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 좋은데 맛집은 ‘강북스타일’
경기도 안 좋은데 맛집은 ‘강북스타일’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2.10.19 17: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남보다 싸고 맛있고 오래된 서울의 작은 음식점들

점심 한 끼 가격이 1만원에 육박하는 우울한 10월이다. 그래도 입은 이미 고급. 아무 식당이나 찾아 끼니를 때우기는 싫은 식욕의 계절이다.

맛과 어느 정도 저렴한 가격, 인터넷 용어로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뛰어난 음식점이 아직 서울에 많다. 짐작한대로 이런 음식점은 대부분 강북에 몰려있다.
이제 맛집은 ‘강북 스타일’이다.

◆ 설렁탕의 제자리 찾기 중림장

우리나라 대표적인 서민음식이자 서울을 대표하는 설렁탕(선농단에서 제를 지낸 후 탕을 끓여 백성에게 나누었다는 설이 있다) 가격도만만치 않게 올랐으나 아직 6000원짜리 설렁탕을 고집하는 40여년이 넘은 식당이 있다. 중구 중림동 골목의 ‘중림장’(중림동 468번지·392-7743)이다.

오래된 무쇠솥에 365일 탕을 끓여 꼬릿한 냄새가 배어있는 식당은 초라하지만 그만큼 정겹다. 진한 국물이 입에 척척 감기고 고기 맛도 진하게 우러나온다. 푸짐하게 담아 내오는 수육 한 접시는 1만8000원. 소주 몇 병이 금세 비워진다.

◆ 해물칼국수 이 맛이야 찬양집

낙원상가 옆 희망슈퍼 옆골목의 찬양집(종로구 돈의동 27번지·743-1384)는 바로 아래 할머니손칼국수와 자웅을 겨룬다.
하지만 주종목부터 다르기 때문에 직접적인 경쟁을 이루어지지 않는다. 찬양집은 조개와 미더덕을 주재료로 하는 해물칼국수고 할머니손칼국수는 멸치국물로 승부한다.

찬양집의 조개는 홍합과 바지락이 대부분이다. 국수를 먹어가며 조개 속살을 꺼내다보면 어느새 옆에 내준 빈 대접 한가득 껍질이 쌓인다. 10여년 전보다 껍데기 양이 크게 줄었지만 애교로 봐줄만한 정도다. 가격도 당초 3500원에서 이제 4500원으로 올랐지만 점심시간마다 길게 선 줄은 짧아지지 않는다.

◆ 연탄 돼지불백하면 쌍다리기사식당

왕돈까스로 유명한 성북동에는 아직 연탄불에 돼지고기 불고기를 굽는 기사식당이 세를 넓히고 있다.
테이블 4개짜리 작은 식당으로 시작해 이제 번듯한 건물까지 지은 쌍다리기사식당(성북동 109-2번지·743-0325)이다.

이곳도 가격이 많이 올라 4000원 하던 돼지불백이 6500원이다. 하지만 쫀득하면서 불 냄새 물씬한 돼지불고기를 앞에 두면 가격불만은 눈녹듯 사라진다. 여기다 6000원짜리 낙지볶음을 시키면 느끼한 돼지고기 뒷맛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다.
택시기사만을 위한 저렴한 특별 메뉴도 따로 갖추고 있다. 당초 기사식당으로 시작한 본연의 자세를 잃지 않으려는 점도 정겹다.

◆ 북창동 먹자골목에 동해바다를 속초생태집

날씨가 싸늘해질수록 뜨끈하면서 시원한 한국적 미감본능(味感本能)이 발동한다.
이럴 때 그리운 음식이 생태찌개다. 북창동 골목 안에 자리 잡은 속초생태집(북창동 94-20번지·753-8944)은 매일 속초에서 가져온 해물로 승부한다. 다른 식당에서 1만2000원씩 받는 생태찌개 가격은 아직 9000원으로 3000원이 더 싸다. 그럼에도 해물의 선도는 타의 추종을 허락하지 않는다.

생태는 어차피 원양어선이 잡아온 북태평양산이다. 관리를 얼마나 잘하느냐가 관건이다. 속초생태집은 수십 년의 공력으로 신선한 원재료 상태를 유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