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급당 정원 감축, 학생 모두 ‘지상의 별’이 되는 길
학급당 정원 감축, 학생 모두 ‘지상의 별’이 되는 길
  • 권종현 우신중학교 교사
  • 승인 2012.09.17 13:3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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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종현 우신중학교 교사

얼마 전 개봉한 영화 ‘지상의 별처럼’은 학습장애를 겪는 한 소년에 관한 이야기다. 난독증이란 학습장애를 이해하지 못하는 학교와 가정은 아동을 계속 꾸짖는다. 부모는 자기 아들을 객관적으로 볼 수 없었고 학교는 행동을 문제 삼을 뿐이었다.

영화는 전문성, 헌신, 열정을 갖춘 니쿰브 선생님을 등장시켜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는다. 아울러 모든 아동은 저마다 자신만의 재능을 갖고 있고 모든 아이들이 지상의 별처럼 빛날 수 있다고 암시한다. 그러나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와 일반적인 우리의 현실 사이에는 넓고 깊은 강이 흐른다. 게다가 그 물살은 너무 거세다.

올 상반기 교육과학기술부는 전국의 초·중·고생 700만 명을 대상으로 학생정신검사 전수조사를 했다. 그런데 1차 전수조사에서 230만 명에 달하는 학생이 정신 관리군으로 분류되는 믿지 못할 통계가 나왔다.

교과부의 졸속 검사에 따른 통계 오류를 의심하기는 했으나 그만큼 많은 학생들이 정신적 고통과 질병을 안고 살아가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무미건조한 숫자로 이해할 일이 아니다.

교사가 교실에서 정서불안, 학습장애, 학습포기,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등의 다수 학생을 만나는 것은 일상이 되어버렸다. 교실에서 느끼는 아이들의 상태는 사회에 알려진 것보다 심각하다.

수업 시간조차 틈나면 멋대로 돌아다니는 아이, 욕설과 함께 소리를 지르는 아이, 수업을 거부하고 방해하는 아이 등은 더 이상 영화에서처럼 교실의 소수자가 아니다.

지역과 성별, 초중등 급별에 따라 다소 편차는 있다. 그러나 수업 진행을 위해 사투(死鬪)를 벌여야 하는 상황이 교사들에겐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다수의 학교는 아이들에게도 교사들에게도 참고 견뎌야 하는 곳이다.

우리 사회는 인간을 유용한 인적 자원과 비용으로 간주되는 인간으로 구분한다. 잔인한 생존 경쟁을 강요하는 사회는 아이들의 정신적 문제 요소들을 끊임없이 생산하고 강화한다.

무너지는 가정, 여전히 권위적인 학교구조, 평균적 지능의 학생조차 도달할 수 없는 고난이도의 교육과정, 대학서열화에 바탕한 입시교육이 아이들의 정신병리 현상을 부채질한다. 교육정책은 경제논리를 교육논리로 위장한 채 문제의 본질은 건드리지 않고 변죽만 울린다.

모두가 참고 견뎌내는 학교를 ‘지상의 별’이 되는 학교로 바꾸기 위해 가장 필요한 투자는 무엇일까? 지금은 교사의 폭력적 권위에 의존해 평균적 노동력을 길러내는 것이 교육의 역할인 시대가 아니다. 저마다의 소질을 계발하고 자신의 인격적 가치를 높여 누구나 ‘별’이 되는 교육이 필요한 시대다.

이러한 교육은 교사와 학생간의 인격적 만남이 바탕이어야 한다. 수업하는 교사가 학생 개개인의 특성을 파악하고, 감정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바탕 위에서만이 모두가 별이 되는 교육이 가능하다.

전교생 천명이 넘는 학교, 학급당 30~40명이 넘는 교실에서 정신병리적 고통을 갖는 다수의 아이들을 지상의 별로 빛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상담교사 한명을 확충하고 성찰교실을 운영한다고 지금의 교실상황을 개선할 수 없다. 아이들의 소외와 상처를 해결할 수 없다. 학교 바깥 위(Wee)센터를 늘리는 것도 사후적 해결책에 도움은 될지언정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교단선진화, 디지털교과서 등에 대한 투자는 해당 기업에겐 축복일 수 있겠으나 대다수의 아이들에겐 무용지물이다. 근본적 조건에 대한 개선은 않고, 방과 후 프로그램에 쏟는 돈 역시 밑 빠진 독에 붓는 물이다.

학급당 학생 수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교원법정정원을 확보해 학생과 교사의 인격적 만남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모두가 ‘지상의 별’이 되는 학교를 만드는 출발이다. 그런데 지금도 공립 초중고 교원은 법정 정원보다 6만 명이 부족하다. 사립중고 교원 정원도 마찬가지다.

법이 정해놓은 최소한의 교원정원조차 확보하지 않고 그 많은 교육 예산을 도대체 어디에 썼단 말인가. 언제까지 교육 예산을 사람이 아닌 물질에 투자하며 내 아이만 영화 속 니쿰브 선생님을 만날 행운을 기대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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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천 2012-09-20 18:43:59
전적으로 공감, 사람에 투자해야 할 시기가 맞습니다. 시설이다 뭐다 하는 것이 결국 업자들의 배만 불리고 교육의 질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죠. 인격적 만남을 가능하게 학급규모 줄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