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빗물세 도입, 시민들과 논의부터
서울시의 빗물세 도입, 시민들과 논의부터
  • 김흥순 객원논설위원·흙문화재단 대표
  • 승인 2012.09.23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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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순 객원논설위원.

해마다 도심이 잠기는 건 집중호우 탓도 있지만 도시가 콘크리트나 아스팔트로 덮여서 빗물이 땅으로 스며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상이변으로 올해 태풍이 잦아지자 서울시가 해결책으로 빗물세를 제안하고 나서서 논란이 일고 있다.

빗물세란 빗물이 땅으로 스며들지 않는 불투수(不透水) 면적에 비례해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하수구를 통해 흘려보낸 빗물 처리에 드는 비용을 별도로 받겠다는 것이며, 거둬들인 돈으로 빗물 관리 재원을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50년 전 서울의 불투수 면적은 8%였지만 지금은 48%로 늘었다. 이에 따라 하수관에 쏠리는 빗물 양도 11%에서 지금은 절반에 이를 정도로 많아졌다. 서울에 100mm의 비만 쏟아져도 3000만 톤의 빗물이 하수관으로 흘러드는 셈이다.

더구나 기후변화로 집중호우의 강도는 갈수록 강해지는 추세다. 투수 면적을 넓히고 저류 시설을 늘리는 방안이 시급한 홍수 대비책으로 떠오르는 이유다. 서울시는 문제 해결을 위해서 이른바 독일식 빗물세를 거론하고 나선 것이다.

빗물세! 언뜻 듣기에 빗물에 세금을 매긴다고 해서 의아해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땅이 흙이나 잔디로 덮여 있다면 내린 빗물이 땅속으로 잘 스며들 것이다.

하지만 지표면이 콘크리트 바닥이라면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하수구로 모이는 쏠림현상이 생긴다. 이 때문에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지 못하는 콘크리트나 아스팔트 면적에 비례해서 땅이나 건물 소유주에게 세금을 차등적으로 부과하자는 게 빗물세의 핵심내용이다.

독일은 이 빗물세를 도입해 성공한 사례로 꼽히고 있다. 지난 2000년 도입된 독일의 빗물세는 도심지 확대로 늘어난 빗물처리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원인자 부담원칙을 적용시켰다.

하지만 도입과정에서 면적이 넓어 많은 빗물세를 내게 된 대형 창고 업자 등을 중심으로 한 거센 반발도 있었다. 때문에 베를린시는 빗물세 할당을 위한 정밀 측정과 시민 설득작업 등에 4년간의 노력을 기울였고 이제는 유럽에서 빗물을 가장 잘 이용하는 친환경 도시로 손꼽히고 있다.

하지만 빗물세 도입을 놓고 말들이 많다. 시민들의 거부감이 크다. 빗물세 도입은 말이 된다는 서울시와 말이 안 된다는 시민들의 입장이 팽팽하다.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달리 빗물만 따로 관리하는 우수관이 없어 오폐수와 함께 하수관으로 흘려보낸다.

그러다 보니 빗물이 하수용량을 초과시키는 주범으로 꼽힌다. 결국, 땅주인이 불투수층을 넓힌 만큼 하수처리 비용도 많이 부담하도록 하는 게 맞다는 게 서울시 주장이다. 이렇게 세금을 매기면 땅주인이 콘크리트 대신 흙이나 잔디로 표면을 덮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 정작 불투수층을 넓힌 건 정부와 지자체인데 그 책임을 시민에게 떠넘기려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공공에서 처리해야 될 빗물처리비용을 시민에게 전가하려고 하는 빗물세 도입 논의가 지금 시점에서는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는 것이 시민단체 입장이다.

논란을 거듭하면서 아예 하수도 요금을 인상하거나 빗물 저류조를 늘리는 것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빗물세 도입을 놓고 앞으로도 뜨거운 논쟁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빗물 처리의 책임소재다.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지 않고 하수도로 흘러내린 책임이 시민에게 있으니 처리비용을 부담하라는 논리에 대부분 시민들은 부정적이다. 머리를 맞대고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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