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북적이던 예년 모습 사라진 불황의 거리
추석? 북적이던 예년 모습 사라진 불황의 거리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2.09.15 1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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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922조에 추석선물세트는 10만 원대 미만

“추석을 앞둔 강남 테헤란로가 이렇게 한가한 모습은 올해 처음 봅니다.”

강남에서 12년째 직장을 다니는 최익훈(46) 씨의 말이다. 그는 지난 2008년 국내에 닥친 미국발 금융위기 직후보다 최근 강남 풍경이 더 썰렁하다고 했다.

강남대로와 테헤란로 등은 추석을 20여일 앞두고 하루 종일 극심한 교통정체를 빚었다. 삼성동과 압구정동, 대치동 등 백화점이 있는 지역은 오전 일찍부터 밤까지 몰려든 승용차와 배달차량으로 몸살을 앓았다. 또 강남부터 시작된 교통정체는 강북까지 이어져 서울 전체가 자동차 행렬로 북새통을 이뤘다.

출퇴근 시간 반짝 정체, 차량 사라진 거리

하지만 올해는 추석을 보름여 앞둔 13일 현재까지 평상시와 다름없는 교통흐름을 보이고 있다. 강남사거리에서 잠실역사거리까지 이어지는 거리는 출퇴근시간에만 일부 정체를 빚을 뿐 낮 시간대는 원활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서울의 동서를 잇는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택시기사 김영준(36) 씨는 “출퇴근 시간만 아니면 서울시내에서 특별한 정체를 겪지 않는다”며 “명절이 가까워졌다는 실감은 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불황의 조짐은 식당가로 이어지고 있다.

서초구에서 식당업을 하는 한모(52) 씨는 “예년 이맘때는 저녁마다 예약 없이 자리를 잡기 어려웠지만 요즘은 빈자리가 더 많다”며 “점심시간 직장인들이 꾸준히 찾고 있지만 매출은 예년에 비해 절반도 안된다”고 했다. 

추석 대목을 기대하던 유통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최근 유통업계는 주요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올 추석 단기 아르바이트 채용이 지난해보다 크게 줄어들 전망이라고 밝혔다.

올해 주요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추석에 맞춰 지난해보다 11% 정도 감소한 1만4000여 명의 단기 근로자를 고용해 선물 상담, 포장, 배송 등의 업무에 투입할 예정이다.

대형할인마트 단기 근로자 채용 감소

이같은 단기 근로자 축소는 서민경제와 밀접한 대형 할인마트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마트는 추석 행사에 지난해보다 25%를 줄여 2000여 명을 모집한다. 홈플러스는 단기 아르바이트 1천300여 명을 모집할 계획으로 3000명을 뽑았던 지난해 추석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또 백화점과 할인마트의 추석선물세트도 10만 원 전후의 실속형이 예년에 비해 2배가 가까이 늘었다. 지난 10일부터 본격적으로 추석선물판매 행사를 시작한 신세계백화점은 10만 원대 선물 세트가 지난해 83개에서 175개로 2배 이상 늘었고 10만 원대 미만 세트까지 포함하면 253개에서 425개로 1.7배 늘었다.

CJ제일제당도 2만~5만 원대 중저가 선물세트를 대폭 확대하는 한편 단일품목으로 구성된 세트보다 다양한 품목들로 구성한 복합형 선물세트 비중을 강화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10만 원대 미만의 추석선물세트가 대폭 늘어났다는 것은 불황의 골이 그만큼 깊다는 뜻”이라며 “이마저도 예년에 비해 판매량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판 서브프라임 사태 걱정

시민들은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현재 922조 원에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계부채와 부동산 가격 폭락이 겹치면서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와 같은 파국이 닥칠 수도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극심한 경기불황을 헤쳐 나가기 위해 당초 예정됐던 하반기 8조5000억 원의 경기부양책 외에 연말까지 4조6000억 원의 재정을 추가 투입키로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으나 기대한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정부는 양도세·취득세 감면, 근로자 원천징수세액 10% 수준 인하, 자동차·대용량가전 개별소비세 인하, 긴급복지 지원대상 확대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번 조치만으로는 급증하는 가계부채와 급감하는 주택거래를 회복시키기에 충분치 않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2차 부양방안에 대해서도 ‘세계경제 위축이 워낙 심각한 상황이라 2차 부양책의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이번 2차 경기부양에 그치지 않고 ‘가계부채대책과 한시적 규제완화책’을 골자로 한 추가 부양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러한 부양방안은 내년 차기 정권에서 집행할 카드를 모두 꺼내 쓰는 것이어서 시민들의 체감경기는 더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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