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로 읽는 서울
고사성어로 읽는 서울
  • 김흥순 객원논설위원·흙문화재단 대표
  • 승인 2012.10.19 13: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시 신청사를 보며 - 伏魔殿(복마전)

개인이건 국가건 지방자치단체건 새 집 입주는 기분도 좋아 일도 잘 될 것이다. 축하할 일이다. 예전 서울시청사는 1905년 11월 17일 을사늑약과 1910년 8월 29일 경술국치로 국가를 뺏긴 뒤, 1923년 일제 총독부의 신청사 배치 정책에 의해 결정됐다.

이후 후보지는 조선호텔 자리, 상공회의소 자리, 옛 경성일보 자리 셋으로 압축됐고, 최종 후보지는 경성일보 자리였다. 1906년부터 발간된 경성일보는 왜놈들 기관지였었다. 경성일보사는 지금의 서울신문사 자리로 이전했고, 그 자리로 서울시청사가 본(本)자 형태로 들어간 것이다.

경성부청사의 기본 설계는 사사 게이이치, 실시설계는 이와즈키 요스유키가 담당했고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1926년 완공됐다. 이후 인원도 늘고 역사적으로 보기도 싫던 차에 총독부 건물인 중앙청 다음으로 대기하다 오세훈 시장 시절인  2006년 기자회견을 통해 ‘4000억 원을 들여 경성부청사를 때려 부수고 신축하겠다.’ 발표했다.

신청사 건설은 모건설회사에 턴키로 주고, 설계는 몇 번의 거절 끝에 지금의 모양으로 탄생한 것이다. ‘앙각사선제한’이라는 덕수궁에 대한 조금의 예의는 갖췄다. ‘문화재 경계로 부터 100미터 안에 짓는 건물은 경계에서부터 그은 27도 사선보다 높게 지을 수 없다.’는 규정이다.

최종안은  19층을 13층으로 낮췄고, 이미 예정된 건축비 2000억 원은 3000억 원이 됐고. 그 사이 시장도 바뀌었다. 신청사의 연면적은 2만5000여 평. 60%를 시청직원 업무공간으로 사용할 예정이었지만, 박원순 시장은 ‘시청을 시민에게 돌려주겠다.’며 새건물 증후군이 나는 공간을 내주었다. 업무공간은 30%로 줄고, 4000명 직원 중 2200명만 입주 가능한 곳이 됐다.

나머지 직원을 위해 새청사를 또 지을 것인가. 어쨌든 지금까지 서울시의 별명은 종종 복마전이었다. 복마전(伏魔殿)은 마귀가 숨어 있는 전각이라는 뜻이다. 나쁜 일이나 음모가 끊임없이 행해지고 있는 악의 근거지라는 말이다. 수호지(水滸誌에 나온다.

북송(北宋) 인종(仁宗:1010~1063) 때 일어난 일이다. 온 나라에 전염병이 돌자 인종은 신주(信州)의 용호산(龍虎山)에서 수도하고 있는 장진인(張眞人)에게 전염병을 퇴치하기 위해 기도를 올리도록 부탁하기 위해 홍신(洪信)을 그에게 보냈다. 용호산에 도착한 홍신은 마침 장진인이 외출하고 없기에 이곳저곳을 구경하다가 우연히 ‘복마지전(伏魔之殿)’이라는 간판이 걸려 있는 전각을 보았다.

이상하게 여긴 홍신이 안내인에게 무슨 전각이냐고 물으니 안내인은 옛날에 노조천사(老祖天師)가 마왕을 물리친 신전으로, 함부로 열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그러자 홍신은 더욱 호기심이 발동하여 안내인을 거의 위협해 열게 하였다. 문을 열어 보니 신전 한복판에 석비가 있었는데 그 뒷면에 ‘드디어 홍이 문을 열었구나’라는 글이 있었다.

홍신은 마왕이 석비에 있다고 생각하여 어서 석비를 파내라고 하였다. 한창 파내어 들어가자 갑자기 굉음과 함께 검은 연기가 치솟다가 금빛으로 변하면서 사방팔방으로 흩어져 버린 것이었다. 이에 홍신과 안내인들은 넋이 빠져 있었다. 때마침 장진인이 돌아와서 “하지 말아야 할 짓을 저지르셨군요. 그곳은 마왕 108명을 가두어둔 곳입니다. 세상 밖으로 나왔으니 그들은 머지않아 나라에 큰 소동을 일으킬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장진인의 예견은 1121년에 송강(宋江)이 농민반란을 일으킨 사건으로 증명되었다. 이처럼 복마전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악의 소굴로, 사람들에게 해를 입히는 것이다. 부정부패, 비리의 온상지를 보통 복마전이라고 한다. 이는 떳떳하지 못한 짓을 저지르고 이를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하도록 숨기기 위한 것이다.

유리건물이라 투명한 것 같은데 건축학적으로는 덥고 추운 건물이 됐다. 입주한 직원들 열 받았다. 더운데다 바람도 안통하고. 업무공간도 좁아 불만이다. 건물은 인간을 지배한다. 시민들은 비 안 새고, 바람 잘 통하고, 풍광 좋고, 유지관리비 적게 들어가고, 하자 없고, 시민들에게 잘하는 인문적인 건물을 원했다. 가방끈 길어야 공부 잘하는 것이 아닌 것과 같다. 건물 좋다고 일 잘하는 것은 아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