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S Map으로 본 서울의 도서관 분포와 책읽기
GIS Map으로 본 서울의 도서관 분포와 책읽기
  • 송규봉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12.09.08 0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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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부족함을 스스로 배우는 데 책만 한 것이 있을까”

대한민국 직장인의 인생 목표 1위는 화목한 가정(28.3%)이다. 2위는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것(27.4%), 3위는 창업(16.0%), 4위는 세계일주(9.0%), 5위는 내 집 마련(8.5%), 6위는 이직(4.2%), 7위는 종교에의 귀의(0.9%)라고 답했다.

인생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1위는 일을 열심히 하고(60.4%), 돈을 많이 모으며(2위, 45.8%), 인맥을 늘리고(3위, 34.4%), 열심히 공부거나(4위, 31.1%) 재테크에 투자한다(5위, 26.4%). 인생의 최종 목표는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72.2%)가 가장 많았다. 이상, 취업포탈 커리어 설문조사(2012년 3월) 내용이다.

아주 작은 독서모임의 시작

그 꿈들은 안녕한가? 벤처기업을 오래 경영해온 친구는 한동안 만날 때마다 임직원들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중간 중간 눈빛이 격하다. 대기업에 다니는 후배는 맡고 있는 업무의 종류가 12가지라고 했다. 어느 부사장이 ‘너는 멍청한 거냐 아니면 일부러 그러는 거냐’고 호통을 칠 때 우울하다고 했다.

금융회사에 다니는 어느 팀장은 ‘업무에 상관없이 저녁이나 한번 먹자’고 했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미국 MBA를 다녀왔으며 외국계 회사에 있다가 지금의 회사로 옮겨 왔다. 새로 임원이 왔는데 같은 본부 세 명의 팀장 중 한 사람을 지방으로 전보발령 냈다고 한다. 요샌 주말에도 나와서 일하는데 중간 중간에 한숨 소리가 깊다.

경험이 많지도 않고 현명한 조언을 해주기도 어려웠다. 그저 들어줄 수밖에.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지만 지혜로운 처방이 그리 쉬운가. 그런 하소연을 듣고 있는 나도 마음의 롤러코스트를 타고 있었으니. 그래서 몇몇 지인들에게 서로 답답함을 풀어가 보자고 독서모임을 제안했다.

1년에 스무 권

독서모임은 격주로 금요일 오전 7시에 열렸다. 일찍 문을 여는 커피전문점에 각자 원하는 음료를 들고 자리를 잡는다. 모임의 이름도 없고, 회장이나 총무도 없고, 회비도 없고, 불참자 벌금도 없다. 선정도서도 회원이 추천하면 지금까지 부결된 적 없었다. 참가자격도 따로 없다.

책을 읽을 시간이 없어 한 페이지도 읽지 못하고 오는 경우도 있다. 아무도 탓하지 않는다. 아예 책 없이 맨손으로 등장하는 사람도 있다. 출장길에 잠깐 들러 가는 사람, 어제 회사에서 부딪힌 고민을 안고 나타나 토론석상에 내놓는 사람도 있다.

2011년 9월 2일에 시작한 독서모임은 그간 스물 세 번이 열렸다. 일 년 52주 중에서 절반 가량 된다. 연말연시, 명절 등을 빼고는 꾸준히 모였다. 어떤 날은 참석자가 2명인 날도 있었다. 그날은 비가 내리는 겨울날이었다. 이런 날의 선정도서는 다음 모임으로 자동연기 되었다.

대학 졸업반 학부생부터 50대까지 연령대는 한 세대를 아우르게 되었다. 도시, 건축, 문화예술, 광고, 통신, 쇼핑몰, 교육, IT, 의학, 법률, 광고, 유통, 식음, 경영컨설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책도 책이지만 이분들의 시선과 생각을 듣는 것이 더 유익하다.

선정도서는 특별한 맥락이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야구감독, 교육학, 조선선비, 공자와 맹자, 세종, 광고감독, 피로사회, 멘토 시대, 지구 절반의 굶주림, 리더십, 심리학, 비폭력 대화, 몰입으로 이어져 가고 있다. 주로 먼저 읽었거나 읽고 싶은 책을 모임 회원들에게 추천한다.

