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에서 떠나는 재래시장 시간여행
서울 도심에서 떠나는 재래시장 시간여행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2.10.26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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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원씩 추렴해 성찬 즐기는 종로5가 광장시장 나들이
▲ 서울의 대표적인 재래시장인 광장시장은 언제 찾아도 푸근한 30~40년 전의 정취를 만날 수 있다. [자료사진]

주말 오후, 서울시민들은 심심해진다.
교외나 지방나들이 계획을 미리 세워두지 않은 시민들은 갑자기 행선지를 정해 나가기도 쉽지 않다. 이럴 때 서울의 대표적인 재래시장 나들이가 제격이다.

재래시장 좌판에 앉아 소문난 먹을거리를 찾아 먹는 재미까지 있다면 금상첨화. 서울 종로 5가 광장시장은 한류 바람을 타고 외국인 관광객까지 줄을 잇는 명소가 됐다. 지극히 한국적인 재래시장에서 글로벌화한 서울의 단면도 살펴볼 수 있다.

광장시장은 당초 포목과 원단시장으로 특화한 재래시장이었다. 시장 통로에 상인들을 대상으로 한 먹을거리 노점이 하나 둘 들어서면서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지금의 모습이 갖춰졌다.

광장시장 상인회에 따르면 시장 안에 자리잡은 먹을거리 좌판과 식당만 90여 곳에 이른다. 종로 쪽 시장 정문에서 청계천에 이르는 중앙통로에만 60여 개의 좌판과 노점이 이어지고 저녁 무렵이면 긴 통로는 발 디딜 틈 없이 인파로 메워진다.

이곳을 찾은 시민, 관광객은 주로 좌판의 간이 의자에 어깨를 부비고 앉아 주인이 그때그때 썰어주는 회나 순대, 돼지 머릿고기에 반주를 곁들인다. 이런 광경은 잠깐 타임머신을 타고 30~40여 년 전 서울로 돌아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광장시장에 앉아 1970~1980년대로 돌아가게 되는 셈이다. 분위기가 복고적인만큼 가격도 서울의 다른 곳보다 더디 오른다.

일명 ‘마약김밥’으로 널리 알려진 꼬마김밥은 1인분에 2500원, 두툼한 녹두빈대떡이 한 장에 4000원, 두툼한 순대와 머릿고기 한 접시가 6000원이다. 쇠고기 육회는 지난해까지 한 접시 1만 원에서 올해 1만2000원으로 올랐다.

그래도 너 댓 명이 모여 1만 원씩만 추렴하면 시장 안의 가게 3~4곳을 순례하며 술과 안주를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 거기다 좀 더 보태면 귀가 길에 ‘마약김밤’ 한 봉다리씩 들고 갈 수 있다.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광장시장 좌판 간이의자에는 전기방석이 깔리기 시작했다. 차가운 공기에 입김을 내뿜어도 엉덩이는 뜨끈뜨끈한 재래시장 노점의 진면목이 드러나는 계절이다.
주말 오후 가족과 시내 나들이를 계획하거나 퇴근길 차가운 공기를 잠시 피하고 싶을 때 광장시장을 찾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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