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만의 흉년에 애그플레이션까지, 시민 밥상 어떡하나
32년만의 흉년에 애그플레이션까지, 시민 밥상 어떡하나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2.11.02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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햅쌀 출하기에도 쌀값 껑충, 미국발 국제곡물시장 위기도 한 몫
▲ 지난 여름 닥친 최악의 가뭄 여파로 최악의 흉작을 기록한 가운데 올 가을 쌀값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어 서민 식탁을 위협하고 있다.[자료 사진]

올해 지속된 가뭄에다 태풍 볼라벤과 덴빈 등의 영향에 따른 32년만의 흉작 여파에 서울시민들의 살림살이가 더 팍팍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통계청은 올해 쌀 생산량은 407만톤으로 지난해 422만톤보다 3.5%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1980년의 355만톤 이후 최악의 흉작이다.

여기다 올여름 미국의 극심한 가뭄 등으로 빚어진 국제 곡물가격 상승 여파가 11월 국내에 상륙할 것으로 보여 식품가격 상승을 부채질할 전망이다.

5년 전보다 13% 오른 쌀값 내년 봄 위협
국내 쌀값은 햅쌀이 본격적으로 출하되는 시기임에도 지속적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전남 등 곡창지대에 닥친 최악의 흉작 때문이다.

지난 28일 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쌀 20kg 가격이 4만2400원이었다. 이는 최근 5년 평균치인 3만7000원에 비해 13% 이상 오른 가격이다. 전남 등 산지 햅쌀 80kg 가격도 2000년대 들어 12년만에 처음 17만 원을 넘어섰다. 

이같은 가을철 쌀값 인상은 이례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쌀값은 10~12월 수확기에 떨어졌다가 이듬해 2~3월 이후부터 오르기 시작한다. 하지만 올해는 가을부터 쌀값이 치솟기 시작해 내년 봄 쌀값 파동의 가능성을 부추기고 있다.

한편, 미국발 애그플레이션(곡물가 상승에 따라 물가가 급격히 오르는 현상)도 이달부터 본격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흉작으로 비롯된 애그플레이션은 이미 국내 가공식품 가격 인상을 부추겨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 7월 “내년 1분기까지 밀가루는 30.8%, 전분 16.3%, 유지류는 11.2%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경제연구소도 “올해 말까지 두부나 장류 등 곡물을 재료로 한 소비재 가격이 집중적으로 올라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 물가 상승폭이 클 것”이라고 예측했다.

가공식품·축산물 가격도 급등 전망
옥수수, 밀 등의 흉작으로 시작된 애그플레이션은 가공식품 가격 폭등은 물론 곡물사료에 의존하는 축산품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사료를 대부분 수입하는 우리나라는 애그플레이션의 직격탄을 맞게 된다. 현재 국내 축산농가의 전체 생산비 가운데 사료비 비중은 한우 40%, 돼지 50%, 닭 60% 선이다. 사료 가격이 10% 오를 경우 국내 축산물 가격도 폭등하거나 아예 축산업의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

유제품 가격도 뛸 수밖에 없다. 서울우유는 이미 지난해 11월 원유값 상승분을 반영해 우유값을 10% 정도 올린 바 있다. 올 연말 또 인상하게 되면 우유뿐만 아니라 이를 원료로 하는 과자와 음료 가격도 뛰어오르게 된다.

결국 올해 연말부터 내년까지 우리나라는 국내 농가의 흉작과 미국발 애그플레이션에 따른 물가 폭등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는데 급급하고 있다.

농림식품부는 민간의 햅쌀 수요량이 예상 쌀 생산량을 밑돌기 때문에 수급에는 문제없다는 것이다. 올해 양곡년도말 기준 정부쌀 이월재고만 해도 84만 톤 수준으로 세계식량농업기구(FAO)가 권장하는 적정 재고량(72만 톤)을 넘어선 상황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최근 쌀값 동향을 볼 때 정부의 낙관적인 전망에 힘이 실리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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