너희는 꼭 읽어, 나?

2011년 대한민국에서만 4만4036권의 새로운 책이 세상에 나왔다. 발행부수로는 1억955만권이다. 대한출판문화협회의 통계를 찾아보고는 깜짝 놀랐다. 매년 이만큼의 신간이 쏟아져 나오는지 전혀 몰랐었다. 전년 대비 신간 종류의 증가율은 만화(34.7), 아동(29.8%)이 눈에 띄고, 참고서와 어학서적은 크게 줄었다.

도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몇 가지 재미있는 대목들이 있다. 신간의 장르별 발행 종류 수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출판계에서 가장 많은 종류의 신간이 나오는 장르는 아동, 문학, 만화, 사회과학, 기술과학 순이다. 그런데 발행부수로 옮겨가서 살펴보면 상당히 다른 비율이 드러난다.

아동 34.4%, 학습참고서 15.7%로 이 두개의 항목을 더하면 50%가 넘는다. 그 다음 3위는 문학(14.5%), 사회과학(8.6%), 만화(8.4%) 순이다. 신간 1권 당 몇 권씩 인쇄하는지를 알 수 있는 평균 발행부수를 보자. 평균 2488권을 기준으로 학습참고서가 7974권으로 1위다. 2위는 아동(3950), 3위는 종교(2076)가 차지했다.

결국 대한민국 출판시장은 어린이와 초중고 학생들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형국이다. 성급하게 말하자면 나이 먹을수록 책을 읽지 않는 사회이다. 아니, 나이 먹어도 책을 읽을 필요가 그리 크지 않는 사회일 수도 있다. 어린이와 학생들에게 책을 읽어라 읽어야 한다고 권유하지만 정작 어른들은 책을 읽지 않는 사회이기도 하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독서

중학생 이상 우리 국민 10명 중 3명만이 한 달에 1권 이상의 책을 읽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리서치 전문 기업 ‘두잇서베이’가 2012년 ‘독서의 해’를 맞아 중학생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한 ‘우리나라 국민 독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가 ‘독서의 해’라는 것도 지금에야 알았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33.6%가 지난해 ‘한 달 평균 1권 이상 책을 읽었다’고 답했으며 47.5%는 2달에 1권을 채 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권도 읽지 않은 응답자도 2%인 것으로 나타났다. ‘바로 지난달에 몇 권의 책을 읽었느냐’는 질문에 단 ‘한권의 책도 읽지 않았다’는 응답자가 25.2%에 달했다.

‘여가 시간을 집에서 주로 어떻게 보내느냐?’는 질문에는 인터넷과 TV 등 영상매체를 즐긴다는 응답자(50%)가 가장 많았으며 독서(9%)를 한다는 응답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또 ‘평소 책 읽기가 생활화 되어 있느냐’는 질문에는 25%가 ‘그렇다’고 응답했으며 ‘그렇지 않다’고 답한 응답자는 37.7%에 달했다.

바쁜 일과 중 사람들은 언제 책을 읽을까? 조사결과, 주말이나 휴가 등 휴식을 취하는 동안 읽는 다는 의견이 35.9%로 가장 많았다. 근소한 차이로,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 이용시(33.3%)가 뒤를 이었고, 다음으로, 잠자기 전(20.0%), 화장실에서(4.1%), 아침에 일어나자마자(3.3%) 등이라 답했다.

왜 책을 읽냐고 묻는 당신에게

라디오 방송국의 PD는 얼마나 바쁠까? 방송국에 한 번도 가 본적이 없는 나는 짐작할 수 없다. 광고회사의 임원급 디렉터는 얼마나 바쁠까? 광고세계의 낮과 밤을 모르는 나는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왠지 다른 직업에 속하는 사람보다 더 바쁠 것 같다는 느낌만 들 뿐이다.

