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민-이사라
서울 시민-이사라
  • 박성우 (시인·우석대교수)
  • 승인 2012.10.26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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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벽을 부수는 거대한 포크레인과 함께
무심한 운동을 하죠 건강 때문이죠
동네는 거리로 변한 지 오래죠
어두운데도 행복의 선글라스 쓴 남녀
날리는 가발 잡으려 길을 막네요
돌아가는 법은 잊은 지 오래죠
절망의 지하 식구들이 달리다가
넘어지는 동맥경화와 공원으로 쫓겨난
겨울 노인의 관절염 그들도 우리의 구성원이죠
그들의 꼭 잡은 손들 지금 부각되고 있는 거죠?
삶의 부호를, 뒤집어놓은 세모꼴의 꼭지점
으로 하죠 놀란 팽이처럼 누군가 강렬히 쳐대면
황홀한 선회의 복판에서 굴욕적인 상큼한
비상, 그런 것 아시죠? 아직 젊은 겨드랑이들
날개를 못 버리는 이유. 통증은 성공적인
도전을 위한 주민등록증 xxxxxx-yyyyyyy
없으면 살기 곤란한 관계죠 우리들 거리의
동물들 슬픔은 되도록 조그맣게 만들어
반지 끼고 다니죠 황혼이 될 때까지
서로 핥고 할퀴죠 건강 때문에 오래 그럴 수는
없지만 숨이 안 쉬어지는 불안 오염에 노출된 건
분명하죠 안전 불감증이 안심 불감증으로 들려오니
말이죠 하루를 접고 우주 속으로 몸 맡기는
떠돌이별 서울에서 사는
떠돌이의 뼛속 깊은 실종 욕구
서울에서만 느끼죠
느끼다가 그만두죠
돌아가는 법 잊은 지 오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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