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초상 사진작가 정강
얼굴 없는 초상 사진작가 정강
  • 정민희
  • 승인 2012.10.19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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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ntiled #22. 디지털C프린트.

초상 사진을 주제로 하는 작업은 대부분 얼굴을 정면에 설정하고 카메라라는 기계를 통해 기록 또는 복제를 하는 것이다. 사진의 역사가 시작된 이후 얼굴을 부각시키고 존재의 모습보다 더한 실제를 재현하는데 집중했다. 이런 작업을 통해 만들어진 얼굴은 더 이상 예술의 소재가 아닌 대중의 일상생활로 수없이 찍히고 버려지는 디지털 시대의 아이콘이다.

그럼에도 사진과 영상을 전공한 젊은 아티스트 정강(鄭江)은 얼굴이 중요하다고 본다. 2002년 이후 5회의 개인전 타이틀의 연속성을 보면 ‘Face, Face, Face!’(2010), ‘Looking at yourself’(2009) 등 작가 특유의 조형언어로 얼굴을 해석해오고 있다.

그는 표정 없는 고통스러운 환자, 세련된 여인, 평범한 주부, 가까운 지인 등 특정한 인물이 아닌 계층의 얼굴을 담기도 한다. 그러나 ‘얼굴 없는 초상’ 시리즈에서는 얼굴이 화면에 보이지 않는다. 보는 사람이 상상을 하게 하는 구도를 잡기 때문이다.

작품마다 배경 또한 실내, 실외 등 다양한 장소가 쓰이지만 포커스는 인물에 집중된다. 옷차림만으로 성별, 나이, 계층을 추측하게 된다.

정강은 ‘얼굴 없는 초상’을 통해 무엇을 끌어내려 했을까? 생략된 얼굴을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더 많은 것을 읽어내게 하고, ‘얼굴 없는 얼굴이 얼굴보다 더 많을 말을 하는’ 부재의 미학을 드러낸다. 동양화에서 여백의 미가 더 깊은 암시로 기품을 드러내는 것과 같다.

▲ untiled #23. 디지털C프린트.
‘Looking at yourself’(2009)시리즈에서는 거울과, 모니터, 비디오카메라를 입체적으로 배열해 자기의 이미지에 대해 실시간 작가와 소통하는 영상작업을 통해 주체를 되묻는다. 재현장치를 통해 자기를 투영시켜 30분간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그 모습은 거울에 비치고 모니터를 통해 녹화가 된다. 이는 재현 불가능함을 확인하는 과정의 결과이며 작가는 이미 이를 예측하고 역설적인 방법으로 탐색하지 않았을까 여겨진다.

인간존재의 원초적인 모습을 찾아가는 불안정한 모습을 사진과 영상이라는 근대화된 재현도구로 모색하는 정강. 인간의 주체를 찾아갈수록 재현된 주체와는 거리를 두고 실체에 다가갈 수 없다는 허무의 실체를 대변해주고 있다.

정강은 중앙대학교 사진학과 졸업 후(1999년) 미국 캘리포니아 예술대학(California institute of the arts)에서 사진으로 MFA를 수여받고, 시카고 예술대학(school of arts institute of chicago)에서 비디오아트를 전공하는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고 있다.

정강 <얼굴 없는 초상>展. 23일부터 29일까지. 공근혜갤러리. 02)738-7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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