책에 관한 8개의 질문이 있다. ① 먹고 살기도 바쁜데 언제 책을 읽나요? ② 책 읽는 능력이 없는데 어떡하나요? ③ 삶이 불안한데도 책을 읽어야 하나요? ④ 책이 정말 위로가 될까요? ⑤ 책이 쓸모가 있나요? ⑥ 책의 진짜 쓸모는 뭐죠? ⑦ 읽은 책을 오래 기억하는 법이 있나요? ⑧ 어떤 책부터 읽으면 좋을까요? 이런 질문에 모두 답해주는 책이 있다.

CBS 방송국 정혜윤 PD의 <삶을 바꾸는 책읽기>에서 밑줄 친 몇 구절을 예고편처럼 옮길 수 있을까? 그녀는 ‘하루 중에 아무에게도 팔아넘기지 않은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사는지 묻는다. ‘나를 키우는 시간’은 곧 ‘영혼의 척추’가 되어 삶을 걷게 하고 뛰게 할 것이라고 말해준다. 나를 키우는 시간은 ‘내가 한 인간으로 생생하게 살아있다고 느낄 만한 시간’인데 그녀는 책과 함께 하고 있었다.

“어떤 분야에 정말 능력이 있는 사람이 제일 먼저 알게 되는 것은 자신에게 뭐가 부족한가 아는 점입니다. 넘쳐나는 재능 때문에 계속하는 게 아니라 무엇이 부족한지를 알기 때문에 계속 합니다.” 부족함을 스스로 배우는 데 책만한 것이 있을까 하고 다시 묻는다.

“책을 읽는 동안 우리는 자신이 겪는 일을 조금 더 잘 이해하게 됩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자신의 삶을 다른 사람의 삶에 비추어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유태인도 아니고 나치 치하에 살지도 않았으며 그렇다고 수용소에 갇혀 가족들과 친구들이 옆에서 죽어가는 것을 체험하지 않았지만, 그 수용소에서 살아나온 한 사람의 눈물 어린 체험을 책으로 읽는 것처럼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거울 앞에 서서 독백해보는 것이다.

도대체 언제 그렇게 책을 읽으세요? 그녀가 제일 많이 받는 질문이라고 한다. “제게는 비법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짬짬이 읽기’입니다. 저도 책을 읽을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지하철이나 택시를 기다릴 때, 신호등이 바뀔 때, 심지어 물건 사고 계산을 기다릴 때도 가끔 읽습니다.” 비법 아닌 비법이다.

다독 콤플렉스 벗어나기

광고회사에 다니는 박웅현 디렉터는 똑같이 바쁜 직장인의 심정을 잘 헤아려 준다. “저는 책 읽기에 있어 ‘다독 콤플렉스’를 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독 콤플렉스를 가지면 쉽게 빨리 읽히는 얇은 책들만 읽게 되니까요. 올 해 몇 권 읽었느냐, 자랑하는 책 읽기에서 벗어났으면 합니다.” 그에게는 밑줄 칠만한 ‘울림’을 주는 문장을 얼마나 만나느냐가 중요하다.

김화영의 <행복의 충격>을 읽고 그는 줄을 치고 옮겨놓은 구절만 A4 25장 정도라고 했다. “제가 책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목표로 삼는 건 온몸이 촉수인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세상의 흐름을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 이유는 인생을 온전하게 살고 싶은 갈망 때문이란다. 책을 왜 읽느냐, “읽고 나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볼 수 있는 게 많아지고, 인생이 풍요로워집니다.”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는 내게 세 가지의 울림을 준다. 첫째, 바쁜 직장인에게 읽기와 쓰기의 의미이다. 전업 작가가 되기 위한 방편이거나 세상의 유명세를 얻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일하며 살아가듯 읽고 쓰며 일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고 괜찮은 여정이라는 격려이다. 과시가 아니라 제안이다.

