같은 세입자가 어지 한 둘인가. 이게 지금의 세태이자 현실인 것이다. 세입자는 약자이다. 하지만 약자를 보호해야할 법은 있으나마나 하다. 그래서인지 세입자들은 이렇게들 말한다. “꼴값, 이름값도 못하는 임대차보호법”이라고 말이다.

지금은 아파트가 빼곡히 들어선 삼양동. 내 유년시절의 기억이 온전히 담긴 곳이다. 김소진의 소설 ‘열린사회와 그 적들’의 무대이기도한 동네. 도시빈민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던 그 동네에서 우리집은 없었다.

아! 물론 거주할 ‘공간’은 있었다, 임대로. 소유하지 못했을 뿐이다. 그 가난한 동네에서도 집 없는 설움은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잦은 이사, 월세 걱정, 집주인의 위세….

그래도 지금보다는 이웃 간의 정이 넘쳐났다. 내 유년시절의 기억을 지배하고 있는 그 동네는 속칭 ‘판자촌’이었다. 사소한 갈등으로 집 없는 설움을 느끼기는 했지만 ‘희망’을 잃지 않았던 동네였다. 그 동네는 공동체였기에 희망이 살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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