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매출을 올려도 남는 건 올해 초에 비해 절반도 안돼요.”서울 식당가 업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강남의 한 해산물 전문점 관계자는 “전에 1만원의 마진이 요즘에는 2000원대까지 떨어졌다”며 “이런 상태로는 현상 유지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멀어놓았다.
수익률이 떨어져도 손님만 많다면 다행이지만 최근 사무실 밀집 지역의 식당들도 눈에 띄게 발길이 줄어들고 있다.
서초구의 식당 주인은 “점심 식사 손님만으로는 임대료와 인건비 등 경상비만 건질 정도”라며 “저녁 술 손님이 있어야 하는데 퇴근시간 이후 거리를 오가는 시민마저 찾아보기 어렵다”고 했다.
점심시간 특별 할인메뉴 내걸어도 ‘썰렁’
이들 음식점은 저마다 점심시간 특별 할인 메뉴를 내세우는 등 직장인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안간힘 쓰고 있다.
가을로 접어들면서 이러한 식당가의 불황은 점차 강도를 더하고 있다. 여기다 지난달 말 잇따라 찾아온 1차례의 태풍으로 채소값이 폭등하면서 마진폭도 크게 떨어졌다.
또 미국의 극심한 가뭄 여파로 국제 곡물가가 상승하면서 올 하반기 우리나라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여 음식점 운영이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미 지난 태풍 이후 소비자 물가가 치솟은 데 이어 음식점들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변화는 직장인들의 발길이 줄어들면서 영업 자체가 안 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식당가 불황은 영세식당부터 타격을 입히고 있다. 식자재 대량구매 등을 할 수 없는 영세식당은 원가상승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는데다 대형 체인음식점으로 시민들이 쏠리면서 속속 문을 닫고 있다.
한국외식업중앙회에 따르면 이미 지난해 상반기에만 2만6615개의 영세식당이 문을 닫았다. 하반기까지 추산할 경우 5만개 이상이 폐업한 것으로 보인다. 임시로 문을 닫는 휴업식당도 지난해 상반기에만 12만7172개로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폐업·휴업에 개업도 줄잇는 식당가
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휴업 점포가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안정적으로 장사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또 “음식점은 서민들이 창업하기 쉬운 업종이지만 경기가 나빠지면 폐업할 가능성이 높은 업종”이라며 “국내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자본력이 없는 영세 식당들이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채 하루하루 연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베이비부머 세대의 1인 창업 등이 늘면서 상당수가 음식업에 진출하고 있으나 폐업 식당이 늘면서 전국 식당 수는 늘거나 줄지 않는 추세다.
한 쪽에서 식당들이 문을 닫으면 다른 쪽에서 그만큼 창업하는 식당이 생기는 셈이다. 외식업계에서는 새로 문을 연 식당의 90% 정도는 2년 안에 폐업하고 그만큼의 식당이 다시 생기는 것으로 보고 있다.
수많은 음식업 창업 시민들이 1~2년만에 투자한 돈을 모두 잃고 파산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는 얘기다.
금천구에서 5년째 생선회 전문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최영환(45) 씨는 “올해 들어 음식점들이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다”며 “원가 부담뿐만 아니라 경기불황으로 손님 수가 줄어드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