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 사회의 절망과 희망을 주는 대학
양극화 사회의 절망과 희망을 주는 대학
  • 서울타임스
  • 승인 2012.11.09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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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심각하다는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부분 소득 불균형로 인한 빈부격차에서 비롯된 양극화다.

한쪽 극에서 다른 극으로 이동하는 일은 쉽지 않다. 멀리 떨어진 거리뿐만 아니라 서로의 경계를 막는 울타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5일 발간한 KDI포커스에 실린 ‘대학진학 격차의 확대와 기회형평성 제고 방안’은 우리 사회의 양극화 문제를 그대로 보여준다.

대학진학 격차는 특히 양극화 사회의 미래까지 드러내기 때문에 절망스럽기까지 하다. KDI는 지역간 서울대 진학률을 조사했다. 서울 지역 고등학생의 서울대 진학률이 지방학생보다 훨씬 높다는 점을 골자로 한다. 같은 서울 안에서도 강남3구 출신 고등학생이 금천구나 강북구 등 다른 자치구 학생보다 훨씬 많이 서울대로 진학한 것으로 드러났다.

빈부격차가 명문대 진학률을 가른 것이다. 결국 빈곤의 대물림이란 등식을 다시 한 번 입증한 셈이다. 교육환경에 따른 명문대 진학률의 고착화는 우리 사회의 신분이동 가능성과 직결된다. 가난해도 남보다 더 열심히 하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는 이제 과거의 전설로 남았다.

부모가 부유해야 더 좋은 교육기회를 가질 수 있고 경쟁에서 이기게 된다. 반대로 가난한 집 아이는 경쟁에서 밀려나 부모의 가난을 그대로 물려받게 된다. 교육을 통해 보다 나은 미래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해온 우리나라의 ‘교육입국’ 명제가 깨진 셈이다.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적 신분 이동이 자유로운 사회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그런 인식은 표피적인 현상만 본 것일 뿐, 실제로는 철옹성과 같은 신분 격차가 만들어지고 있다.

더욱이 교육 기회의 불평등은 미래까지 이런 격차를 이어간다는 점에서 절망스럽다. 신분 상승의 어떤 장치도 갖지 못한 청소년들의 절망은 더 심각하다. 우리 사회가 이런 청소년들에게 해 줄 일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은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

시민사회는 오래 전부터 정부에 ‘반값 등록금’ 실현을 요구해 왔다. 너무 높은 대학 등록금도 미래를 가로막는 벽이다. 많은 대학생들이 등록금에 치어 제대로 공부하지 못하거나 일찌감치 빚에 쪼들리게 된다. 대학생 10명 중 7명이 캠퍼스 푸어라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대학 등록금 문제도 결국 입학한 뒤 따질 문제다. 더 심각한 점은 애초부터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차별적으로 나뉜다는 사실이다. 가장 먼저 반값 등록금을 시행한 서울시립대의 입시 경쟁률이 크게 높아졌다고 한다. 너도나도 등록금이 싼 학교로 몰리기 때문이다.

결국 서울시립대는 더 우수한 자원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정작 반값 등록금이 필요한 가난한 고등학생들은 또 경쟁에 밀리게 된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 서울시립대는 사교육에 의존해 성적을 올리는 기존 대입제도와 차별성을 두기 위한 입시제도 개선을 시험 중이다.

이처럼 대학이 먼저 나서야 한다. 교육환경이 좋지 않은 곳에서도 뛰어난 잠재력을 드러낸 학생들을 선발하는 시스템을 갖추는게 절실하다. 이런 대학은 사장될 수 있는 인재를 발굴하고 사회발전의 동력으로 키워낼 수 있다. 특히 양극화의 틀을 하나씩 해체해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역할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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