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유학 대체제’가 된 외국인학교
‘조기 유학 대체제’가 된 외국인학교
  • 김형태 서울시의회 교육의원
  • 승인 2012.09.29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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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태 서울시교육의원

교육 비리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문제가 불거져 우리 교육계가 또 다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정계, 재계의 일부 특권층, 부유층 인사들이 외국인학교에 자기 자녀를 입학시키기 위해 브로커 등에게 많게는 1억까지 주면서 중남미나 아프리카 국적이 기록된 허위 서류를 제출해 부정 입학한 것으로 알려져 국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라는 말을 꺼내기도 부끄럽다. 모범을 보여야 할 고위공직자, 특권층, 부유층 등 일명 우리 사회 상류층의 도덕성이 이번에 또 다시 여지없이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자기 자녀를 출세시키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천박함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권층, 부유층들은 왜 서류를 위조·조작하면서까지 자기 자녀를 외국인 학교에 보내려할까?
첫째, 외국인학교는 시험을 보지 않고 일정한 자격요건만 갖추면 갈 수 있는 학교이다. 특목고를 보내려면 성적이 좋아야 하지만 외국인학교는 성적과는 무관하다. 

둘째, 어린 나이에 외국에 보내자니 걱정이 된다. 그러나 국내에 있는 외국인학교에 보내면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기에 조기 유학을 보낸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셋째, 영미계 외국인학교 대부분이 미국 교육청의 인가를 받고 있고 국제공인교육과정을 개설하고 있다. 따라서 이를 이수한 외국인학교 졸업생들은 외국에 있는 대학에 가기 유리하다. 많은 외국 대학들이 이것을 학점으로 인정해주기 때문이다.

넷째, 외국인특례입학, 입학사정관제 등 다양한 대학입학전형을 활용해 국내 명문대학에 갈 수 있는 길도 열려있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왜 그렇게 외국인학교를 다니려 하느냐? 해외명문대 및 국내 명문대를 가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번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건도 알고 보면 교육비리, 그중에서도 사학비리이다.
일부 특권층의 잘못된 교육열과 돈만 벌 수 있다면 무엇이든지 하는 우리 사회의 암적인 존재인 알선 브로커, 그리고 염불보다 잿밥에 더 관심이 많은 일부 학교, 또한 이런 비리가 가능하도록 사실상 방치하고 묵인한 국가기관의 직무유기와 관련 법과 규정의 허술함 등이 종합해서 빚어낸 우리 사회의 현주소이자 슬픈 자화상이다. 

외국인학교는 당초 국내 거주 외국인과 3년 이상 해외에 체류했던 주재원 자녀의 교육을 위해 설립됐다. 그런데 점점 내국인의 입학경쟁이 치열해지자 정부는 99년 관련 규정을 신설해 내국인 입학비율을 정원의 30%로 제한했다.

하지만 많은 외국인학교들이 정원을 늘려 잡아서 그런지 사실상 정원미달 상태이므로 30% 제한 규정은 유명무실해졌다. 현재 외국인학교 재학생 1만3093명 가운데 내국인 학생은 4058명이다. 3명 중 1명이 내국인 학생인 셈이다. 이와 같이 일부 외국인학교의 경우 외국인은 별로 없고 거의 내국인 학생으로 채워지고 있어 무늬만 외국인학교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외국인학교의 연간 평균 학비가 1618만 원이라고 한다. 심지어 1년에 3000만 원이 넘는 학교도 있다. 그러나 방과후학교 등 학생들이 직접 부담하는 경비도 많기에 실제는 이보다 더 많다고 한다. 아무리 일부이긴 하지만 2000만 원, 3000만 원이 넘는 이런 학교의 경우 웬만한 서민들은 갈 수 없는 그야말로 ‘특권층을 위한 귀족학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외국인학교가 당초 취지를 벗어나 내국인들의 ‘해외 조기유학의 대체제’로 변질되고 있다. 우선 입학심사나 자격요건, 그리고 학생정원 등을 아주 투명하고 엄격하게 해 입학부정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입학부정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제도적이 개선이 요구된다.

‘자율성’이라는 이름 아래 사실상 외국인학교는 초중등학교이고 사립학교이면서 초중등교육법과 사립학교법 적용을 받지 않는 특례조항이 많다. 치외법권적 특혜를 누리는 있는 셈이다.

그래서 지도감독 기관인 교육청이 제대로 지도·감독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이제라도 외국인학교도 설립목적은 존중하되 국내 학교와 똑같이 적용해 관할청인 교육청이 엄격히 지도·감독할 수 있도록 행정적 재정적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제도적인 개선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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