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산 아래 서울미술관
인왕산 아래 서울미술관
  • 정민희
  • 승인 2012.10.12 14: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이중섭 황소 1953 종이에 유채. 35.5x52cm.jpg

조선 말 흥선대원군의 별장으로 사용되던 종로구 부암동 석파정(石波亭)이 한 시민의 미술사랑에 힘입어 현대미술관인 서울미술관과 함께 새롭게 탄생했다.

전통과 현대의 멋스러운 만남에 인왕산이라는 바위산이 병풍처럼 둘러쳐있어 마냥 풍류를 자아낸다. 본래 7채의 건물이 대부분 유실되고 4개의 동이 남아있고 뜰에는 서울시 지정보호수 제60호인 노송이 자리를 잡고 있다.

▲ 석파정.
서울 도심에서 과거의 시간을 즉흥적인 선물하는 듯한 인왕산의 굳건한 바위와 무성한 숲길에 다소곳이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를 따라 중국풍의 정자에서 풍류를 즐겨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다. 사시사철머물고 싶은 아우라가 느껴지는 빼어난 입지다.

자하문터널과 인접한 장소에 새로 지어진 서울미술관은 과거의 시간에 현대시간을 밀착시켜 시대를 거슬러 갈수 있는 축복의 자연조건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과거와 현대를 만나게 한 공간연출은 30년간 ‘소’의 작가 이중섭 작품에 대해 관심을 쏟은 한 제약업계 대표의 인생스토리가 담겨져 있다.

1983년 당시 제약회사 영업사원이었던 안병광 회장은 명동성당 앞 액자가게에서 우연히 사게 된 7000원 짜리 사진프린트가 컬렉션의 시작이었다. 이후 최근 2010년 서울 옥션에서 미술품경매로서 이중섭의 작품 중 최고가인 35억6000만 원에 낙찰된  ‘황소’를 소장하게 되는 에피소드도 흥미롭다. 서울미술관을 대표하는

소장품이 탄생하는 순간은 이미 인연이라는 끈이 이미 같이하고 있지 않았을까 싶다.
서울에서 리움미술관 이후 두 번째 규모의 현대미술관을 개관하면서 이중섭의 외로운 투쟁을 잘 보여주는 황소와 아이들 시리즈가 일반에게 처음 대거 공개된다. 1950년대의 한국 근현대 미술을 표현하는 ‘다방’이라는 공간연출로 시대의 흐름도 읽을 수 있다.

1952년 12월 전란 중에 부산 르네상스 다방에서 열렸던 이중섭과 한묵, 박고석, 이봉상, 손응성의 기조전이 60주년을 맞았다. 한국 근대 미술사의 뿌리였던 그들은 고난 속에서 예술혼을 불태웠다. 새롭게 탄생한 서울미술관에서 시대와 작가를 다시 되짚으며, 우리가 물려받은 자랑스러운 유산이 영원한 르네상스로 연결되게 해주는 든든한 선배들의 힘에 감사하게 된다.

<“둥섭, 르네상스로 가세!”-이중섭과 르네상스 다방의 화가들>. 11월 21일까지. 서울미술관. 02)395-0100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