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시장 취임 1주년과 스토리텔링의 함정
박 시장 취임 1주년과 스토리텔링의 함정
  • 서울타임스
  • 승인 2012.10.26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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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 1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박 시장은 휴일도 대부분 반납한 채 시정에 몰두해 왔다. 시청 공무원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라는 말이 허언이 아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시장실을 시민의 꿈으로 채워주세요. 시민의 꿈을 이루는 시장이 되겠다는 초심을 위해 여러분의 소중한 의견과 제안을 알려주세요. 늘 시장실에 두고 초심을 되새기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1년 전 백두대간 종주 중에 산을 내려와 서울로 달려와 출마선언을 했던 초심이 바로 시민의 꿈을 이루는 시장이었다는 토로와 같다. 박 시장은 서울시민의 대다수인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펼쳐왔다. 때로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시민의 의견을 듣는 청책 토론회를 만든 것도 박 시장이다.

이런 박 시장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도 쌓이고 있다. 물론 그를 ‘박원순 수령님’이라며 노골적로 비판하는 시민들도 있다. 아파트 투기를 통한 이익을 기대했던 중산층 이상 시민들이다.

그들에게 뉴타운 정책을 폐기하고 한강르네상스와 디자인서울 등 대단위 개발계획을 무효화한 박 시장은 ‘공공의 적’으로 보일만 하다.

박 시장은 하지만 더 다양하고 수적으로도 많은 공공을 위한 정책을 선택했고 예상보다 강하게 밀어붙였다. 그에게 공공은 정치권력과 금권에서 소외된 이름 없는 서울의 시민이었다.

1년 전 서울시청에 첫 출근한 박 시장이 가장 먼저 결재한 서류는 친환경 무상급식 예산 지출 건이었다. 이는 오세훈 전 시장의 사퇴를 부른 사안이기도 하다. 그만큼 박 시장은 전임시장 정책의 대척점에 서서 시정을 이끌어 왔다.

하지만 함정도 있다. 공공임대주택 8만 호 건설과 부채 7조 원 감축 공약의 실현 여부다. 벌써부터 보수 언론은 박 시장이 공약의 늪에 빠져들기 시작했다는 관전평을 내놓기 시작한다.

실제로 박 시장이 공약으로 내건 8만, 7조 등의 숫자에 사로잡히면 시정 추진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공공임대주택 8만 호와 부채 7조 원 감축 등은 747 공약을 떠올리게 한다. 그렇다고 이제 와 당시 공약은 상징적인 숫자였다고 발뺌하기도 어렵다. ‘선거 때 무슨 말을 못하냐’는 이명박 대통령과 비슷한 모양새를 보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공약 이행을 앞세워 무리하게 추진하다보면 해야 할 일이 첩첩산중인 시정의 리듬이 헝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쯤에서 시민들에게 현재 서울시의 재정 등을 소상히 밝히고 먼저 양해를 구하는 편이 좋다.
또 하나, 박 시장이 도시발전을 위한 ‘박원순표 사업’으로 꼽은 스토리텔링의 위험성도 짚어봐야 한다. 스토리텔링은 언제부턴가 우리나라 지자체들이 병적으로 집착하는 아이템이 되고 있다. 너도나도 지역에 스토리를 입히기 위해 억지스러운 유래설 등을 ‘조작’하기까지 한다.

위례백제부터 따지면 2000년의 역사를 가진 고도(古都)인 만큼 스토리텔링 소재가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이야기 만들기에 연연하면 과유불급의 질곡에 빠질 위험이 크다. 스토리텔링은 관에서 주도하는 것보다 민간에서 주도해야 할 콘텐츠다.

그리고 그런 민간의 콘텐츠는 시민의 꿈이 이루어질 때 힘 있게 분출하게 된다. 박 시장은 시민들이 스스로 서울의 스토리를 만들어 세계에 전하고 후대까지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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