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시간 연장 민주주의 발전 계기 될 것
투표 시간 연장 민주주의 발전 계기 될 것
  • 조성주 경제민주화2030연대 대표
  • 승인 2012.10.19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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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매일 저녁 청계천 근처에서는 청년단체들이 모여 투표시간 연장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열고 있고 국정감사 기간에 행정안전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등에서 투표시간 연장이 주요한 쟁점이 되고 있다.

대통령 선거를 두 달 여 앞둔 지금 투표시간 연장 문제가 정치권, 시민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에는 민주주의하면 상징되는 것이 대통령을 국민들이 직접 투표로 뽑을 있는 직선제라는 제도였다. 1987년 민주화항쟁을 통해 쟁취한 이런 민주주의 제도들은 마치 대한민국의 민주화가 거의 다 이루어진 것처럼 인식되게 만들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정치적 민주주의 외에도 경제 영역에서의 민주주의가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경제적 불평등이 정치적 불평등마저 가져온다는 비판과 경제적 양극화가 민주주의 그 자체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경제민주화’가 정치권의 주요 화두가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에 투표시간 연장을 둘러싼 논쟁 역시 민주주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2011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한국정치학회와 비정규노동센터를 통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투표에 참여하지 못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42.7%가 고용계약상 외출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응답했으며 26.8%는 투표를 하러 가는 시간만큼 임금이 감액되기 때문에 투표를 할 수 없었다고 답했다. 한편 1인 영세자영업자나 청년 아르바이트생들도 이와 같은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이는 경제적 약자가 경제적인 이유로 헌법에 보장된 참정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현실을 말한다. 마치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를 다 이룬 것처럼 말하지만 실상은 경제적 약자들에게 정치적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못한 것이다.

서울의 경우도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민주통합당 전해철 의원이 서울 구별 투표율과 주택보유율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투표율이 높은 상위 10개구는 주택보유율이 85%였으며 투표율이 낮은 하위 10개구의 경우 무주택자가 74%에 이르렀다고 한다.

경제적 처지에 따라 투표율이 크게 차이가 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예이다. 마찬가지로 비정규직이나 영세자영업자 등 고용형태와 임금수준에 따라 투표를 할 수 있는 조건에 차이가 날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비용의 문제를 들먹이며 투표시간 연장을 반대하지만 사실 민주주의의 기본인 참정권을 보장하는 문제에 비용의 많고 적음을 논하는 것은 매우 민망한 일이다. 백보 양보해 비용의 문제를 보더라도 국회예산처의 조사에 따르면 전체 유권자의 투표시간을 두 시간 연장하는데 드는 비용이 30억 원 안팎으로 연간 300조 원의 예산을 운영하는 정부에서 할 말은 아니다.

대부분의 외국도 12시간의 투표시간을 둔다고 하지만 실제 일본은 투표시간을 두 시간 연장하면서 높은 투표율 상승 효과를 보았으며 투표시간이 12시간으로 제한되어있는 일부 나라들의 경우 다양한 사전투표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우리와 조건이 다르다. 심지어 노동시간에서 한국은 OECD국가 최장노동시간을 기록하는 나라로 6시 정시 퇴근을 하려면 눈치를 보는 사회로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 없는 문제이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사실 다양한 보완책이 함께 필요하다. 특히 경제적 약자의 목소리가 구조적으로 소외되어서는 올바른 민주주의라 할 수 없다. 투표시간 연장 문제는 한국사회의 민주주의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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