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을공동체, 새마을운동 닮은 꼴”
“서울 마을공동체, 새마을운동 닮은 꼴”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2.09.15 1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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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5개년 마을공동체 기본계획’ 숫자 나열
▲박원순 서울시장이 11일 은평구 옛 국립보건원 자리에 문을 연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 개소식에서 마을공동체 조성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숫자를 앞세운 시정계획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관련기사 5면> 서울시는 11일 앞으로 5년 동안 약 1000개의 마을공동체를 만들겠다는 ‘5개년 마을공동체 기본계획’의 밑그림을 발표했다.

서울시는 앞서 지난 6월 서울시교육청과 함께 1000개 학교에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한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이번 ‘5개년 마을공동체 기본계획’에는 마을공동체 조성 외에 아파트공동체사업 1000여개, 부모 커뮤니티 모임 1000여개 양성도 포함한다. 마을공동체 조성에 필요한 인적 자원을 위해 2017년까지 3180명의 마을활동가도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연도별 달성 목표 따라 사업 진행

이같은 각각의 목표 수치 달성계획은 단계별, 연도별로 나눠 진행한다고 서울시는 밝혔다. 먼저 마을공동체는 올해 ‘씨앗단계’ 80개, 새싹·희망단계 20개 등 100개에서 2013년 125개, 2014년 165개, 2015년 180개, 2016년 195개, 2017년 210개로 총 975개 마을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아파트공동체사업은 올해 120개에서 내년 140개를 추가하는 등 5년 후 1080개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부모 커뮤니티 모임도 올해부터 130개 모임에 7억 원, 내년에는 140개 모임에 9억 원을 지원하고 2017년에는 1010개 모임에 61억 원을 지원하게 된다.

서울시는 이럴  경우 7만1900명 정도가 이 모임의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밖에 서울시가 현재 310명 정도가 활동 중인 것으로 추정하는 마을활동가도 올 연말까지 190명, 2013년에는 400명, 2014년에 480명을 추가하는 등 2017년까지 3180명을 양성할 계획이다. 

마을공동체 조성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서울공동체 복원이라는 핵심 공약의 실천적 사업이다. 이번 ‘5개년 마을공동체 기본계획’도 박 시장의 공약 이행에 초점을 맞춰 ‘10대 전략’이라는 이름의 세부 사업을 제시했다.

또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은평구 옛 국립보건원 자리에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를 세우고 상근 인력 26명을 투입, 올 연말까지 16억8500만 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박 시장 “지원센터는 중간 지원조직”

박 시장은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 개소식에 참석, “지원센터는 사업 전 단계를 지원하는 중간 지원조직으로서, 시민 입장에서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꾸려질 것”이라며 “서울시는 마을공동체 사업으로 이웃의 삶을 돌보는 문화를 조성하고 시민 중심의 자치ㆍ문화ㆍ경제활동이 순환하면서 일정 수준의 자족이 가능한 삶의 틀을 고민, 제시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시정 방침이 유신독재 시절 진행했던 ‘새마을운동’을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진보신당 서울시당은 논평을 통해 “몇 개의 마을계획 작성, 몇 명의 마을활동가 육성이라는 서울의 계획은 흡사 개발독재 시대의 새마을 운동을 떠오르게 한다”고 지적했다.

진보신당은 또 “현재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마을이 필요할 때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자원들과 마을이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는 행정의 보조자로서의 기능”이라며 “특정한 사업명을 통해 공모방식으로 추진되는 사업은 지역의 특수성을 지우고 천편일률적인 사업을 양산할 공산이 크다”고 덧붙였다.

민관 협력 사업 한계 극복이 관건

이상묵 서울시의원(새누리당)은 “마을공동체만들기 사업은 주민주도로 전통의 공동체 가치를 복원시키자는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서울시와 각 자치구의 조직적인 행정, 재정적 지원으로 시행되고 있다”며 “특히 16억 원을 투입해 별도의 센터를 설치하고 (사)마을이라는 시민단체에게 위탁 운영하는 것은 명백히 인위적이고 기존의 관주도 사업과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서울의 마을공동체 사업과 주거재생 운동을 벌이고 있는 이주원 (주)두꺼비하우징 대표는 2017년까지 1000개의 공동체마을을 조성한다는 계획에 대해 “사업추진을 위한 정책지표로서의 상징적 의미 아니겠냐”며 “서울시가 앞으로 976개 마을까지 지원하겠다는 뜻으로 그보다는 공동체마을의 커뮤니티가 얼마나 활성화되냐는 질적인 문제가 중요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특히 “서울시의 마을활동가 3000명 양성은 얼마나 실제화될 지 의문”이라며 “신뢰와 인내를 바탕으로 마을 주민 속으로 들어가 장기간 일하는 마을활동가를 교육을 통해 배출하는 일이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또 서울시가 마을공동체 등을 직접 조성하지 않는다고 해도 시로부터 예산지원을 받는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가 사업을 주도하는 만큼 관이 주도하는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지금까지 서울시가 강조해온 주민주도 자치사업의 취지까지 훼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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