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음주규제, 개인의 자유보다는 공공의 선이 먼저다
대학 음주규제, 개인의 자유보다는 공공의 선이 먼저다
  • 김광기 인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승인 2012.10.12 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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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의 어떤 장소에서 사망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면 어떤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여야 할까? 사망사고 발생구간이라는 교통표지판을 크고 잘 보이게 설치하는 홍보활동, 속도를 줄일 수밖에 없도록 감시카메라 설치, 또는 고속도로 자체를 재 설치하는 방안 등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운전자의 운전태도나 습관 변화를 유도하려는 것보다 확실한 방법은 사망사건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학에서는 매년 음주관련 사망사건이 발생한다. 대학생은 매년 다른 학생들이지만 사망사건은 변함없이 발생한다. 대학에 다니지 않는 동년배 젊은이들에 비해 음주 사망이 대학생에게서 더 많이 발생한다. 이는 문제의 원인이 학생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대학교 자체에 내재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학에는 폭음과 과음을 조장하는 특유의 음주관행이 있다. 신입생오리엔테이션, MT, 축제기간과 같은 특정시기에는 폭음과 과음이 “아주 바람직한 행동”으로 권장되고 마시지 않는 사람은 소위 “왕따”가 되는 음주조장문화가 있다. 술은 과음과 폭음을 강권하면서 마셔야 “대학생답게 되는 것”이라는 것을 신입생은 선배에게서 학습하고 이후 술을 그렇게 마신다. 이것을 대학생들은 자신들이 누려야 하는 낭만이라고 한다. 대학당국은 대학생들이 이런 낭만을 누릴 수 있도록 많은 지원을 하기도 한다.

잘못된 음주로 성폭력, 폭력, 사고 및 사망이 발생하여도 그것은 일부 문제를 가진 학생들에게만 발생하는 것일 뿐, 대부분은 학생들은 성인으로서 아무 문제없이 음주를 즐기고 있다고 보는 것이 대학당국의 입장이다. 대부분의 사건은 이 기간 동안에 발생하며 술 잘 마시는 사람이나 안 마시는 사람이나 모두에게서 발생한다.

강권에 의해 억지로 술을 마시면 사망할 수 있고 음주자 때문에 술을 안 마신 엉뚱한 사람이 폭력을 당하거나 사망하는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홍보를 대학은 적극적으로 하지도 않는다. 이런 홍보를 하면 과음과 폭음이 낭만이라고 믿는 대학생의 인식과 태도가 바뀔까? 성폭행, 사고 및 사망이 발생해서 사회를 놀라게 했던 대학들에서 그 사건 이후 재발방지를 위한 어떤 조치를 하였을까? "금주캠퍼스“를 선언했거나 ”음주문제예방교육“을 필수로 수강하도록 하였거나 ”주류광고나 마케팅“을 금지시킨 곳은 얼마나 될까?
내 목숨보다 더 귀한 자식이고 우리 사회의 소중한 인력자원인 대학생을 음주피해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대학캠퍼스 내에서는 음주할 수 없다는 법을 만들어 시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단순히 교육하고 홍보하는 것만으로는 효과성이 없고 “음주할 수 없는 시간과 장소를 정해 놓는 것”이 가장 비용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이 다른 나라들의 경험이다. 그렇게 되어야만 대학당국도 음주문제를 “어쩔 수 없는 문제”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우리 자녀들을 음주폐해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노력들을 적극적으로 할 것이다.

대학생 음주사고나 사망의 원인이 내 자녀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대학 자체의 환경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대학이 스스로 환경개선을 하지 못한다면 사회가 나서서 환경을 바꾸어 주어야 내 자녀를 살릴 수 있다.

대학의 음주문제를 낭만을 위해 치룰 수밖에 없는 대가로 보기에는 생명이 더 귀하다는 점과 간접흡연피해처럼 안 마시는 사람의 생명과 안전이 음주자의 행동에 따라 좌우된다는 점에서 사회는 마시는 사람의 자유를 제한할 수밖에 없다. 개인의 자유가 “공공의 선”보다 우선할 수는 없어야 제대로 된 사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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