둘째는 이번 책을 쓰게 된 동기이다. 대학입시를 앞둔 딸이 여름방학 동안 ‘족집게 논술과외’를 고민했다고 한다. 고액 논술과외에 아이의 글쓰기를 맡길 것인가 고민하다 그럼 아빠가 해줄게 제안하고 아이의 친구 몇을 불러 모아 ‘작은 강독회’를 열었단다. 그렇게 나누고 보탠 흔적이 책으로 묶였다. 집필 동기는 아빠와 딸의 읽기와 쓰기에 관한 것이었다.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감동받은 대목은 이 책의 겉표지와 서문 사이에 있다. ‘나의 나이 어린 스승 이원흥에게’라고 적고 있다. 한국에서 나이 많은 직장 상사가 나이 어린 직장 부하를 스승으로 삼기란 문화적 형용모순(形容矛盾)이다. 나이 많고 지위가 높아도 누구에게나 무엇이든 배울 수 있어야 한다는 교과서에 나올 법한 당위를 그냥 몸소 보여준다.

영화감독과 보험가입

박웅현의 ‘어린 스승’을 인터넷으로 찾아보았다. “좋은 광고를 위해서는 많이 연애하고 독서를 많이 하세요. 남의 마음을 움직이고자 한다면 내가 먼저 더 많이 감동해봐야 하고, 좋은 투우사가 되려면 투우가 돼보는 것이죠. 좋은 광고인뿐만 아니라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입니다. 결국 좋은 ‘사람’이 더 좋은 광고를 만들지 않을까요.“ 이십대들에게 들려주는 조언이다. 박원웅과 ‘어린 스승’은 필시 유유상종 한 패거리일 터이다.

작가 최인훈은 책 읽기를 세상에서 가장 비싼 영화제작에 비유했다. 소설 <태백산맥>의 지리산 토벌 장면을 머릿속에 찍는다 치자. 소설을 시나리오 삼아 순식간에 수천 명의 주연, 조연, 엑스트라를 동원하고 포탄이 난무하는 장면이 연출된다. 출연배우도 당신 마음대로 캐스팅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어마어마한 대작의 제작비는? 현실에서는 수백억이 들 것이다. 그러나 독자의 상상력 속에서는 모두 공짜다.

소설가 황석영은 어느 인터넷서점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일러준다. 책 읽기는 일종의 인생보험을 드는 것처럼, 어떤 위기가 와도 삶이 무너지지 않고 자신의 삶을 끌고 갈 수 있는 깊이와 안목을 준다고 강조한다. ‘책 안 읽으면 자기만 손해’라고 껄껄 웃으며 말이다.

저마다의 독서여정

한동안 나의 책 읽기는 세상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한 퍼즐게임 같았다. 아는 게 너무 없어서 읽기라도 해야 했다. 직장에서는 밥벌이에 소용되는 책들을 한동안 읽었고, 조직생활을 하면서는 사람을 이해하는 데 너무 답답해서 책을 읽게 되었다.

나에게 독서는 외줄타기 같은 인생에 긴 장대와 같다. 장대가 저절로 외줄을 건너게 해주지는 않는다. 다만, 외줄 위로 걸어갈 때 균형을 잡도록 도와준다. 또한 책 읽기는 여행용 다용도 칼과 같다. 긴요한 상황에 적절한 해법을 줄 때가 있다. 하지만 나무를 잘라 배를 만들거나 커다란 물고기를 잡아 요리하긴 어렵다.

내가 독서를 무엇이라 부르건 책을 읽는 행위에만 지나치게 주목하지 않으려 한다. 책은 읽고 있는 행위보다는 읽고 난 후가 더 중요하니까. 아니 오히려 왜 책을 읽으려는지 동기가 더 중요할지 모른다. 보고 듣고 읽고 배워야 할 많은 것들 중 책은 그저 하나의 방편에 지나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매년 4만여 신간이 쏟아져 나오고 국립중앙도서관에만 390만 권의 장서가 쌓여 있다. 지식은 보통 바깥에서 오고, 지혜는 주로 안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다. 외부에서 무엇을 들여올 것인지, 들여온 것을 안에서 어떻게 숙성할 것인지는 자신의 몫이다. 그런데 책이 아니어도 지혜로운 현자는 있지 않았을까? 문맹자 중 현자가 된 사람은 누가 있을까? 다음 독서모임에서 물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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