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참여와 정치 바로보기-더 많은 참여가 더 좋은 정부를 만든다
시민참여와 정치 바로보기-더 많은 참여가 더 좋은 정부를 만든다
  • 박 혁 동국대 외래교수․정치학 박사
  • 승인 2012.11.09 14: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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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대선이 채 50일도 남지 않았다. ‘대의 민주주의에서 시민은 선거날에만 자유롭다’는   비아냥에도 불구하고, 선거는 우리에게 중요한 ‘정치’다. 우리의 삶과 직결되는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겠다는 후보들의 정책들을 보면서 정치의 중요성을 새삼 확인한다.

아무리 타락하고 만신창이의 풍경일지라도 정치는 우리의 운명이다. 생존도 행복도 정치와 뗄 수 없는 것이다. 외면하고 지탄하고만 있을 수 없는 까닭이다.

좋은 정치와 나쁜 정치가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람들이 좋은 정치의 이상으로 여겨온 것은 동일하다. 국민으로부터 권력이 나온다는 생각, 바로 민주주의의 원리가 그것이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라는 링컨의 말은 그 원리를 압축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세 요소가 늘 함께 해야 한다는 점이다. 

‘국민을 위한 정치’만을 강조하는 민주주의는 나쁜 정치가 될 위험성이 높다. 그 경우에 국민은 통치의 대상으로 전락한다. 사실 절대왕정, 독재와 전체주의 체제도 늘 ‘국민을 위한 정치’를 부르짖는다. 문제는 과연 무엇이 국민을 위한 것이며 그것을 누가 결정하느냐는 것이다.

국민 자신을 위한 것이라면 국민 자신이 결정해야 한다. 따라서 모든 것을 국민과 함께 하고 국민을 통해서 한다는 원리가 배제된, ‘국민을 위한 정치’는 민주주의를 배반하곤 한다. 우리는 그 배반을 지난 5년 동안 씁쓸하게 지켜봤다.  

‘국민에 의한 정치’가 중요하다. 국민에 의한 정치란 국민이 함께 직접 혹은 간접으로 공동의 문제에 대한 결정에 참여하는 정치다. 이 원리는 평범한 시민들도 그들 스스로 현명하게 통치행위를 할 수 있고 공동의 일에서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확신을 담고 있다.

개인으로는 보통사람에 불과한 시민들이 함께 하면 그 힘은 소수의 우수한 자들보다 더 훌륭하다. 특히 정치적 영역에서는 상식을 가진 이들이 함께 하면 전문적 지식을 가진 사람 못지않게 좋은 판단을 할 수 있다. 이 확신에 동의하지 못할 때 민주주의는 대중을 무시하고 소수의 엘리트들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로 변질된다.  

민주주의 발전의 역사는 ‘국민에 의한 정치’가 확대되어 온 과정이었다. 특히 대중이 일정한 연령이 되면 참여할 수 있는 보통선거권의 확대는 대의민주주의 발전의 결정적 계기였다.  대의민주주의에서 정당성은 다수 국민의 참여 자체에 달려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의 참여가 더 좋은 판단, 더 좋은 정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참정권의 보장은 ‘국민에 의한 정치’를 위해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

오늘날 대의민주주의는 정당성의 위기에 처해 있다. 선거라는 대의민주주의의 꽃이 만개하지 못하는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지난 4·11 총선 미투표자들 중 응답자의 33.3%가 직장출근으로 투표하지 못했다고 한다. 투표시간 연장이 필요하다.

주인공이 참여하지 못한 잔치를 서둘러 끝낼 이유가 무엇인가? 구경한 시민들에게 고작 끝난 잔치의 떡고물이나 안겨줄 생각이라면 그것은 나쁜 정치다. 더 많은 시민들에 의한 잔치가 더 좋은 정부를 만든다.  다다익선多多益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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