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문동만
첫사랑- 문동만
  • 박성우 시인
  • 승인 2012.10.12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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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돌을 깼고 나는 돌을 던졌다
종로 1가
연무는 자욱했고 쫓아오는 발자국소리에
아직 잡은 적 없는 그 손을 찾아 안간힘으로
눈을 치켜뜨고 달렸다
털어도 털어도 가시지 앟는 시절의 냄새가 품고
전철을 타면 모두들 눈을 부볐다
우리도 누군가의 눈에서 눈물나게 한 적이 있구나

20년 뒤 나는 그녀에게 돌 같은 말을 먼저 던졌고
그 돌보다 큰 돌이 건너편에서 날아왔다
나로 인해 그녀도 단련되어 있었다
어떤 전략도 없는 단발적인 항거에
나는 무기력하게 핸드폰만 벽에 던졌다

이럴 땐 보도블럭을 깨던 그녀를 생각하면 좋다
돌을 깨던 아담한 저녁의 여인, 그것만 기억하면 좋다
마침내 그 손을 잡은 위대한 역사를 기억하면
가끔 자폭하는 통신망이 있으면 좋다
권태로운 선로를 끊고
나는 술집에서 그녀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곰곰이 아무 말 없이 각자 던진 돌을 생각하며
옛 사람과 통(通)하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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