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과 만난 ‘덕수궁 프로젝트
현대미술과 만난 ‘덕수궁 프로젝트
  • 정민희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12.10.05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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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하, 중화전 미디어 맵핑 '시간'

깊어가는 가을날씨에 서울 도심 속의 도심에 위치한 덕수궁이 시민에게 손짓한다. 대한제국이 겪은 파란만장한 사건의 현장이었던 덕수궁이 설치미술가들의 상상력에 의해 재해석 되어졌다.

궁궐 곳곳에 예술로서 역사를 복원하고자 하는 진지한 시도가 이어지고, 정신적인 가치를 재조명하고자 하는 조형적 언어가 수놓아지고 있다.

덕수궁의 중화전, 행각, 함녕전, 덕홍전, 석어당, 정관헌 등 6개 전각과 후원에 총 9개의 프로젝트가 105일간 전시되고 덕수궁 내 덕수궁미술관에서는 프로젝트 제작과정에서 완성까지의 작품, 영상, 다큐멘터리 50여점을 55일간 전시한다.

▲이수경, 석어당 '눈물'
현대미술의 다양성을 반영해 순수미술가에 국한하지 않고 디자이너, 무용가, 공예가 등이 참여했다. 서도호, 정영두, 이수경, 임항택, 김영석, 정서영, 최승훈+박선민(공동작업), 류한길, 하지훈, 성기완 등이 전통적인 조각뿐 아니라 사운드 아트, 퍼포먼스, 공연 등의 확장된 스케일을 선보인다.

1593년 선조가 임진왜란 피신 후 서울 복귀로 궁의 역사가 시작되었고 광해군 시대 ‘경운궁’이라는 이름을 갖는 기구한 역사의 흐름 속에 1897년 대한제국을 선포하면서 ‘황궁’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그러나 고종은 1919년 덕수궁에서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다.

궁내 곳곳의 역사적 기억을 현대미술가들이 다양한 조형언어로 재해석 한다. 이를 통해 궁궐은 다시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간다.

중화전 행각에서 흘러나오는 아나운서의 궁중 소설을 들으며 단청과 기와 전면에 쏘아올린 미디어 영상과 앞마당에 가득 깔리는 레이저 광선은 환상적 공간과 초월적인 시간속의 여행으로 흠뻑 빠지게 하는 황홀경이다.

미술관을 벗어나 텅 빈, 또는 복잡한 공공장소에 채워지는 일반적 환경조형물이 아닌 가상으로는 불가능한 역사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문화유산이 서울 도심에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공간에서 살아있는 예술과 함께 우리의 역사를 다시 숨쉬어보길 바란다.

<덕수궁 프로젝트>,  ~10월 28일(미술관), ~12월 2일(경내). 02-2188-6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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